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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선생 Apr 28. 2021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던 돈과 행복의 관계

돈은 행복과 관계없을까?

돈과 행복은 관계가 없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복잡한 심정이 된다. 독자 여러분도 마찬가지이실 것이다. ‘아, 내가 행복하지 못한 게 돈에 너무 연연해서였나?’ ‘그래, 돈이 뭐가 중요해. 돈이 많아도 불행한 사람이 많은데..’ 하다가도, 당장 대출받은 거 값아야 하고 부모님 병원비에 아이들 학원비는 나가야 하는데 경조사는 자꾸 돌아오는 현실과 마주치면 당장 은행 잔고가 원망스러워지는 그런 마음 말이다.


행복연구에서 돈은 행복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상식으로 통한다. 이스털린의 역설이라는 것이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이 밝혀낸 것으로 소득이 일정 수준에 올라 기본적 욕구가 충족되면 소득증가가 더 이상 행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스털린에 따르면 그 기준은 대략 국민소득 2만 달러 선에서 결정된다. 우리나라는 몇년 전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었다. 2만 달러를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우리가 불행한 이유는 돈에 있지 않은 것이 아닌가.


그런데 세상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행복과 돈의 관계에 대한 연구들만 조금 더 들여다봐도 행복에 돈이 중요하다는 것은 금방 알 수 있다. 이를테면, 국가의 행복도를 조사한 연구들에서 행복도가 높은 곳은 예외없이 부유한 나라다. 경제수준이 높고 복지가 잘 되어 있는 나라들의 행복도는 그렇지 않은 나라들보다 확실히 높았다. 단언컨대, 행복을 가로막는 가장 일상적인 장애물은 빈곤이다.


더군다나 한 국가 안에서도 부유한 사람일수록 행복도가 높다. 뉴욕타임스의 조사에서 가계소득이 연 25만 달러 이상인 미국인은 90%가 아주 행복하다고 응답했고 이는 3만 달러 이하인 사람들의 42%보다 높았다. 25만 달러면 이 글을 쓰는 오늘 환율(1$=1,112원/2021년 4월 28일) 기준으로 2억 8천만원 가까운 돈이다.


그렇다면 과연 돈이 얼마나 있어야 행복할까? 최근의 연구들을 보면, 이스털린이 이야기한 국민소득 2만 달러는 더 이상 그 기준이 되지 못할 듯하다. 대니얼 카너먼의 2010년 연구에 따르면 소득이 많아져도 행복지수가 더 올라가지 않는 기준점은 연소득 7만 5천 달러였다. 이 글을 쓰는 오늘 환율(1$=1,112원) 기준으로 8천3백만원이 넘는 돈이다. 연봉 8천이라, 생각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8천까지는 돈과 행복이 같이 간다

이쯤 되면 현재의 한국인들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의 상당 부분은 돈 때문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이런 결과들은 이스털린의 역설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놀랍도록,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이스털린이 2만 달러의 기준을 이야기한 것이 1973년이라는 사실이다. 국민소득이 2만 달러가 넘으면 돈은 더 이상 행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중에는 지금이 2021년이라는 사실을 말하는 이가 아무도 없다.

우리는 48년 전 자료를 가지고 행복에 돈은 중요하지 않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돈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보다 훨씬 행복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돈이 있으면 건강을 잘 유지할 수 있고 긍정적인 사회적 관계에 노출될 가능성도 커지며 충분한 여가와 휴식을 즐기고 때로 정신과에 가거나 상담을 받으면서 멘탈을 관리할 수도 있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행복에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행복연구들은 어차피 돈 벌어봐야 더 행복해지지 않으니 돈 벌겠다고 아등바등 사는 짓은 포기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물론, 행복은 객관적 조건과 주관적 기대의 비율로 결정된다. 아무리 많이 가져도 더 가지길 원하는 사람에게 행복은 머나먼 일일 것이다.


예를 들면, 한국인들이 앞으로 돈을 더 많이 벌어도 좀처럼 행복해질 것 같지 않은 이유는 그 기준이 너무나 높기 때문이다. 연세대학교 염유식 교수의 연구에서 한국인들이 돈이 이 정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가장 많이 응답한 액수는 10~50억(39.25%)이었다. 평균 21억, 대한민국 상위 1%에 해당하는 돈이다.


사실상 우리나라의 모든 사람이 21억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불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거기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불행해하는 것은 현명한 태도가 아니다. 최근 유행하는(?) '벼락거지'라는 말은 한국인들이 얼마나 행복하기 어려운 마음의 습관을 가지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대충 벼락부자의 반대말

내 자산은 변동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돈을 번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그 돈을 가지지 못한 자신을 거지라고 생각한다니 기도 안 차는 논리 전개다. 애초에 투자 대비 돈을 번 사람이 몇 명이며 그 돈을 자신이 투자했다고 한들 내가 돈을 벌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러나 벼락거지라는 말이 나올만큼 돈 번 이들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이 큰 이유도 사회에 막 발을 내딛은 청년들의 상당수가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하고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월급의 대부분을 털어넣으며 살다가 50대 초반이면 퇴직해야 하는 노인 빈곤율 1위 나라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돈은 행복에 중요하지 않다고 되뇌이는 것은 현실에 눈감는 일이거나 자신을 기만하는 행위다.


돈은 중요하다.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돈을 추구해야 한다. 돈이 필요한 사람은 열심히 돈을 추구하면 된다. 돈이 목표라면 돈을 추구하는 것이 행복이 아닐 이유가 없다.


다만 돈을 버는 것이 최우선이 되어 일상의 소중한 것을 놓치지 않아야 할 일이고, 돈을 버는 것이 힘들고 고되지만 돈이 목표라면 돈을 버는 그 시간이 의미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목표로 한 돈을 벌지 못했다고 인생에 실패했거나 불행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알고 있어야 한다.


당장 원하는 만큼의 돈이 수중에 없다고 해서 그만한 돈이 생길 때까지의 인생의 모든 날들을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행복해질 일은 영원히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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