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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선생 Jun 23. 2022

반사회성(antisocial) 성격의 캐릭터 만들기

성격 스펙트럼 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회유지를 위해 모든 사람이 지켜야 할 법과 규칙을 지키지 않고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성격유형을 뜻한다. 범죄/수사물 창작자들이 선호하는 악역의 성격장애다. 자기만의 ‘사회’적 규칙이 있지만, 정작 현실 사회의 규칙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타인을 배제하는 것에 스스럼 없다. 


그래서 타인에 대해, 때로는 자신이 가까운 관계나 사회에 미치는 해악에 대해 관심 없다. 오직 외부의 영향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만 관심 있을 뿐이다. 자신을 사회 안의 구성원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자신을 구분 짓고 자신을 사회의 외부적 존재로 여기며, 자신을 우선시 한다. 


하지만 많은 작품에서 반사회적 성격장애의 빌런을 그릴 때 지나치게 전형적인 모습으로만 그리는 방식에 대해선 심리학자이자 독자로서 아쉬움이 크다 . 극 중에서 범죄자의 범죄 추동 이유에 대해 ‘걘 원래 소시오패스니깐...’라고 단순하게 설명하는 건 인물을 평면적으로 그리는 동시에 인간에 대한 사유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심리학적 표현으로 ‘잘 기능하는 사람’, ‘적응적인 사람’도 약간의 성격 장애적 특성(반사회성, 편집성 성격장애 등)과 약간의 신경증 특성(불안, 우울 장애 등)을 가지고 산다. 이점을 염두에 둔다면 작가가 반사회성 인물을 그릴 때나 심지어 정의로운 인물을 그릴 때에도 복합적인 면모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1) 일반적 특징

소시오패스. 거짓말, 공격성, 무책임, 문란함, 범죄의 아이콘.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음을 알고 그것이 법과 규칙을 위반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정도가 약한 경우에는 리더십있고 추진력있는 성격으로, 심지어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군인, 경찰이나 사업가, 정치가, 교수 등 엘리트 집단에서 종종 보인다. <경이로운 소문>의 중진시장 신명휘(최광일 분)처럼 뛰어난 수완가이자 정치가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목표에 방해가 되는 대상은 제거하고 자신으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는 모습으로 그릴 수도 있고, <추격자>의 지영민(하정우 분)과 같이 살인을 즐기는 연쇄살인마로 그리기도 한다. 


성인들에게 진단되지만 아동청소년기부터 절도, 폭력, 가출 등의 문제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상당히 논리적이며 망상 등의 증상은 없다. 100명 중 1,2명 꼴로 의외로 흔한 성격유형이며 남자가 여자보다 좀더 많다. 자기애성 성격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행동특성

충동적이고 강압적인 행동. 위험이나 처벌에 위축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관철한다. 타인의 권리와 사회적 규칙, 관습, 도덕을 무시하기 때문에 범죄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반사회성 성격인 모두가 범죄자인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타인을 신뢰하지 않아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며, 자신의 행위가 가족이나 동료나 친구들에게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 


그 결과 많은 이들이 이들에게서 위협을 느낀다. 일이 잘 될 때는 예의바르고 호의적이지만 일이 잘못되면 화를 내며 복수심에 불타 급격히 공격적으로 바뀐다. 지능이 높은 소시오패스는 자신의 의도를 숨길 수 있다. 그것이 자신의 이익에 부합한다면 더욱 그렇다.      


무의식적 행동/욕구

자신만의 정의를 주장하며 매사에 남을 이기려고 한다. 힘없는 자가 잘못이며 힘을 가진 자가 정의라는 것이다. 힘, 권력, 금력 등을 정의라 생각하고 이를 이용해 타인의 권리를 무시하고 사익을 추구한다. 한편 외부 환경을 위협적으로 지각하고 늘 경계한다. 자신의 공격성을 타인의 탓으로 돌리고 그에 대한 정당한 처벌이라고 생각한다. 


(2) 왜 반사회성 성격이 되는가     


유전적 요인

연구결과 범죄성향, 정신병질, 반사회성 성격장애는 4,50%의 유전 가능성을 보인다. 입양아 연구에서도 유전과 환경의 영향은 서로 명확히 구분되지 않았다. 공감능력의 결여는 반사회성 성격장애의 중요한 특징이다. 공감이란 ‘타인의 감정과 고통을 함께 하는 것’으로 이들은 다른 사람의 마음에 도통 관심이 없다. 


그 이유로 이들의 뇌가 감정 조절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영역의 부피가 18%정도 감소했으며, 충동 통제와 의사결정을 조절하는 전전두피질의 활성도가 떨어져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이라고 생물학적인 추론이 가능하다.     


