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지만 도전적인 생각

by 원스타

역사상 첫 결제가 발생했다. 내 아웃바운드 액션이 닿지 않은 미용실에서 오픈 공고를 등록한 것이다. 아무리 뒤져봐도 어느 경로로 들어왔는지 추적할 수 없었기에 내 의견에 동의하는 미용실 원장일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돈을 번 것도 번 거지만, 고객이 근무 후기를 처음 작성했을 때처럼 미용실 원장이 이전까지 하지 않았던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는 사실과 내가 추구하는 방향으로 구인·구직 서비스가 한 걸음 내딛었다는 생각 때문에 남다른 성취감과 엄청난 희열을 느꼈다.


하지만 이날 이후로 채용 공고 등록 소식은 요원했다. 여러 차례 트러블 슈팅을 시도했지만 미용 업계의 관행, 미용실 원장의 소비 관성과 편견 등을 넘어서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물론 하루아침에 넘으려는 발칙한 생각을 한 건 아니었으나, 첫 결제가 발생하고 나서 스스로 불러일으킨 기대가 컸었던 것 같다. 앞으로 자사의 구인·구직 서비스가 잘되려면 최신 기술, 편의 기능, 마케팅 활동 등이 아니라 미용 업계의 변화가 필요했다. 구체적으로 채용에 대한 미용실 원장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했고, 채용에 대한 인식이 바뀐 덕분에 잘 먹고 잘 사는 미용실 원장이 점점 늘어나야 했다. 이는 필연적으로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장고 끝에 구인·구직 서비스를 장기적인 관점으로 운영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하여 일반 공고를 없애고 오픈 공고만 운영하기로 했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이지 않은가.


이번에도 다분히 공급자 중심적인 생각이었다. 돈을 벌려면 고객에게 중요한 것보다 필요한 것을 팔아야 하고, 나아가서 고객에게 필요한 것보다 고객이 좋아하는 것을 팔아야 하는 것이 맞다. 미용실 원장 중에 그 누구도 오픈 공고를 좋아한다거나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고, 단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맞다고 생각하는 일을 추진했다. 이번 의사 결정이 미용 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용단이 될지 아무것도 모르는 풋내기의 객기가 될지 결과를 지켜보면 좋을 것 같다.




미용실 원장에게 보낸 장문의 편지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이 AI에게 대체되고 있지만 미용은 여전히 사람이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미용실만큼 사람이 중요한 곳이 없을 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미용실만큼 사람을 대충 뽑는 곳도 없을 겁니다. 저희가 시험 삼아 미용인 구인·구직ᅠ사이트에 프로필을 올렸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연락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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