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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선생 Jun 10. 2024

맹모삼천지교가 잘못된 이유

결국 부모가 바뀌어야 한다

한국 부모들의 자식사랑은 말 그대로 '끔찍'하다. 그들은 자식을 위해서라면, 자식이 잘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한다. 수능날 자식들이 시험보는 수험장 앞에서 하루 종일 추위에 떨며 기도하는 어머니의 모습에서부터 내 자식에게 창피를 줬다고 학교에 찾아와 교사를 폭행하는 아버지에 이르기까지..


K-드라마와 영화에도 이러한 끔찍한 자식 사랑이 잘 묘사되어 있다. 작년 방영한 넷플릭스 드라마 <무빙>의 전직 요원들은 이미 은퇴한 후지만 자식을 지키기 위해 최고의 전투력을 발휘한다. 2019년 방영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도 자식을 위해서는 뭐든 하겠다는 우리네 부모님들의 의지가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한국 부모들의 끔찍한 자식 사랑은 유래가 깊다. 구한말 한국을 방문한 프랑스의 한 주교는 한국 부모들의 자식 사랑을 소개하며 이는 중국이나 일본 등의 주변국이나 심지어 유럽에도 없는 일이라며 놀라워했다. 그가 놀란 지점은 한국의 부모들은 아무리 살기가 어려워도 아이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 아무리 가난한 집이라도 자녀 교육에는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었다. 


한국의 부모들이 자녀 교육에 모든 것을 쏟은 이유는 첫째, 입신양명의 유교적 전통 때문이고, 둘째, 신분제가 사라진 현대 사회 이후 교육이야말로 평범한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이다. 자식은 미래다. 따라서 부모의 현재는 힘들고 어려워도 자녀에게만큼은 모든 것을 쏟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시점 이후, 한국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상당히 왜곡되는 양상을 보인다. 그 시초는 자녀 교육에서 아버지가 빠지면서부터다. 조선시대부터도 자식(특히 아들)의 성공은 사회적 활동이 제한된 여성의 존재 증명이었기에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열의는 지극했다. 하지만 현대 사회 들어 아버지들의 산업의 역군으로서 바깥에서 쓰임을 받는 동안 자식 교육은 어머니의 몫으로 굳어졌다.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가려면 꼭 필요한 세 가지 조건이 "엄마의 정보력과 아빠의 무관심, 조부모의 재력"이라는 말에서 현대 한국 사회의 부모-자녀 관계의 문제가 모두 드러난다. 자녀의 교육에 아버지를 소외시킨 것이 첫번째 문제고, 자녀의 교육을 입시에 한정짓는 것이 두 번째 문제다. 


아이의 발달에서 아버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아버지는 격렬한 신체 놀이를 통해 아이들의 신체발달 및 두뇌와 신체의 협응을 돕고, 다양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놀이의 규칙과 사회적 기술 발달에 이바지한다. 아무래도 내 아이의 안위가 최우선인 어머니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아버지는 채워줄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교육에는 자녀의 독립성, 도덕성, 사회성, 인성 등이 포함된다. 내 자식의 성공만을 바라보며 자녀가 올바른 자아를 키우는 것도 주변을 배려하고 사회의 규칙을 지키는 것도 관심이 없다면, 그 자식이 커서 성공을 한들 그것이 어디에 어떻게 쓰일 것인가. 참고로 자신의 욕구 충족을 위해 타인을 착취하고 사회적 규범을 무시하는 이들을 반사회성 성격장애 또는 소시오패스라 한다. 

부모들이 자식 공부 시키려고 하는 "너 공부 안 하면 저 사람처럼 된다"는 말도 전형적인 소시오패스의 언어다. 이런 말을 듣고 자란 아이들이 사회적 성취만이 존재이유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무시해도 좋다는 사고방식을 갖게 되리라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 


내 새끼만 잘 되면 된다는, 내 새끼를 위해서는 뭐든지 하겠다는 한국의 자녀 교육은 소시오패스를 양산하는 교육인 것이다. (물론 소시오패스는 유전적 요인이 더해져야 발현된다고는 하지만..)


필자가 한국 부모들의 자녀 교육이 잘못되었고 그 일차적 원인이 자녀 교육에서 아버지가 소외되는 데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한국의 부모-자녀 관계, 특히 한국의 어머니-자녀 관계가 지나치게 밀착적이기 때문이다. 


