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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선생 Aug 08. 2022

편집성 성격의 캐릭터 만들기

창작자를 위한 심리사전 ④

편집성 성격의 인물은 끊임없이 의심하고 자신의 잘못된 믿음에 대한 근거를 찾아 복수한다. 그는 타인의 선한 행위도 악의적으로 해석하면서 갈등을 유발하는 인물로, 이야기에서 주로 주인공이나 세상을 위협하는 빌런으로 등장한다. 이야기에서 편집성 성격의 인물 등장은 스릴과 서스펜스를 유발한다. 


그의 왜곡된 사고와 지속적인 원한은 극 중 인물들이 어떤 노력을 하더라도 극을 파국으로 이끌기에 충분하다. 왜냐하면 편집성 성격의 인물은 사소한 친절에서도 부정적인 신호를 읽고(예. 슈퍼마켓 직원이 자신에게 웃으면서 인사했다고 자신을 호구로 보는 거라고 생각한다.), 모욕과 경멸 등과 같은 부정적 감정을 자주 경험하고 적대적인 감정을 오랫동안 품으며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 독자와 관객은 주인공이 그를 처치했을 때 안도감을 느끼고, 때로는 빌런인 그의 승리로 공포감이 극대화되기도 한다. 


1) 일반적 특징

의부(처)증. 프로민원러. 블랙컨슈머. 악플러.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들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 타인이 악의를 갖고 자신에게 해를 끼치려 한다는 믿음이 특징이며, 자신의 믿음을 강화시키는 쪽으로 상황과 기억 등을 ‘편집’한다. 끝없는 의심과 집착으로 주위에 있는 이들을 지치게 하며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기 쉽다.      

행동 특성

끊임없는 의심과 경계. 의심스런 대상에 대한 공격과 비난. 평소에 냉정하고 무뚝뚝하며 화를 잘 낸다. 높지만 왜곡된 자존감이 특징으로, 스스로를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자신의 잘못이나 약점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자기애적 성격과 강박적 성격의 특징도 나타난다. 타인을 믿지 못하고 상대방의 사소한 행위를 악의적으로 해석하여 복수심을 품기도 한다. 타인은 믿을 수 없는 존재기 때문에 의존을 극도로 꺼린다. 망상(피해망상)은 편집성 성격장애의 자연스러운 결과.      


무의식적 행동/ 욕구

투사(projection)가 주요 방어기제. 투사란 자신의 무의식적 욕구나 갈등이 다른 사람에게 있다고 믿는 것이다. 자신의 바람직하지 못한 욕구나 동기를 타인에게 전가함으로써 그에 대한 공격을 정당화한다. 즉, 자신이 타인을 믿지 못하는 이유를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속이려 하기 때문’이라 생각하는 것.     


- 한국에서 2005년에 개봉한 <쏘우>는 영화의 마지막 몇 분 동안에 펼쳐진 반전으로 화제성이 높았던 작품이다. 빛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낯선 공간에서 정신을 차린 두 남자. 그들의 발목에는 족쇄와 쇠사슬에 붙들려 있고, 자신들 사이에는 시체가 누워있다. 8시간 안에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모두 죽게 된다는 생존 게임을 시작하게 된다. 


(스포일러) 이 생존 게임을 시작한 직쏘는 사실 영화 내내 두 남자와 그 공간에 있었던 시체였고, 영화 마지막에 몸을 일으켜 이 생존 게임을 왜 시작했는지 알려준다. 자신은 말기 암 환자로 죽음이 눈앞에 있는데, 이 두 남자는 살아있는 것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영화에서 직쏘가 어떻게 말기 암 환자가 되었는지, 암으로 인해 삶의 어떤 부분을 포기했는지에 대해선 자세히 다루지는 않는다. 직쏘는 단지 자신이 암으로 죽게 된 것에 대한 분노로, 분노를 타당화하기 위한 적정한 대상들을 발견하고 자신이 세운 근거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며 그들의 생명을 가지고 게임을 시작한다. 


