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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선생 Jan 09. 2016

겁나 먼 나라로의 여행

한국인들이 가장 모른다는 그 나라는?

흔히 일본을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합니다. 지리적으로, 또 역사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지만 심리적으로는 멀게 느껴지는 나라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멀게만 느껴지는 나라가 있습니다. 지리적으로, 역사적으로 가깝기는 또 가장 가까운 나라입니다. 바로 우리가 태어나고 자란 나라, 지금 살고 있는 바로 그 나라, 한국입니다.


(한국, 한국인 이해에 대한 심리학적 이야기 - '한국인 심리학' 매거진에서 확인하세요)

https://brunch.co.kr/magazine/onestepculture




우리는 우리나라를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태어나고 자랐고, 그 안에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이야기해 보려 하면... 말문이 막힙니다.

생각보다 아는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김치.. 태권도.. 푸..푸른하늘?

두... 두 유 노우 갱남스타일?

두 유 노우 싸이?

한국인들이 한국을 잘 모르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이고, 둘째는 알려고 하지 않아서 입니다.

알 필요가 없으니 알려고 하지 않고, 알려고 하지 않으니 모릅니다. 아주 단순한 이유지요.


자신들의 나라임에도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내 나라가 부끄럽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엔 내세울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대문명을 선도하는 미국, 문화와 예술의 유럽, 신비로운 인도, 중국의 역사, 전통의 일본.. 에 비해서 우리는..


발전없이 역사 속에 안주했고, 과학과 문명을 일으키지 못했으며, 문화와 예술을 발전시키지 못했고, 역사는 잘려나가고 전통은 끊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우리가 느끼고 있는 현실은 어떻습니까. 

헬조선 또는 지옥불반도

한국은 어떤 나라입니까? 

지옥입니다. 

더 긴 말 하지 않겠습니다. 지옥에 대해 알아서 뭐하겠습니까. 알수록 괴로움만 커지는 것을요..


그러다보니 자연경관에 대한 생각도 비슷해집니다. 

때묻지 않은 광활한 자연의 북미,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동남아시아의 바다, 인간을 겸손하게 하는 히말라야의 설산, 막힌 가슴이 트이는 몽골의 초원.. 이런 데에 비해 우리나라는..


반토막난 국토에는 성냥갑같은 아파트나 늘어서있고, 조금만 교외로 나가도 모텔, 모텔, 모텔, 바다에는 땟구정물에 물 반 사람 반이요, 야트막한 산들은 동네 뒷산이고 폭포는 강아지 오줌같은 물줄기가 고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종류의 인식을 잘 보여주는 예가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멋진 풍경을 보면 이렇게 말합니다. 


"우와, 외국 같아요~!", "우리나라에 이런 데가 있었어?", "우리나라 안 같애~"..


외국 아니죠...  진주 시내에서 본 지리산 입니다. (사진은 디스커버진주https://www.facebook.com/DiscoverJinju/의 강호진 작가 작품입니다)


이런 대답은 우리나라에는 멋진 풍경이 있을 리가 없다는 인식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인식은 풍경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역사, 문화 전반으로 이어지게 마련이지요.


내세울 게 없으니 알 필요가 없습니다. 

알 필요가 없으니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럼 한국인들은 자신들을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할까요?


한국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정적인 것처럼 한국인 자신들에 대한 인식도 꽤나 부정적입니다. 


질서를 안지킨다. 안전불감증이 심하다. 편 갈라 싸우기 좋아한다. 남을 배려하지 않는다.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 갑질한다. 조선놈(?)은 때려야 한다. 한국인들은 (뭘해도) 안된다.. 


...과연 헬조선의 주민으로서 부족함이 없는 모습입니다..

천리마 마트 중.. by 김규삼 

대개 문제 많은 사람들이 문제 많은 사회를 만든다고 생각해서일까요? 한국사람들은 한국이 헬조선인 이유를 한국인들이 지옥에 살아 마땅한 인간들이니까..라는 식으로 설명합니다. 


그러니까 한국인들에 대한 이해도 필요가 없습니다.

무식하니까, 미개하니까, 재수없으니까, 뭘 어떻게 해도 안 될테니까.

뭘 힘빠지게 이해하고 자시고 할 게 있나요. 그냥 떠나버리면 더러운 꼴 안 보게 될 텐데요.


하지만 좋든 싫든 여기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여기를, 여기 사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기왕 떠날 수가 없다면.. 지금은 비록 지옥이지만 조금씩이나마 살기 좋은 곳으로 바꿔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기 위해서라도 한국인 이해는 필요하며,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방식의 이해로는 힘들다는 말씀입니다..


사람들은 어떤 사람과 관련된 사건이나 현상의 원인을 그 사람의 내적 특성, 즉 성격이나 능력 때문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회심리학 용어로 '근본귀인오류'라고 합니다. 사건이나 현상에는 거기에 연관된 사람 말고도 상황적 요인이나 배경이 있게 마련입니다. 이런 것들을 간과하고 행위자의 내적 속성에만 주의를 기울였기에 이를 '오류'라고 하는 것이죠.


한국인들이 어떤 사람들이냐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일단 근본귀인오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그러한 행위, 현상을 보이는 이유가 오로지 '사람들이 원래 그렇다(못났다)'라는 설명을 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한국인들의 자신들에 대한 이해는 '행위자-관찰자 편향'에 빠져있습니다. 행위자-관찰자 편향이란 자신이 어떤 행위를 직접 할 때와 다른 사람이 그 행위를 하는 것을 관찰할 때의 인식이 달라진다는 것인데요. 대개 자신이 그 일을 한 이유는 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는 반면, 다른 사람이 그 일을 한 이유는 그 사람이 원래 그렇게 생겨먹었기 때문이라는 식이죠.


'한국인은 어떻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 자신이 한국인들입니다. 자기들은 안 그런데 '한국인들은 그렇다'는 것이죠. 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한국인들이 아주 많습니다. 그러면 '그 한국인들'은 대체 누굴까요? 


우리는 한국을, 한국인들을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자랐고 살아왔고 한국사람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입니다. 문화에는 겉으로 알 수 있는 것보다 숨겨진 것들이 훨씬 많습니다. 그리고 그 문화의 사람일수록 그것을 알기가 힘든 법입니다. 제 얘기 아니고 에드워드 홀이라는 인류학자의 말입니다.


그렇다고 외국인들이, 혹은 외국에서 공부하고 온 이들이 한국을 더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볼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들은 문화구성원(내부자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현상의 어떤 새로운 면을 드러나게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그 의미를 이해할 내부자적 관점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문제가 아닙니다. 문화적 현상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화의 생성과 변화, 기능에 대한 내부자적 관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관점은 외국인이라고 해서, 외국에서 공부를 했다고 해서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어떤 문화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것은 '사람에 대한 애정'입니다. 그들이 무엇때문에 그렇게 살아왔고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가슴으로 공감할 수 있어야 그들의 삶의 의미에 다가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갖고 한국문화와 한국인들을 바라보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이 그렇게 살아올 수밖에 없었던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의, 아버지 어머니의 이유들을 이해하실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와 우리의 아이들이 살아가야만 할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모습들을 그려나가시기를 원합니다.


우리가 가장 멀게 느끼고 있는 나라.

한국, 한국인에게 가는 여행

한선생과 함께 떠나보실까요.



한선생의 한걸음 문화심리학에서 '한국문화와 한국인 심리'를 주제로 매거진을 엽니다. 문화이야기 틈틈이.. 우리가 궁극적으로 알고 싶고, 또 알아야 하는 한국인들의 문화적 행동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나가겠습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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