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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선생 Nov 07. 2023

때로는 이성적 판단보다 앞서야 하는 것

감(感)을 무시해서는 안되는 이유


정서와 감정은 엄밀하게 보자면 구별되는 개념이다. 정서는 생물학적 반응, 감정은 그것을 해석해서 받아들인 느낌에 가깝다. 정서는 심리학에서 의외로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는 분야다. 현 심리학의 주제는 인지심리학에 치우쳐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주의, 지각, 학습과 기억에서부터 문제 해결, 의사 결정, 추리와 추론 등의 인지 과정, 범주화와 상징, 창의성에 이르기까지 .. 그러나 정서는 정서를 무엇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정서이론 정도가 전부다. 


감정은 더 연구하기가 까다롭다. 신체적 반응을 받아들이는 과정과 그 결과는 매우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심리학에서는 정서 혹은 감정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서양에서 이러한 경향은 역사가 길다.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의 특징으로 이성이 꼽히면서 감정은 이성을 방해하는 것, 열등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생각하는 사람

그러나 사람은 감정을 가진 존재다. 우리는 다양한 이유에 의해 다양한 감정을 경험한다. 우선 정서는 신체의 반응과 관계 있다. 정서를 생존을 위한 반응으로 보는 입장에 따르면, 어떤 정서를 경험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적절한 행동을 하기 위해서다. 


특정 상황이나 대상에 공포를 느꼈다면 빨리 그곳을 벗어나야 한다. 무언가를 보고 혐오감을 느꼈다면 빨리 그것을 치워야 한다. 다른 개체가 내 먹이를 빼앗았을 때 가만히 있다면 매번 먹이를 뺏기고 말 것이다.

분노

생존을 위한 기본 정서 외에도 사회적 교류와 의사소통을 위한 정서들이 있다.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강조되어온 정서의 이러한 측면은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 생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왔다. 내게 화를 내는 사람에게 나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그 사람이 누구고 나와 어떤 관계이며 지금이 어디이고 무슨 상황인지에 따라 적절한 행동을 하지 않으면 결국 생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타인의 감정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코패스

따라서 내가 느끼는 감정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에 따라 반응하는 것, 다른 이들이 표현하는 감정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에 따라 적절하게 행동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나의 감정을, 타인의 감정을 잘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내 감정을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나의 몸과 마음에 집중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감정은 몸의 변화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최근 왠지 어깨가 자주 뭉친다면 근래에 긴장할 일이 있었다는 의미다. 소화가 잘 되지 않거나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는 것은 우울이나 불안의 신호다. 이러한 신호들에 집중하면서 그러한 감정이 어디서 비롯되었는가를 차분히 생각해 보자.

금방 알 수 있는 감정들도 있지만 무의식의 작용처럼 쉽게 알기 어려운 감정들도 있다. 그러한 감정들은 인정하기 싫은 나의 어두운 면이나 마음이 떠난 연인처럼 받아들이기 싫은 현실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그런 감정들 역시 충분히 시간을 들여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래야 그 이후에 어떤 행동을 할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느낌을 무시하지 말자. 우리 말로 흔히 찜찜하다, 쎄하다..라는 감정들이다.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감정도 아니요, 사회적 교류 상황에서 명확한 지침이 되는 감정도 아닌 이들 감정을 무시하기 곤란한 이유는, 그것들이 우리의 뇌에서 보내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감정을 느끼게 하는 뇌의 부위는 변연계다. 변연계란 생명 유지를 담당하는 뇌의 중심부를 감싸고 있는 부위로 시상하부, 편도체, 해마, 핵.. 등의 기관들이 이에 해당한다. 그 중에서도 편도체의 역할이 중요한데, 편도체는 눈, 코, 귀 등에서 보낸 정보를 일차적으로 처리하여 적절한 반응을 할 수 있게끔 해 주는 기관이다. 공포와 분노 등의 감정과 상대의 감정을 이해하고 반응하는 능력이 이 편도체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명확히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왠지 찜찜하고 쎄한 기분이 들었다면 여러분의 편도체가 뭔가를 감지했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 느낌은 수백만 년 인류 진화과정에서 얻게 된 빅데이터의 결과다. 이성적 판단이 필요한 일을 막연한 감으로 그르쳐서는 안되겠으나, 사소한 느낌을 무시해서 좋지 않은 결과에 이르는 것도 피해야 하겠다.      


#감정#정서#기분#느낌#기본정서#사회적교류#편도체#빅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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