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를 위한 심리사전 ⑨
관종. 타인의 애정과 관심을 끌기 위한 노력. 화려한 치장과 유혹적인 언행. 때로는 이러한 언행과 감정표현이 지나쳐 ‘연극적’인 느낌을 준다. 그래서 이 유형의 성격장애를 연극성 성격장애라고도 한다. 증상이 가벼울 때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으며 행동이 경박하다는 평가 정도지만, 심각해지면 과장되고 불안정한 정서표현과 지나친 극적 행동을 보인다.
<시카고>의 록시 하트(르네 젤위거)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편마저도 자신의 욕망의 수단으로 이용한다. 록시는 자신을 무대에 올려줄거라는 남자와 불륜을 저지르게 되고 이후 그 남자가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에 분노하며 총으로 쏴죽인다.
자신이 저지른 살인죄를 남편에게 씌우려 시도했지만 실패해 감옥에 들어가게 된다. 거기에 끝난 것이 아니라, 감옥에 들어가서는 변호사 빌리(리차드 기어)와 함께 무죄를 받기 위해 아름다운 피해자를 연기하며 남편의 아이를 임신했다며 사람들의 동정을 이끌어내지만, 이것은 모두 계산된 연극일 뿐이다.
연극성 성격은 문화에 따라 정서를 표현하는 방식, 대인관계 행동 양상, 성별에 따라 허용하는 표현 양식 등이 다르며, 연극성 성격 장애에 대한 진단의 경우, 성별 구분 없이 동일하게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여성에게 보다 빈번하게 진단되는 경향이 있어, 잠재적 편견이 작용될 우려가 있다. 주요우울장애(우울증), 경계성 성격장애, 반사회성 성격장애, 의존성 성격장애와 공존할 확률이 높다.
행동특성
이 유형의 인물은 다른 사람의 주위를 끌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매력적이고 유혹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관계를 안정적으로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신뢰, 인내, 헌신에 대해선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때에 따라서 멀어져 간 관심을 다시 얻기 위해 ‘연기’를 할 순 있겠지만, 특정 대상에게 원하는 관심을 얻은 뒤엔 행동을 철수하고 다른 이들에게 관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이들이 성적으로 적극적이고, 난잡하기에 이르데에는 성적 시도, 행동이야말로 손쉽게 타인의 관심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관심을 얻기 위한 시도로, 성적 행동 그 자체에는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감정과 사고를 쉽게 표현하는 능력이 있다. 자극추구 성향이 높아 충동적인 행동을 한다. 타인의 애정과 관심을 갈망하여 이를 얻을 수만 있다면 거짓도 서슴지 않는다. 관계가 지속될수록 끊임없는 인정을 요구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부담을 느낀다. 관심받는다고 느끼지 못하면 우울해하고 불안해한다.
감정기복이 심한데 누군가 보는 사람이 있을 때 더 그렇다. 화려한 차림이나 과장된 행동, 사소한 자극에 대한 지나친 반응, 극단적인 비이성적 감정표현, 때에 따라선 과도한 비난이나 고통을 호소하는데, 이는 모두 다른 사람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다.
무의식적 행동/욕구
타인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은 강렬한 욕구가 있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된 관계는 매우 피상적이며 곧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난다. 이들은 과장되고 연극적인 자신의 모습과 실제 자신 사이의 괴리를 깨닫지 못하여 의미있고 충실한 삶을 살기 어렵다.
부모와의 관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관련하여 설명된다. 남근기(4~6세)가 되면 아이들은 이성부모를 이성적 사랑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되는데, 이때 이성부모와 동성부모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복잡한 심리적 작용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고 한다.
이를테면, 남자아이는 엄마를 사랑하고 아빠에게 질투심과 공포를 느끼며 아빠에 대한 이러한 감정들을 해결하기 위해 동일시라는 방어기제를 사용하여 아빠의 사회적 역할(성역할 포함)을 받아들이게 된다. 여기서 가족의 형태 및 관계에 따라 여러 형태의 상호작용이 나타나는데 이들이 향후 아이들의 이성관계의 유형에 영향을 미친다.
