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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선생 May 25. 2023

북유럽 나라들은 왜 여성인권이 높을까?

문화와 양성평등의 관계

유엔 산하 유엔개발계획(UNDP)에서 조사한 세계 성불평등지수에서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는 거의 항상 5,6위권을 차지합니다. 모두 북유럽 국가죠. 철저한 사회복지와 함께 높은 성평등 지수로 유명한 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행복도가 높은 나라들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들 나라는 한국인들이 가장 이사, 아니 이민 가고 싶은 나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들이 양성평등하고 복지가 잘 돼 있으며 행복도가 높은 것은 이들이 그만큼 우수한 사람들이기 때문일까요?


북유럽은 과거 바이킹들이 살았던 지역입니다. 바이킹들은 8세기 후반부터 11세기 중반에 이르기까지 유럽 전역을 탈탈 털었던 강도단..입니다. 바이킹 전사들의 용맹과 잔인성은 당대 유럽 사람들에게 깊은 충격을 남겼습니다. 이들의 활약은 지금도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서 그려지고 있는데요.

바이킹

북유럽은 사람이 살기에 적당한 땅이 아니었습니다. 추워서 농사도 잘 안되고 동물을 키우기도 어려웠죠. 그래서 많지 않은 사람들이 근근이 살아가는 지역이었습니다. 그런데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인구가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북유럽의 경제로는 늘어나는 인구를 감당하기 어려웠고 이들이 선택한 것이 약탈이었던 것입니다.


먹고 사는 문제는 문화의 색깔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입니다. 문화인류학/문화심리학에서는 먹고사니즘과 관련된 문화의 유형을 농사로 먹고 사는 '농경문화'와 동물을 길러 먹고 사는 '유목문화', 장사를 해서 먹고 사는 '상업문화' 등으로 구분하고 있는데요. 이 중에 먹고 살기 위해 남의 동네에 쳐들어가서 돈이며 금붙이를 털어 오는 문화를 '약탈경제'라고 합니다.


지금 말씀드리고 있는 바이킹이 대표적인 약탈경제 문화고요. '여자를 때리는 문화가 있다?(https://brunch.co.kr/@onestepculture/98)'의 야노마모(미)족도 약탈경제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익숙한 왜구들도 먹고 살기 위해 약탈을 했던 사람들이죠. 중세이전의 부족한 농업생산량과 잦은 전쟁, 자연재해 등이 그 이유였을테고, 왜구들을 삼국시대부터 임진왜란에 이르기까지 천수백년 동안(...) 우리를 괴롭혀 왔습니다.

왜구

다시 바이킹으로 돌아와서... 약탈경제가 성평등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약탈을 떠나면 비어있는 마을의 치안과 생계를 맡을 이들이 필요합니다. 힘깨나 쓰는 남자들은 약탈을 나가야 하기 때문에 여성들이 이 일을 대신했습니다. 농사를 짓고 동물을 키우고 평소에는 남자들이 하던 일들을 해야 했던 것이죠.


때에 따라서는 원정에 따라가는 여성 전사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바이킹에는 '스캴드메르'(방패 처녀, 영어로쉴드메이든)이라는 여성 전사들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최근 스웨덴에서 전설로만 전해지던 이 방패 처녀단?의 무덤이 발굴되었습니다. 최근 방영된 드라마 <바이킹스>에서는 이 쉴드 메이든들의 활약이 잘 묘사되고 있습니다.

드라마 <바이킹스>

이렇게 오래전부터 북유럽인들은 남성과 여성의 구별 없이 생존을 위해 싸워왔습니다. 이것이 북유럽의 성평등 지수가 높은 이유입니다. 물론 당시의 여성들이 지금 수준의 양성평등을 누린 것은 아닙니다. 바이킹들도 전통적인 성역할이 있고 평소에는 이를 지키는 편이었지만 생존과 사회를 위한 여성들의 역할이 워낙 크다보니 그만큼의 권리를 갖게 된 것이죠.


양성평등의 전통은 북유럽의 성씨 문화에서도 잘 드러나는데요. 북유럽은 주로 아이 이름에 남편 이름+son, daughter를 붙입니다. 지금은 많이 없어지고 주로 아이슬란드에 많이 남아있는 현상인데요. 아래 사진은 아이슬란드 축구선수들 이름입니다. 전부 ~손(son)으로 끝나죠.


바이킹들이 이런 성씨를 갖게 된 이유는 이유는 남편들이 하도 죽어서입니다. 길고 위험한 원정에서 남편이 돌아오지 못하면 남아있는 아내는 재혼을 하여 새 남편 사이에서 또 아이를 낳습니다. 그리고 새 아이에게는 새 남편 이름을 딴 성을 붙여주는 것이죠.


남편이 죽으면 수절? 하는 문화는 바이킹에게 존재할  없습니다. 다시 결혼해 계속 아이를 낳는 것이 그들이 살아남는데 훨씬 유리하니까요. 바이킹 여성들은 재산을 소유하고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할 권리도 있었다고 합니다. 결혼에서 씨족이나 가문의 개념이 약하니까 여성 인권이 높을 수밖에 없죠.


현대사회는 생존을 위한 남녀의 역할이 동등한 시대입니다. 이러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북유럽 사회에서 양성평등의 개념이 더 빨리 뿌리내리고 제도화된 것은 당연하다 하겠습니다. 이처럼 성평등에 대한 가치관은 문화에서 비롯됩니다. 성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한국도 여러 가지로 고려해야 할 내용이 아닌가 합니다.


번외로.. 같은 약탈경제권?이지만 야노마미족의 여성인권은 최악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역시 북유럽 사람들이 우수해서일까요? 이는 원정기간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몇 시간 거리에 적이 있어 금방 약탈을 마치고 돌아올 수 있는 야노마미족과는 달리 바이킹들은 짧아야 몇 개월, 길면 1년 이상씩 마을을 비워야 했거든요. 오랜 기간 여성들이 사회를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여성들의 권리가 그만큼 존중받았던 것이죠.




아래는 바이킹 여성들의 성역할에 대한 자료들입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https://www.history.com/news/dna-proves-viking-women-were-powerful-warriors

https://en.wikipedia.org/wiki/Shield-maiden

http://www.hurstwic.org/history/articles/society/text/women.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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