부모와의 관계

부모, 특히 어머니와의 기본적 신뢰의 결여가 반사회성 성격의 원인으로 꼽힌다. 아이에게 가장 신뢰를 주어야 할 어머니의 학대적이고 폭력적인 양육은 타인에 대한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태도를 불러일으킨다.

<베이츠 모텔>은 영화 <싸이코>의 속편 TV시리즈로 드라마 속 노먼 모자의 관계를 보면, 적절치 못한 밀착과 학대가 반복된다. 노먼의 어머니 노마는 노먼에게 이성과 성관계를 맺으면 지옥불에 떨어진다고 하며 아들을 과도하게 통제하고,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남자답지 않다, 능력이 없다’ 등의 폭언과 모욕을 일삼는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자신과 함께 하는 유일한 양육자는 어머니로, 이 영화는 양육자와의 관계가 개인에게 어떻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극단적인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어머니 노마가 죽은 후에도 노먼에게 어머니의 영향은 계속된다. 노먼은 노마의 인격을 가지게 되는데, 노마의 인격은 노먼에게 방해가 되는 인간이나 추잡한 짓을 저지르는 인간, 특히 여자를 죽여버리라고 소리치고 노먼은 거부해보지만, 매번 굴복하고 만다.      

핵심 원인

어린시절의 학대적 양육이 필수적? 부모의 무관심하고 무책임한 태도 정도로는 반사회성 성격 장애까지 도달하기 어렵다. 심한 폭언과 체벌, 모든 문제의 원인이 너라는 식의 적대적인 태도는 타인에 대한 강한 불신은 물론 전반적인 세계를 적대적으로 지각하고 그에 대해 공격적인 행동을 표출하게 만든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의 학대를 참고 견디지만 그 이유는 부모가 힘이 더 세기 때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힘을 갖게 되면 남들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믿으며 그러기 위해 힘을 추구하고 힘으로 모든 것을 정당화하는 신념체계를 발달시킨다. 작품에서 반사회성 성격의 인물을 그릴 때 원인과 어린 시절을 반드시 언급할 필요는 없지만, 인물을 설정할 때 이에 대한 다각도의 접근은 필요하다. 인물의 개인적 역사에 따라 그 인물의 사고 체계나 약점, 행동 패턴을 설정해, 작가 자신만의 고유한 특성을 지닌 인물을 만들 수 있으니 말이다.      

병리

정신증적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병이라 생각하기 어려우며, 힘의 논리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때문에 자신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철저히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성공을 거두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뚜렷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잡아 넣기도 어렵다.     


범죄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거나 자신의 이익에 방해되는 요소들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범죄를 저지른다. 그래서 많은 심리학자들은 끔찍한 일을 저질렀으나 반성을 모르는 범죄자들이 익명에 숨지 않고 포토라인에 서서 자신이 노출되어 사회적 지탄을 받고 범죄자는 꼭 잡힌다는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이 잠재적 범죄를 막는 데에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반사회성 성격의 범죄자는 자체적으로 통제가 불가능하니, 사회적 처벌로 외부에서 강하게 통제하는 것이 그의 범죄를 막는 방법 중 하나다.      


(3)설정하기


부모와의 관계/양육

부모의 학대적 양육과 그것을 정당화시킬 수 있을 만한 설정이 요구된다. 아무 이유없이 자기 자식을 학대할 부모는 존재하기 어려우므로. 부모의 반사회성 성격이나 거듭된 좌절 등으로 인한 공격성의 증가와 같은 전제가 있는 편이 좋다. 


또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수단도 정당화하는 교육방침 역시 반사회성 성격의 형성과 관련있다. <펜트하우스>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짓밟거나 의도적인 협력을 하는 어른들로 인해 그 아이들도 부모와 같은 모습으로 경쟁에서 이기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친구들을 괴롭히거나 때로는 교사나 다른 어른들까지도 협박하기에 이른다. 

청소년 시기에는 감정과 본능을 담당하는 변연계에 비해 이를 통제하고 통합적인 의사 결정을 하는 전두엽의 발달이 더 점진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충동성을 억제하기 힘든데, <펜트하우스>와 같은 부모와 함께라면 아이들의 전두엽 발달은 미비할 수 밖에 없다.     


그 외에, 생활이 불가능한 정도의 빈곤이나 무분별한 폭력에 노출되는 등 환경도 아이의 반사회적 행동을 예측하는 중요 요인으로 꼽힌다.      