그럴듯한 이유를 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면밀히 들여다보면 직쏘의 논리는 모순적이고 오류와 망상으로 채워져 있다. 자신의 죽음이 두 남자가 자신의 삶에 방자함으로 온 것이 아니니, 자신이 죽는다고 해서 타인을 죽이는 것이 결코 정당화될 수는 없다.      


2) 왜 편집적 성격이 되는가

  

(1) 부모와의 관계

영아기(0~2세)의 신뢰형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 특히 주양육자(부모)의 학대적인 양육을 원인으로 추정할 수 있다. 에릭슨은 이 시기를 ‘신뢰 vs 불신’으로 명명하는데, 갓 태어난 아이가 처음으로 타인(주양육자)을 접하며 외부 세계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주양육자(전통적으로 대개 엄마)는 아이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며 아이는 주양육자의 태도로부터 자기상 및 대인관계의 기술을 받아들인다. 이때 신뢰로운, 즉 애정에 기반한 일관적인 양육태도는 아이가 세상을 신뢰롭게 지각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는데, 주양육자의 학대적인 양육은 아이에게 타인들이 자신을 해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한다. 나를 낳은 사람부터 나에게 해를 끼치는데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다른 사람들은 오죽할 것인가.     

(2) 불신

편집성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불신이 있다. 남을 의심하고 남이 나를 해하려 한다고 믿고 심지어 남을 공격하는 것은 그러한 불신에 대처하기 위한 삶의 방식(성격)이다. 


학대적인 양육은 타인의 무시나 공격, 비판에 과민한 성격을 만드는데, 이를 회피하는 쪽으로 동기화되기도 하지만 자존감이 높은 경우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거꾸로 타인을 공격하는 방향의 행동이 나오기도 한다. 공격은 최선의 방어라는 말이 있듯이.          


(3) 편집적 성격이 병리적이 되는 경우


인간관계 파탄

끊임없는 의심과 자신의 의심을 뒷받침하기 위한 집요한 증거수집과 추궁은 함께 지내는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고 떠나가게 한다. 대인 관계의 실패는 고립으로 이어지고, 고립을 통해 더욱 자신의 믿음을 강화한다.  

음모론에 심취

자신만의 가설 수립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증거 수집을 해, 자신의 가설을 이론화한다. 자신의 이론을 반박에 대해 철저히 무시하면서 다른 사람의 도움이나 개입을 원천차단하기 한다. 이들은 자신의 공포를 투사한 음모론에 쉽게 빠져들며, 자신과 같은 편집성 믿음 체계를 공유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집단을 형성해, 광신도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심한 외상 경험(트라우마) 이후 편집적이 되거나 기존의 편집성이 더 심해질 수 있다. 강박성 성격장애와 공병할 경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익숙하거나 믿을만한 물건을 거주지나 그 주변에 모아서 쌓아두는 호더링(hoardering)을 하기도 한다. 


피해망상

청와대 앞, 광화문 광장 같은 남의 이목을 끄는 장소에서 지리멸렬하고 이상한 문구가 쓰인 플랜카드나 호소문을 걸고 시위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말도 안 되는 내용은 그들에겐 명확한 사실이고 실제 피해이며 그들 나름의 증거도 있는 일이다. 

그들은 정부관료, 유명인, 혹은 자신과 관련된 특정인이 의도를 가지고 자신에게 범죄를 저질러 놓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법망을 빠져나갔으며 지금도 자신을 괴롭힌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공기관에 전화나 투서를 하고 게시판에 중언부언하는 글을 반복하여 올린다.


