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선생 Apr 03. 2023

고속버스에서 ㅅㅅ가 났을 때 대처하는 법

바람직한 성격이란?

고속버스에서 설사가 터져본 적이 있는가. 고속버스에는 화장실이 없다. 3시간 이상의 장거리 노선이 아니라면 중간에 휴게소를 들르는 일도 없다. 도착시간은 아직 멀었는데 아래에서 전해져오는 신호는 점점 주기가 짧아진다. 그 난감함은 직접 경험해본 사람이 아니라도 익히 짐작할 수 있으리라.

이런 상황에 닥치면 사람들의 성격이 드러난다. 어떤 사람은 도착할 때까지 최대한 괄약근에 정신을 집중하고 심호흡을 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사람이 없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 살며시 가방을 열지도 모른다. 여러분 같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는가?


성격이란 어떤 사람에게 고유하게 나타나는 행동의 패턴이다. 


정신역동이론에서는 성격을 욕구충족의 체계로 정의한다. 자신이 바라는 바를 충족하는 방식이 그 사람의 성격이라는 것이다. 터져나오는 설사를 끝까지 참는 사람은 아마도 사회적 규범에 민감하며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며, 다른 사람이야 어쨌건 급한 불(?)부터 끄려는 사람은 자기중심적인 성격에 가까울 것이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성격은 어느 쪽일까? 많은 사람들이 타인들을 위해 자신의 욕구를 참는, 다시 말해 끝까지 설사를 참는 사람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급하디급한 생리적 요구를 참게 되면 결국 몸이 상하게 마련이다. 나의 지인 중에는 고속버스에서 소변을 너무 참아 방광염에 걸린 이도 있다. 남들 생각하다가 제 몸 상하는 성격을 바람직하다고 하긴 어렵다. 

물론 급하다고 아무 데가 싸제끼는 성격은 명백히 나쁜 성격이다. 자기야 시원해졌겠지만 밀폐된 버스 안에서 그 냄새는 어쩔 것이며 그걸 치워야 하는 사람은 또 무슨 잘못인가. 그럼 도대체 어쩌라는 건가 싶겠지만 또 하나의 선택지가 있다. 


바로 기사님께 버스를 세워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휴게소는 아니지만 갓길에라도 차가 서면, 내려서 근처 풀숲에라도 들어가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도착이 조금은 늦어지겠지만 돌아오면서 승객 여러분께 양해를 구하면 될 일이다. 이것이 내 생리적 욕구도 해결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며, 이러한 해결책을 떠올릴 수 있는 이야말로 건강한 성격의 소유자다.


좀 지저분한 예를 들긴 했지만, 이 이야기는 프로이트의 성격이론을 요약한 것이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정신에는 원초아(Id)와 자아(Ego), 초자아(Superego)라는 힘이 작용하고 있다고 보았다. 원초아란 인간의 욕구를 의미하며, 초자아는 사회 유지를 위한 법과 규범들이 내재화된 것을 말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자아(Ego)의 역할이다.

자아(Ego)는 욕구(Id)와 규범(Superego) 사이에서 균형을 맞춘다. 자아가 욕구에 치우치면 제 욕구 채우기에 급급한 성격이, 규범에 치우치면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말은 듣겠지만 자신의 욕구는 충족하지 못하는 성격이 된다. 앞서 말했듯이, 건강한 성격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욕구를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사회적 규범을 어기지 않는다. 


건강한 성격을 가지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욕구를 아는 것이다. 


내가 뭘 원하는지부터 알아야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충족할지 생각할 수 있다. 나의 욕구는 사회적 규범 안에서 충족할 수 있는 종류도 있고 그럴 수 없는 종류도 있다. 하지만 충족하기 어렵다고 해서 무조건 부정하거나 억압하게 되면 더 큰 댓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다. 


그러니 먼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히 하고 난 다음 그것을 충족할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 맞다. 욕구를 충족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꼭 법과 규범을 어기고 반사회적인 방식으로 욕구를 충족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리고 정신적인 문제의 상당 부분은 억압된 욕구에서 비롯된다. 욕구를 조절해야 할 자아가 욕구를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떤 해결이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이드#에고#슈퍼에고#건강한성격#병리적성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