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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선생 Jan 14. 2019

왜 한국은 낙후된 이미지로 그려질까?

오리엔탈리즘의 또 다른 방향

오늘은 서양이 동양을 보는 왜곡된 시선, 오리엔탈리즘의 또 한 방향. 미개와 낙후를 맡고 있는 대한민국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에드워드 사이드에 의해 개념화된 오리엔탈리즘은 미개와 야만 vs 환상과 신비라는 두 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오리엔탈리즘의 이러한 성격은 구한말 조선을 다녀간 외국인들의 기록인 "착한 미개인, 동양의 현자"라는 책 제목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제국주의 시대, 진화론의 영향으로 서양에 비해 어둡고 낙후된 이미지 또는 서양에 의해 정복되어야 하는 낯설고 이질적인 곳으로 그려지던 동양은 공식적으로 제국주의 시대가 마감된 1945년 이후에도 각종 미디어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헐리우드 영화 등에 의해 생산/소비되는 동양(비서구 지역)에 대한 이미지들은 대략 악마화된 적(중동_)이나 아름답고 환상적인 어떤 곳(일본_), 잘 모르겠지만 신비로운 정신세계(중국_) 등이 대표적인데요. 오리엔탈리즘에서 빼놓을 수 없는 미개와 낙후를 맡고 있는 나라가 있으니 바로...

우리나라, 대한민국입니다.


헐리우드 영화나 미국 드라마에서 한국은 '악의 축' 북한과 대치한 나라, 가부장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질서가 지배하는 나라, 더럽고 낙후되어 있는 나라, 그래서 온갖 전염병이 창궐해도 전혀 이질감이 없는 나라로 묘사됩니다.

한강대교? (미드 Lost)

어떤 사람들은 이에 분노하면서도 '우리가 힘이 없는 탓'이니 더 나라를 발전시켜 저들이 무시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하십니다만, 우리나라는 IMF에서 선정한 세계 10대 선진국이자 세계 6대 무역국입니다. 뭘 더 얼마나 발전을 해야 저들이 알아줄까요?

더러운 식탁에서 백사를 토막치는 사장님(미드 하와이 파이브 오)

문제는 우리가 힘이 없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한국(동양)을 인식하는 저들의 시각이야말로 문제인 것입니다. 모든 서양인들이야 아니겠습니다만, 적지 않은 서양인들이 보고 싶어 하는 한국(동양)은 낙후되고 야만적이며 불결한 어떤 곳입니다.

좀비 바이러스의 원산지(?) 한국 (영화 월드 워 Z)

그들에게는 실제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심지어 어디 있는지)는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영화 혹은 드라마를 통해 낯설고 이질적이며 (자신들이 사는 곳과 대비하여) 더럽고 낙후된 어떤 장소와 그곳에서 희망없이 불행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고 싶은 것이 그들이 원하는 것이죠.

우리가 몰랐던 포항 (미드 하와이 파이브 오)

이러한 욕망 때문에 영화나 드라마에서 묘사되고 있는 한국은 꼭 한국일 필요조차 없는 것입니다. 저공비행으로 정글 위를 날아 침투하는 헬기 아래 '포항'이라는 지명이 뜨든(미드 하와이 파이브 오), 자유를 억압하는 독재자와 싸우기 위해 북한으로 날아가는 비행기 아래에 베트남 삿갓을 쓴 농부가 시커먼 물소를 몰든(영화 007 다이 어나더데이),

한국 절?(영화 007 다이 어나더데이)

나쁜 놈들(?)을 물리친 제임스 본드가 북한을 빠져나와 본드걸과 사랑을 나누는 남한의 어느 절이 (↑)이렇게 생기든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영화 007 다이 어나더데이). 놀랍게도 이 영화에서 본드와 본드걸은 절의 법당 안으로 들어가 부처님 앞에서 섹ㅅ.. 사랑을 나눕니다.


다른 건 그렇다치더라도 남의 종교사원에서 남녀가 저런 짓을 벌일 수 있을 거라는 흉측한 상상이 제작비 1억 달러가 넘는 영화에서 태연히 구현될 수 있다는 사실이 경악스럽기만 합니다.


어벤져스 2나 드라마 Sense8 등 한국의 현재에 가까운 모습을 담은 영화들도 늘어가고 있지만 한국에 대한 이러한 이미지들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그들이 보고 싶은 것이 실제 한국과 한국인이 아니라 미개와 낙후 그리고 낯선 동양의 풍경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 한국일까요? 그들은 삼성폰도 현대차도 사랑해요 엘지도 모르는 것일까요?

사실상 그들은 잘 모릅니다. 그러나 그 이유는 나라의 힘이 없다는데 있지 않습니다. 일차적으로는 그들의 무식함이 원인이겠고 다음으로는 한국의 세계적 기업들이 해 온 마케팅에도 이유가 있겠죠. 하지만 이 글에서는 그걸 말씀드리려는 게 아니니 이만 줄이겠습니다.

미군과 소녀 (한국전쟁 기록사진)

그들이 한국을 미개와 낙후의 대명사로 떠올리는 이유는 한국이 갖는 대표성에 있습니다. 극히 최근까지 서양, 특히 미국에서 한국은 한국전쟁으로 기억되던 나라입니다. 군인들만 해도 170만명이 넘는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이 전쟁의 참화로 갈기갈기 찢긴 산하와 굶주리고 병든 한국인들을 목격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 한국에서 보고 온 것들을 이야기했겠지요. 그렇게 미국에서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형성되었습니다. 미국에 이민가 계신 분들 역시 우리나라가 살기 힘들었을 시절의 기억을 가진 분들이 많습니다. 한번 형성된 도식은 쉽게 바뀌지 않죠.


하지만, 이러한 이미지들이 미치는 가장 부정적인 영향은 세계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왜곡되고 부정적인 정보를 확대 재생산한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야 저런 이미지들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한국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굳이 찾아서 알려고 하지 않으면 끝까지 모르고 지나가기 쉽기 때문이죠.


또 한 가지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은,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만나는 다른 나라들에 대한 이미지들도 한국처럼 이런 식으로 왜곡돼있지는 않은가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옛날부터 보아왔던 수많은 외화 속, 이질적이고 낯설었던, 때로는 더럽고 미개했던 그 사람들의 실제 모습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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