범죄 사례

편집성이 불러온 관계망상으로 인한 의처증, 의부증이 아주 전형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최근에는 불법촬영과 관련한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여자친구가 배신할지 모른다는 의심 때문에 약점을 잡기 위해 여자친구의 나체나 성관계 장면을 불법 촬영을 하거나 사적 포르노 제작을 강요하거나 이렇게 만든 불법촬영물을 무단 유포하거나 지인과 공유 심지어는 판매하여 수익을 올리는 일 등이다. 이런 경우 강박적 성격과 공병하여 피해자를 극도로 압박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이를 벗어나기 쉽지 않다.       

- 낸시 프라이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 <적과의 동침>에서 아내 로라(줄리아 로버츠)는 의처증과 결벽증을 가지고 있는 남편 마틴에게 지속적으로 행해지는 폭력과 집착으로 힘들어하는 인물이다. 로라를 ‘공주’라고 부르면서 겉으로는 아내를 위하는 것처럼 위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자신과 동일한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고 자신의 소유물로 다루고 있다. 로라는 마틴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물에 빠져 죽은 것으로 위장해 새로운 삶을 살아보려 하지만, 이를 눈치챈 마틴이 로라를 추적해온다. 


영화 마지막에서 마틴은 자신에게 총을 겨누며 떨고 있는 로라에게 ‘공주’라고 부르면서 절대 자신을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한다. 로라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음을 깨닫고 마틴에게 총을 발사한다.    


편집적 캐릭터가 어떤 규칙이나 규범을 어길 때의 키워드는 ‘그렇게 되도록 허락할까 보냐’가 될 것이다. 편집적 캐릭터는 자기 내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자기를 위해할까봐 두려워하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남을 해치는 것에도 저항이 없다. 


히어로의 숙적, 안티 테제로서 등장시키기에 손색이 없는 특성이다. 디씨 코믹스에는 배트맨의 숙적인 조커, 마블 코믹스의 스파이더에게는 그린 고블린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조커와 그린 고블린은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면이 강조되는 데 이 묘사는 편집적 성격 장애 그 자체나 마찬가지이다.

조커와 그린 고블린 모두 자신의 존재 인식과 숙적을 타도하는 명분에 대해 과대망상을 갖고 있는데 연출한 감독과 연기한 배우에 따라 캐릭터 해석이 달라졌지만 상대방에 대한 집착, 자신만이 상대를 이해하며 그렇기때문에 상대방을 쓰러뜨리는 이는 자신이어야만 한다는 논리는 변하지 않는다.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1989)에서 조커를 연기한 잭 니콜슨,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 맨 삼부작에서 그린 고블린을 연기한 윌럼 더포가 이를 매우 잘 묘사하였다.        

 


3) 설정하기

(1) 부모와의 관계/ 양육

주양육자(부모)의 학대적이고 분노에 찬 태도가 기본적. 강한 분노를 가진 부모에게 양육된 아이는 자신을 부모와 동일시하면서 누적된 분노를 타인에게 투사한다. 자연히 부모가 아이에게 분노를 드러낼 이유도 있어야 하는데, 원하지 않은 아이가 태어난 경우, 부모의 심각한 좌절이나 상실, 감정조절에 문제가 있는 경우 등이다.     


(2) 취약한 상황/ 갈등요인

근본적인 신뢰의 결여 때문에 인간관계 자체가 쉽지 않다. 자신에게 먼저 다가오는 이들에게도 뭔가 나쁜 의도를 발견하고 차단, 공격하려 한다. 주인공을 안타깝게 여기고 사랑하는 이들마저 주인공의 편집증적 행동 때문에 상처를 입고 불행하질 수 있다는 것이다.


편집성 성격을 가진 사람이 실제로 어떤 피해를 입었을 때, 전적으로 우연히, 나쁜 의도 없는 결과라 할지라도 피해를 끼친 사람에 대한 의심이 증폭되면서 쉽게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           



편집적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을 묘사하는 키워드

#아무도믿을수없어 #나만믿어 #GOODOMENS #어떻게그걸믿지않는거야다가버려 #타협이불가능한빌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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