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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선생 Apr 15. 2019

“동양적 외모”의 비밀

오리엔탈리즘 아래의 진화론적 사고

표지 사진은 패션지 보X에 실린 중국 모델입니다. 이 모델의 외모는 서양에서 활동하는 소위 '동양적 외모'의 모델들보다 더 독특하여 인종차별 논란까지 일으켰습니다. 이 사건 뿐만 아니라 서양 매체에서 다뤄지는 동양 여성들의 이미지는 종종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해외에서 활동 중인 한국 모델들

이들의 얼굴은 정작 동양에서도 흔치 않은데다가 전통적인 '아름다움'과도 거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논란이 된 매체들에서는 늘 '아름다움'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었다는 식의 해명을 늘어놓습니다만 왜 그게 늘 '동양 여성'이어야 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동양적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요? 그들(서양인)은 동양을, 동양 여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요?


서양에서 활동하는 동양인들, 특히 여성들의 외모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어두운 피부톤, 길고 찢어진(?) 눈매, 각진 얼굴형, 두툼한 입술 등이 그것이죠. 피겨스타 김연아 선수가 미국에 방문했을 때의 화보가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김연아 선수의 얼굴과는 전혀 다른 얼굴로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누구신지..?

어두운 피부, 부은 듯한(?) 눈매, 광대뼈와 턱선 등 강조된 윤곽, 넓은 코, 크고 두툼해 보이는 입술.. 전형적인 '동양 여성'의 이미지입니다. 미국에서 이러한 화장법은 '교포 화장'으로 불리고 있다는데요. 헐리우드에서 활동 중인 한국계 배우들이나 캐나다 교포 김씨 가족의 이야기인 시트콤 '김씨네 편의점' 김씨네 딸 재닛도 비슷한 외모입니다.

서양인들은 이렇게 생긴 동양 여성을 '동양적'으로 생겼다라고 인식하고 또 매력적으로 생각한다는 뜻인데요. 사실 이런 얼굴이 전형적인 동양 여성의 얼굴은 아닙니다. 특히 한국 등 동북아시아 여성은 얼굴이 희고 눈도 큰 편입니다. 턱이 크고 각진 얼굴도 전통적인 미인형과는 거리가 있죠.


그러나 일부? 서양인들은 그런 얼굴은 전혀 '동양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다음은 어떤 서양인이 새로 그린 오버워치 디바의 얼굴입니다. 댓글을 보면 그들은 동양 여자는 이렇게 생겨야 한다고 믿는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화이트워싱이란 타인종 캐릭터를 백인화시켜 표현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오버워치 디바의 외모가 실제 동양인의 외모가 아닌 백인처럼 묘사되었고, 이 그림이 제대로 된 동양인(한국인) 디바의 얼굴이라는 것이죠.


어두운 피부톤, 각진 얼굴, 찢어진 눈, 낮고 넓은 코, 두툼한 입술.. 서양인들이 생각하는 전형적 동양 여성의 외모가 의미하는 바는 과연 무엇일까요?


이 그림은 고갱의 '타히티의 여인들'입니다. 1891년 문명세계에 회의를 느끼고 타히티로 떠난 고갱은 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남태평양의 섬?에서 원시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남깁니다. 이 그림들은 서양인들이 보는 '동양적 아름다움'의 근원이 어디 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합니다.

그것은 '원시'와 '미개'입니다.

다시 말해 서양인들은 동양 여성들에게서 원시적 아름다움을 보려 한다는 것입니다. 19세기 후반은 서양의 제국주의 침탈이 본격화되던 시기였습니다. 몇번 말씀드린 것처럼 제국주의의 사상적 배경은 '사회진화론'입니다. 여기에서 진화한 사회가 미개한 사회를 지배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가 나올 수 있었죠.


스스로를 가장 진화한 인종이라 믿었던 서양 백인들에게 비서구(동양)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원시인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백인들은 이들을 교화시켜 문명세계로 이끌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으며 실제로 '원시림'이 우거진 '미개한' 땅으로 들어가 그들을 '정복'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나라와 문화가 끝장나고 셀 수 없는 사람들이 죽어갔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헤어져 낯선 곳으로 끌려가 문화와 언어를 잃고 살아야 했습니다. 서양인들은 백인으로서의 사명감과 정복자로서의 정복감이 뒤섞인 우월감을 느꼈겠지요.


이것이 제국주의 시절 전 세계에서 일어난 일들입니다. 낭만적인 사랑이야기로 포장돼 있지만 포카혼타스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멸족에 대한 이야기일 뿐입니다.

포카혼타스

그렇습니다. 동양 여성의 외모에 대한 서양인들의 생각에는 동양은 미개한 곳이고 동양과 동양 여성은 정복의 대상이라는 그들의 뿌리깊은 무의식이 숨어있는 것입니다. 제국주의 시대 동안, 정복된 지역에 살고 있던 사람들의 외모적 특성은 곧, 그들의 미개함을 상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러니 동양 여성들의 외모는 그그러한 특징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죠.


지나친 비약일까요?


다음은 독일의 호른바X라는 회사의 광고입니다. 황홀한 표정의 동양 여성이 맡고 있는 냄새는 백인 남성들의 땀에 절은 속옷 냄새입니다. 동양 여성들이 백인들 땀냄새에 이렇게 행복해 한다구요? 이런 정신나간 광고가 회의를 통과하고 촬영을 하고 편집을 하고 방송될 때까지 그 어떤 제재도 받지 않은 곳이 서양(독일)입니다.

이게 봄 내음이지~?!

우리는 이 광고를 통해 그들이 동양을, 동양 여성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제국주의 시대가 끝난지 수십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일부? 서양인들에게 동양인들은 아직도 미개한 땅에 살고 있는 정복의 대상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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