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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선생 Jan 06. 2016

외계문명설: 누가 저런 걸 만들 수 있을까?

변형된 오리엔탈리즘

그레이엄 핸콕의 '신의 지문'이란 책이 있습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같은 고대문명의 흔적들이 사실은 외계인의 작품일지 모른다는 썰을 풀고 있는 책이죠. 저도 고등학교때 한참 빠져들었던 적이 있는데요. 읽어보면 뭐 그럴 듯 합니다. 


이집트 기자의 피라미드 3개의 배치가 오리온자리의 별 모양과 같고, 이 배치는 마야의 피라미드에서도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세계 각지에서 발견되는 피라미드들은 오리온자리에서 온 외계문명이 건설한 것이라는 얘기도 있구요..

기자의 피라미드와 오리온자리의 배치

고대 암각화나 동굴벽화에 보이는 외계인 비슷한 의문의 그림들..

호주에서 발견된 동굴벽화

페루 나스카 평원의 거대 그림이나 잉카문명의 비행기 모양 황금유물... 등등으로 추정컨대, 세계 여러 곳에서 발견되는 고대의 건축물이나 예술품들은 어쩌면 외계인들이 남겨놓은 것일지 모른다는 겁니다.

이런 것들이 날아다니면서..
볼 수 있도록 땅에 이런 걸 그려놨다.. 이런 얘깁니다.

여러분께서도 이런 종류의 이야기들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뭐 얘기 자체로는 흥미롭기도 하고 알 방법이 없는 고대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하기에 꽤 깊이 빠져들게도 되죠. 그리고 이런 썰들을 바탕으로 영화같은 것들도 심심찮게 만들어집니다.


대충 생각나는 것만 해도 '스타게이트',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 '인디아나 존스4, 크리스탈 해골 왕국' 등등이 있네요. 스타게이트는 나온지 좀 된 영환데 최근에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있구요. 외계인들이 스타게이트를 통해 지구에 와서 이집트 피라미드를 만들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피라미드는 폼 안 나게 외계우주선의 착륙장..쯤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피라미드 위에 착륙하고 있는 외계 우주선

제목만 봐도 유치하기 이를 데 없는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에서는 마야문명의 피라미드가 나오는데.. 

전투종족인 프레데터들이 싸움연습을 하기 위해 우주최강의 생명체 에일리언을 지구에(마야인들에게) 풀어놓고 죽이는 무대 쯤으로 등장합니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스토리입니다;;)

갸아악!!

최근에는 우리의 한 솔로 해리슨 포드 씨가 네 편이나 해잡수신 인디아나 존스시리즈 4편에.. 마야문명의 수정해골이 실제 외계인의 해골이었고 마야의 피라미드는 외계인들이 타고 온 우주선이었다는 설정이 등장합니다.

조종석?에 앉아있는 해골상태의 외계인들

어떠십니까? 재미있게들 보셨습니까?

바로 이 외계문명설에 서양인들의 타 문명에 대한 인식이 숨어있습니다.

전의 글들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서양인들은 제국주의 시대를 지나면서 진화론적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자신들(서양인)이 이 지구상에서 가장 진화한 종족이라는 생각을 강하게 갖게 되었죠. 그런데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다보니까 엄청난 옛날에 만들어놓은 어마어마한 건축물들이 있는 겁니다. 연대계산을 해보니까 서양문명의 뿌리인 그리스 문명보다도 훨씬훨씬 오래된 것들입니다.


혹은 서양인들이 생각하기에는 도저히 그럴만한 능력과 기술이 없는 것 같은 애들(예를 들어, 남미)이 상상도 못할 규모의 건축물을 갖고 있는 겁니다. 이런 고대문명의 흔적들은 자신들이 제일 진화한 인간일 것이라는 서양인들의 가정을 위협하게 됩니다. 따라서 서양인들은 자신들의 믿음을 지켜낼 수 있는 설명방법을 찾은 것이죠.


"아! 외계인들이 와서 만든 것이구나!!"

아무렴.. 그때는 우리들도 그런 것들은 못 만들던 때였는데 어떻게 저렇게 미개한 것들이...

외계문명설의 논리를 따라가다보면 가장 진화한 종족이라는 서양인들의 지위는 유지되고 타 민족들은 진화를 못한 이들이라는 진화론적 설명이 그대로 살아있게 됩니다.


'우리들은 진화했고, 너희들은 미개하다.'

이것이 외계문명설의 메시지인 것이죠.


이 우주에 인간만이 유일한 지적 생물체라는 사실은 믿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외계인들과 인류가 교류하는 날이 올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확인할 수 없는 썰에 불과한 외계문명설은 바로 지금 세계의 문화들을 진화론적 질서로 재단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저런 영화들을 보고 즐기는 사이 이집트인들과 마야, 잉카, 아즈텍 사람들은 미개하다는 인식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뇌리에 새겨질 것입니다.


수십~수백 광년의 거리를 지나 지구에 올만큼 고도의 문명을 가진 외계인들에게, '인류 중에 가장 진화했다는 서양인'들은 어떻게 보일까요? 과연 그들이 지구인들을 자신들과 동등한 존재로 대해 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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