취약상황, 갈등요인

-자신의 신념체계(힘이 곧 정의다)에 반하는 사건이나 인물의 존재로 불편감을 느낀다. 자신의 이익추구에 방해되는 요인이 나타나면 곧 이를 제거하려 하기 때문에 이러한 행동들이 폭력이나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단발 머리의 살인마 안톤 시거(하비에르 바르뎀 분)는 사람을 죽일 때 자신만의 규칙을 적용하며, 자신이 세운 계획을 반드시 실행하는 사람이다. 그가 살인을 하기 전에 동전을 던져 결정하는데, 어느 면인지 맞히지 못한 사람은 그에게 살해 당한다. 

영화 초반에 그가 주로 사용하는 살해 도구는 ‘캐틀건’이라는 산소통이 달린 도살용 공기총으로 피해자들 머리에 쏴서 피를 최소화해서 확실하게 죽이는데, 이를 통해 그가 자신의 몸에 피 묻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자신이 죽이려는 대상 외에 부수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캐틀건을 사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더더욱이나 캐틀건 사용으로 그가 살인을 도축과 같은 의미로 여긴다는 것을 나타내, 섬뜩함을 더한다. 


영화에서 그가 왜 살인을 시작했고, 자신만의 특이한 규칙으로 살인을 하는지에 대해선 따로 설명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인물이 시종일관 차분한 태도로 자신만의 규칙을 적용해가며 필요 없는 살인을 지속해나가는 것을 보면, 영화에서 그의 살인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은 없어보인다. 사람의 안위를 생각하지 않고 현실 사회의 규칙도 중요하지 않으며, 자신의 규칙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안톤 시거는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주는 악역 중 하나다.           


범죄

반사회적 캐릭터가 범죄를 저지를 때, 사회상규를 어길 때의 키워드는 “왜 안 되는데?”일 것이다. 그들은 지름길이 있는데 굳이 돌아서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법과 규칙을 지키는 사람들은 고지식하고 꽉 막힌 사람들이라고 폄하하며 자신들은 그저 ‘유연하게 상황에 따라 가지고 있는 힘을 잘 활용하는 것’이라고 둘러댄다.


편집적 캐릭터가 자신만의 규칙에 따라 남을 계도하기 위해 악플을 단다면, 반사회적 캐릭터는 그냥 악플을 달면 재미있으니까 그렇게 한다. 자기애적 캐릭터가 상대를 짓밟아서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 집단따돌림을 계획한다면 반사회적 캐릭터는 괴롭힘 당하는 상대가 괴로워하든 말든 관심이 없으며 자신이 휘두를 수 있는 권력을 실감할 수 있기 때문에 집단따돌림의 중심에 선다. 

그의 내면에는 강박적 캐릭터같은 질서가 없다. 다만 악을 저질러서 얻는 순간적 쾌감이 있다. 그들은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때문에 처벌을 받아도 교화되지 않는다. 이들은 내 주변 어디에나 있는 “술 먹으면 개 되는 그 사람”이다. 충동 조절이 되지 않기 때문에 버럭 화를 내고 술에 취해서 다른 사람과 시비가 붙어 싸우거나 물건을 부수고 가까운 이를 감정적으로 몰아붙인다. 우리가 미디어에서 보는 “묻지마 폭행”의 피의자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아시안을 향해 혐오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 이들은 모두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그야말로 우리 안에 있는 악인 것이다.


다만 지능과 충동성이라는 면에서 다른 두 부류가 각각 존재할 수 있다. 지능이 낮고 충동성이 높은 부류는 동네의 말썽쟁이로 십대 무렵부터 경찰서를 들락거렸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교훈을 얻지 못 하기 때문에 본격적 처벌의 유예를 받는 십대를 그냥 넘겨버리고 군대나 첫 직장에서 본격적인 첫 사고를 치고 이후의 삶도 별다르지 않게 살아간다. 

지능이 높고 충동성도 높은 부류는 교훈을 얻진 않지만 처벌을 받기 싫기 때문에 교묘하게 들키지 않는 선에서 충동을 해소하게 된다. 이들은 자신을 매력적으로 포장하는 법을 금방 배워서 남을 기만하고 이에 속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욕망을 해소한다. 이런 이들을 정장을 입은 뱀 snake in suit 라고 부르기도 한다. 영국 드라마 셜록에서 모리아티가 대표적인 캐릭터이며, 정치인이나 대기업 총수, 유명 연예인 중 성범죄나 경제범죄, 마약범죄에 연루된 사람들이 이런 사람들이라고 하겠다.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을 묘사하는 키워드

#whynot? # 왜안되는데? #주먹이곧법이다 #내가그렇다면그런줄알아 #반성그거쫄보나하는거야 #왜울어뭐가무서운지모르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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