현장에서만 알 수 있는 것

by 원스타

인스타그램에서 DM을 보내는 것이 현실에서 전단지를 뿌리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스타트업 씬에는 전단지를 서비스 초반에 활용한 사례가 여럿 있다. 배달의민족이 강남 일대의 전단지를 주워 음식점의 DB를 만들었다는 에피소드와 당근마켓의 대표가 북미 진출 후 토론토에서 전단지부터 뿌렸다는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왠지 세련된 일만 할 것 같은 IT 스타트업이 전통적인 홍보 수단 중 하나인 전단지를 활용했다는 사실이 뭇사람으로 하여금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던 것 같고, 두 회사는 큰 회사가 됐으니 전단지라는 아이템이 미화되어 성공한 스타트업의 토템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나도 회사에 다닐 때, 개발자 취업 교육 상품의 모객을 위해 전단지를 활용한 경험이 있다. 당시 고객은 대다수가 취준생이거나 사회 초년생이었고, 회사는 기존에 활용하던 구글, 인스타그램, 네이버 등이 아닌 이외의 매체에서 고객을 획득할 방안을 찾고 있었다. 공시생 중에 90% 이상은 시험이 끝나면 재도전을 하거나 취준생이 될 거라는 사실과 사회 초년생 중에 지금 하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거나 업무 대비 연봉이 낮아 전직의 꿈을 품고 사는 사람이 많을 거라는 뇌피셜을 바탕으로 노량진에서 등원하고 있는 공시생과 강남역에서 출근하고 있는 직장인에게 전단지를 뿌려 고객을 획득하겠다는 기획안을 회사에 제안했다. 회사는 요즘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전단지를 잘 받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전단지를 뿌리는 것은 여태껏 회사에서 시도하지 않은 일이고 고객에 대한 가설이 일리 있어서 한번 해볼 만하겠다고 했다.


일을 빠르게 추진했다. 전단지 제작까지는 팀 내에서 진행했고 전단지 배포는 대행업체를 이용했다. 배포 장소는 공시생의 메카인 노량진 일대와 우리나라에서 직장인이 가장 많이 통근하는 강남역 출구로 정했다. 현장에 가서 전단지가 잘 배포되고 있는지 확인해 보니, 노량진 공시생은 걸으면서 폰이나 책을 보느라 시선이 계속 바닥을 향해 있어서 누가 전단지를 주는지 마는지 관심이 없었고 강남역 출구를 올라오는 직장인은 한 손엔 폰을 다른 한 손엔 커피나 가방을 들고 있어서 전단지를 받을 손이 없었다. 대행업체의 이모님도 그다지 열심히 일하시는 것 같진 않아 보였다. 결과는 안 봐도 뻔했다. 전단지로 성과를 한 건도 내지 못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작고 빠르게 실행한 것에 의의를 두고 전단지 액션을 마무리했다.(기획안을 실현해 준 전 동료 원석 님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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