여성 히스테리성 성격장애 환자일 경우, 남근기 시기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 대신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자 과도한 애교(교태)를 부리게 되고 아버지의 긍정적 반응을 얻으면 이러한 행위양식이 성격으로 고착화된다는 것이다.
핵심 원인
남녀 모두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한 것이 원인이 되어 아버지(또는 아버지의 대체자)의 사랑을 추구하는 성격으로 발전한다. 아버지는 처벌은 거의 하지 않고 아이의 과장된 행동에 간혹 긍정적으로 반응하는데 이것이 강화효과를 일으켜 고유한 행동양식이 된다.
이들이 과장된 행동으로 이성을 유혹하는 이유는 사실 어머니의 따뜻한 관심과 보살핌에 대한 결핍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이성이 실제로 관심을 보이거나 관계가 깊어지면 당황하거나 회피하는 모습을 보인다.
병리
-연애나 성적 관계에서 감정적 친밀감을 이루기 어렵기 때문에 피상적인 이성관계만 반복하다가 공허한 삶을 살게 될 수 있다. 동성친구와의 관계도 자주 악화되는데, 항상 자신이 관심의 중심에 있으려 하고, 그렇지 못할 때에는 우울해하거나 화를 내기 때문이다.
-나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주었던 연인과의 이별은 그동안 연인에게 자신이 어떻게 했는지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이들에게 엄청난 상실감으로 다가온다. 떠나간 연인을 잡기 위한 방법으로 극단적인 선택, 자해나 자살 시도를 할 수 있지만, 대개 죽음 그 자체를 목표로 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행동보다 더 요란하게 표현할 가능성이 높은 특징이 있다.
- 자신의 심리적 갈등을 스스로 성찰하지 않고 병리적 행동을 지속하며 피상적인 관계를 맺거나 관계의 악화를 반복하면서 해결되지 않은 심리적 갈등이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를 신체화라고도 하고 전환신경증, 전환 히스테리라고도 부른다. 신체적으로 아무 이상이 없으나 고통을 느끼며, 타인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그러한 증후를 사용하기도 한다.
범죄
-<원초적 본능>의 캐서린 트라멜(샤론 스톤)은 스릴러 작가로 남성들을 유혹해서 성관계를 하고 죽여버린다. 이를 조사하는 형사마저 유혹해 관계를 맺는다.
고전적인 히스테릭 캐릭터는 흔히 팜므 파탈이라고 하는, 너무나 매력적이지만 너무나 불안정하고 위험해서 자신과 상대 모두 파멸로 몰고 가는 마성적 여성이다. 하지만 원초적 본능의 캐서린같은 캐릭터는 이제 너무 올드스쿨이다. 독자도 이런 캐릭터를 만나면 클리셰라고 생각해 금방 평가절하를 할지도 모른다.
현대의 연극성 성격장애자들은 좀 더 나은 무대를 찾아 떠났는데 그 곳은 바로 인터넷, 특히 sns 계정이다. sns 계정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보다 더 연극적인 장치로 자신을 꾸며서 편집하여 내보일 수 있는 곳이 되었다. 피드백은 즉각적이며 파급력도 전세계적이다.
유튜버들은 구독자수를 늘리고 좋아요를 받기 위해서라면 못할 일이 없다. 본격적으로 무대에 올라 히스테릭한 공연을 펼치진 못하더라도 히스테릭한 스타의 열성팬이 되거나 댓글, DM 등으로 히스테릭한 스타의 일부분을 전유하려는 사람들에게도 sns는 좋은 장소가 된다.