모계사회적 특성이 강한 한국 문화에서 원체 자식 교육에 어머니의 영향력이 강한데다가, 한국의 양육은 세계적으로 어머니-자녀 관계가 밀착되어 있다. 한국의 자녀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어머니와 같은 방에서 자고 어머니의 등에 업혀 어머니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어머니와 감정을 주고받는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한국의 아이들은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을 받아 자신감을 얻고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으며, 내가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조건없이 마음을 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씨를 배웠다. 그러나 그것은 엄격한 '아버지'와 '스승'의 교육, 친우들과의 교류를 통한 균형이 있어야 비로소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자녀의 교육적 성취가 어머니의 존재 이유가 되어 버린 현대 사회에 들어 이같은 균형은 상실된지 오래다. 어머니가 양육과 훈육, 교육을 다 같이 담당하다보니 아이들은 혼란스럽고, 아이들의 성장에서 균형을 이루어야 할 가치들은 잊혀져 가고 있다. 


작금의 한국사회의 문제들이 '어머니들'의 잘못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자녀의 성취에만 모든 것을 걸게 된 원인, 자녀 교육의 책임이 어머니들에게만 주어지게 된 원인은 우리 사회의 역사적 맥락에서 찾아야 하며 그 해답 또한 모두가 고민해야 할 문제다.

그림출처: 다음채널홈 '연애의 과학'

요는 무엇이 진정으로 자녀를 위한 일인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지나칠 정도로 밀착적인 한국의 어머니-자녀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자녀의 심리적 독립이다. 밀착된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자녀들은 쉽게 의존적이 되며, 어머니의 인정을 받지 못하면 불안에 시달린다. 유난히 강한 한국인들의 인정욕구의 근원은 결국 어머니의 인정이다.


한국인들은 한국 사회가 남들의 눈치를 보게 만들고 어떠한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그 사람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사회라고 주장한다. 생각해보자. 그 사회를 만든 것은 부모들이다. 그건 다 우리의 부모님들이 하시는 말씀이고 그런 말씀을 듣고 자란 것이 우리들이다.


부모가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이 흔들릴 리 없다. 남들이 만든 기준에 도달하지 못해도 괜찮다. 그러한 기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실패한 것이 아니다. 어디서 무슨 일을 하건 너의 인생을 살아라. 부모님들이 이렇게 말해주었다면 지금의 우리들이 이토록 불안하고 불행할 리 없다. 


물론, 나이가 이 정도나 돼 보니까, 부모님들이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이해는 간다. 다 내 자식 잘 되길 바라서다. 내 자식이 우리 사회에서 성공했으면 좋겠고, 남들의 무시를 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런 말씀도 하신 게다.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는 아무도 행복해질 수 없다. 아무도 자신의 삶을 살 수 없다. 지금도 자아를 발달시키기 보다는 부모의 말을 따라 학원을 전전하고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수학을 공부하는 아이들이 의사가 되고 판검사가 되면 행복해질까. 대기업에 가서 1억 연봉을 받으면 자신의 삶을 살 수 있을까?


소수의 선택받은 사람만 성공하는 것 같고 그렇지 못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스스로를 실패자로 낙인찍고 남들의 시선에 흔들리며 불안에 시달리는 시대는 이제 멈춰야 한다. 아이들은 바꿀 수 없다. 따라서 이제는 부모가 바뀌어야 한다. 


맹모삼천지교는 틀렸다. 한국 어머니들이 가장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맹자 어머니는 중국사람이라는 점이다. 중국은 우리와 문화가 다르다. 부모-자녀 관계도 다르다. 심리적 욕구와 그 충족 방식도 다르다. 


또한 넓고 넓은 중국 땅, 길고 긴 중국 역사에서 그런 교육방법으로 성공한 사람이 맹자 한 분이라는 사실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맹자는 세계 3대 성인에 들어가는 공자님 다음 가는 성인(亞聖)이다. 내 자식이 인류사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성인의 자질을 지녔을까? 자기객관화는 나 뿐만 아니라 내 새끼에게도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어머니는 석봉의 어머니다. 떡을 팔아 자식을 가르쳤던 석봉 어머니는 아들이 어머니가 보고 싶다고 공부를 그만두고 돌아오자, 매섭게 아들을 다그쳐 다시 돌려 보냈다.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좋은 학군으로의 이사가 아닌 아닌 심리적 독립이다.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가르침이다. 자녀의 행복을 진정으로 바라는 부모라면 반드시 생각해 보아야 할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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