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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선생 Aug 15. 2024

2차대전 추축국들의 공통점

근대 전체주의의 뿌리

2차 세계대전의 추축국은 독일, 이탈리아, 일본입니다. 2차 세계대전은 1차 세계대전에서 남겨진 불씨들이 발화하여 일어난 인류사 최대 규모의 전쟁인데요. 독일과 이탈리아는 유럽과 북아프리카에서, 일본은 아시아와 태평양에서 전쟁을 벌였습니다. 독일, 이탈리아, 일본은 왜 이런 전쟁을 일으킨 것일까요?


전쟁의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단순하게 말하자면 세계 정복(?), 세계에 대한 주도권을 갖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 말인즉, 그 이전까지는 세계의 주도권이 다른 나라들에 있었다는 뜻이겠지요.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유럽 여러 나라들로 퍼져나갔고 석탄과 철광석 등 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영토를 확보하기 위한 전쟁들이 일어납니다. 이때 국경선의 근거로 제시된 개념이 바로 '민족'이었는데요.

100년 전쟁(1337~1543) 등 중세 내내 싸웠던 영국과 프랑스 정도를 제외하면 민족 개념보다는 지역을 지배하는 가문들 위주로 살았던 유럽인들은 이 시점을 계기로 민족을 근거로 한 국가들을 세웁니다.


이에 유럽의 나라들은 자신의 나라를 상징하는 국기를 만들고 역사적 민족 영웅들을 발굴하고 군대와 왕실의 표준 복장과 행사를 규격화하는 등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역사를 공유하는 공동체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한 작업들을 펼치는데요. 이 시대를 국민국가 시대라 합니다. 

스위스의 민족영웅 빌헬름 텔

먼저 영토를 확보한 나라들은 바깥으로 눈을 돌리는데요. 유럽은 생각보다 넓지 않은 땅이고, 나라의 왕실과 가문들이 밀접한 관계로 엮여 있는데다, 문화적 동질성이 비교적 관계로 안에서 치고박고 하기가 그랬기 때문이죠. 그럴 바에는 외부 식민지를 만드는 훨씬 나을 거라는 판단이었습니다. 

사실 유럽 통일은 나폴레옹의 프랑스가 먼저 시도했던 일이었는데, 프랑스의 확장과 왕실 전복을 두려워한 다른 나라들이 이를 죽어라 저지했고, 나폴레옹 이후에는 각국의 치열한 견제로 유럽 내에서의 전쟁보다는 외부 식민지 건설로 방향이 바뀐 것이죠.


이 제국주의 시대에 먼저 세계를 차지한 것은 영국과 프랑스였습니다. '가장 많은 나라의 독립기념일을 만든 나라',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등의 별명을 가진 영국은 말할 필요없고 프랑스는 영국과 경쟁하며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착실하게 영역을 넓힙니다.

그 외의 지역에는, 대항해 시대부터 중남미를 경영한 스페인과 포르투갈, 동남아시아의 네덜란드, 북미를 거의 독식한 미국, 북방의 러시아 등이 자리잡고 있었고, 식민지 경쟁에 늦게 뛰어든 나라들은 이미 차지할 땅이 남아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독일, 이탈리아, 일본이 그들입니다. 이들이 식민지 경쟁에 늦게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통일이 늦었기 때문인데요. 독일이 1871년, 이탈리아는 1861년, 일본은 1868년 메이지 유신으로 막부시대가 막을 내리고 근대화가 시작됩니다. 

독일/오스트리아/이탈리아 상황

이 나라들의 통일이 늦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 나라들 안에 매우 많은 세력이 존재했었기 때문인데요. 수많은 귀족 가문들이 지배하던 수많은 읍/면/군/시/도 단위 나라들이 일일이 합쳐지고 나서야 통일이 이루어질 수 있었기에 그만큼 시간이 더 걸린 것이죠.

68국으로 이루어진 일본 전국시대 세력도

통일 후에도 이들 국가들은 전통이 다른 세력들을 통합하기 위해 강력한 통합 정책을 쓸 수밖에 없었는데 독일의 나치즘, 이탈리아의 파시즘, 일본의 군국주의가 그것입니다. 이러한 사상들의 원조는 이탈리아의 무솔리니가 제창한 파시즘인데요. 본래 파시즘은 자민족 중심의 유토피아를 만들겠다는 다소 낭만적인 배경을 갖고 있지만 무솔리니는 국가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독재 체제를 구축합니다. 


독일의 나치즘은 국가사회주의(Nationalsozialismus)의 다른 말로 독일형 파시즘이라 할 수 있는데요. 히틀러의 나치당은 파시즘에 반유대, 반슬라브주의를 더한 극단적인 게르만 우월주의를 표방했습니다. 일본은 천황의 자손임을 강조하며 군사적 침략 위주의 군국주의(軍國主義) 정책을 취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일본 민족의 우월성을 강조하기는 하지만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힘(군사력)을 바탕으로 하는 서열적 관계에 중점을 두었다는 점에서 파시즘과는 결이 다르다 하겠습니다.

이름과 성격은 조금씩 다르지만 나치즘과 파시즘, 군국주의의 공통점은 전체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정당화한다는 데 있습니다. 서로 다른 전통을 가진 수많은 세력들을 단기간에 통합하고 하나의 단일한 국가로서 세계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이들은 민족을 중심으로 강력한 전체주의 권력을 수립합니다. 민족과 국가의 목표가 최우선이 되고 이를 저해하는 모든 세력들은 제거의 대상이 되었죠. 

전체주의는 전체를 거부하는 소수에 대한 혐오를 낳습니다. 혐오의 결과는 우리가 익히 아는 타민족에 대한 무차별적인 학살과 차별, 탄압과 학대로 이어졌습니다. 2차대전의 전쟁범죄가 민간인 학살과 민족 말살이라는 형태로 나타났던 것은 그 시대를 지배했던 사회진화론과 우생학의 영향도 있지만 추축국들의 전체주의적 사상 때문이기도 합니다.


일부 제국주의 국가들이 전세계를 독식했던 그 이전 상황이 정당하냐는 질문과는 별개로,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류사 최악의 전쟁의 책임은 추축국들에게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그러한 일들을 저지를 있었는가는 그들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한편, 한국은 어떨까요? 한국문화는 많은 부분에서 집단주의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국제 스포츠 경기 등에서 민족주의적인 모습이 많이 보이기도 하고 학교나 회사 등 공적인 영역에서도 우리와 하나됨을 강조하죠. 과연 한국문화는 전체주의적일까요?

서구 학자들이나 서양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한국 지식인들은 한국사회에서 조금만 민족주의적인 모습이 보여도 전체주의라며 알러지 반응을 보이는데요. 민족주의와 집단주의, 전체주의는 모두 다른 개념입니다. 


지리적으로, 역사적으로 유럽과는 다른 배경을 가진 동아시아의 민족 개념을 국민국가 시대에 형성되기 시작한 유럽의 민족 개념과 같이 봐서도 안되고, 전쟁이라는 목적으로 국가를 통합하기 위한 전체주의와 외세에서 나라를 되찾기 위한 민족주의를 같은 선상에 놓는 것도 어불성설이죠.


더군다나 개인 행동의 이유를 설명하기 위한 개념인 집단주의와 전체주의를 혼동하는 것은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개인의 권리를 강조하는 것도 좋고 잘난 척 하는 것도 좋지만 기왕 지식인 티를 내고 싶다면 그 용어를 명확히 사용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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