인터넷의 연극성 성격장애자들은 편집성 성격장애자들이 기껏해야 자신의 논리를 ‘복붙 ctrl+c ctrl+v’하는 데 자신의 sns 계정을 사용하는 동안 유명인들의 뒷얘기를 열심히 떠벌이거나 정치적 음모론을 파헤치겠다며 후원계좌로 돈을 모아들이거나 자신의 게시물이나 팔로워가 일정 히트를 넘어서면 뭔가를 하겠다는 공약을 걸고 그 과정 자체를 모두의 흥미진진한 가십거리로 삼곤 한다.
(1)부모와의 관계/양육
어머니의 부족한 사랑이 필수. 어머니가 계시지 않거나 직업이나 우울 등의 정신적 문제로 자녀에게 충분한 사랑을 주지 못할 개연성을 만든다. 아버지는 자식을 사랑하지만 표현에 서툴거나 자녀의 부적절한 행동에 적시에 대응하지 못하는 성격일 가능성이 높다.
아버지 또한 관심과 사랑을 주지 않으면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를 대체할 사람(아버지와 연배가 비슷한 남성)에게 유사한 과정을 보이거나 실제로 유혹할 수 있다.
(2)취약상황, 갈등요인
늘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사랑해주는 사람을 필요로 하며 거부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자신의 유혹이 잘 먹히지 않거나 유혹한 상대가 먼저 떠나는 등의 행동을 하면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해진다.
- 영화 <셰임Shame>에서 주인공 브랜든 설리반(마이클 패시벤더)의 여동생 씨씨(캐리 멀리건)는 깊은 관계를 기피하는 오빠와는 다르게 관계에 몰입하는 것으로 나온다. 영화에서 남매들간의 짧은 대화를 통해 어릴 적 부모에게 적절한 양육을 받지 못했고 부모와의 경험으로 인해 브랜든은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씨씨는 과도하게 친밀감을 추구하게 됐음을 암시한다.
씨씨는 헤어지자는 남자친구에게 매달리다가도 무대 위의 자신에게 반한 오빠의 유부남 상사와 즉흥적으로 성관계를 맺기도 한다. 그 외에도 오빠에게 자신이 외로우니 안아달라며 교태를 부리며 과한 신체 접촉을 하기도 한다. 이에 브랜든은 굳은 표정으로 동생의 행동을 견딜 뿐이다.
영화 후반에는 둘이 심하게 말싸움을 하게 되는데, 브랜든은 홧김에 나갔다 다시 집에 들어왔을 때 욕조에서 팔을 그은채 피를 흘리며 쓰러진 씨씨를 발견한다. 다행히 병원에서 치료 후 씨씨는 다시 의식을 회복한다. <셰임>에서 씨씨는 연극성 성격적 특징과 함께 의존성 성격의 특징을 함께 보인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할 것처럼 주변 사람에게 의지하면서 동시에 관심을 얻기 위해 외모를 꾸미고 교태를 부리다가 과도하게 고통을 호소한다. 씨씨의 과장된 감정 표현, 부적절한 성적 유혹, 피상적 대인관계 양상, 끊임 없는 애정을 갈구하는 모습은 연극성 성격의 인물을 잘 나타내고 있다.
주목받는 것, 내 주장이 남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연극성 성격장애자에겐 참을 수 없는 보상이다. 유명해질 수만 있다면, 악플러인들 뭐가 나쁘랴? 단순히 남을 괴롭히는 게 즐거운 자기애적 성격장애자보다는 조금 더 음습한 의미에서, 이들에게 인터넷상의 악명은 유명하지 못한 것보다 훨씬 가치롭다.
트위터 등지에서 유명한 트롤러들은 자신이 비판하거나 비난하는 사람들이 정말 미워서라기보다는 그런 그들을 공격하는 나에 취해있는 점이 보인다. 그들은 자신의 글을 리트윗하던 사람들이 돌아서면 또 그들을 욕한다. 그들만큼 관심에 목마른 트위터 사용자도 없으리라.
연극성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을 묘사하는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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