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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샘, 그리고 부러움

상향비교로 인한 분노, 그리고?

by 한선생

A씨는 오랫동안 임용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교수가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노력한지 근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비슷한 시기에 박사학위를 받은 친구들은 이미 다 교수가 되었고 언제부터는 서너 살 이상 차이 나는 후배들의 임용 소식마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거의 10년 차이의 후배마저 꽤 이름 있는 대학의 교수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A씨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급기야는 평소에 가깝게 지냈던 그 후배가 밉다는 마음까지 들 정도였다.


시샘: 부러움이 지나쳐 남을 미워하고 싫어함


시샘은 남이 가진 것을 부러워한 나머지 그 사람을 미워하는 감정이다. 시샘은 비교에서 발생한다. 사람들은 사회적 존재이기에 어떻게든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게 되는데(사회 비교), 비교의 방향에 따라 상향비교와 하향비교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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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향비교는 자신보다 더 나은 조건에 있거나 더 좋은 것을 가진 사람과의 비교, 하향비교는 자신보다 못한 조건에 있거나 좋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과의 비교를 의미한다. 이때 비교의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른 감정이 발생한다. 상향비교에는 부정적 감정이, 하향비교에는 긍정적 감정이 드는데, 시샘은 상향비교 시의 감정이라 할 수 있다.


생물학적 속성 및 기능

남을 시샘할 때의 내수용 감각은 ‘배 아픔’으로 경험된다. 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표현이 그것이다. 실제 복통의 고통까지는 아니겠으나 심한 부러움에는 초조(속이 타는 느낌)하고 속이 불편한(안타까운, 언짢은)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시샘은 상향 비교에서 경험되는 감정이다. 그러나 시샘은 자신이 못 가진 것을 가진 대상에 대한 미움(불호)을 포함하기 때문에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시샘의 대상을 미워하고 공격하거나, 하는 일마다 훼방을 놓고 다른 사람들에게 그에 대한 험담을 하는 등 공격 행위가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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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에 대한 공격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시샘은 분노의 일종이다. 분노가 자신의 소유를 침해당한 데 대한 반응이라면, 시샘은 상대가 가진 것을 ‘내 것에 대한 침탈’로 받아들이는 데서 오는 분노라 할 수 있다. 학술적 개념으로 상대적 박탈감(relative deprivation)이 있다.


사회비교를 통한 시샘은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시샘을 드러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분노와 공격으로 이어지는 시샘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공동체의 조화를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샘의 문화적 맥락

시샘, 즉 시기와 질투는 문화를 막론하고 명백히 부정적인 감정으로 평가받는다. 구성원들 사이의 부정적 감정은 부정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질투(envy)는 서양 문화에서 7대 죄악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사회적으로 금기에 해당하는 감정이다. 이는 동양문화, 그리고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images.png 인터넷 7대 죄악

이웃의 경사는 축하하는 것이 미덕이며 질투와 시샘은 바람직한 행위가 아니다. 하지만 한국에는 시샘과는 조금 다른 맥락으로 사용되는 ‘부러움’이라는 개념이 있다.


*시샘과 부러움

시샘(시기, 질투)과 부러움은 같은 맥락, 즉 상향비교에서 발생하는 감정이다. 그러나 시샘이 자신보다 더 나은 상황에 있는 이에 대한 미움과 공격을 초래한다면, 부러움은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가진 그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바람에 해당하는 감정이다.


상향비교의 감정은 부정적이며 그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어떤 사회에서나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구성원들 간의 관계가 밀접하고 중요한 관계주의 문화인 한국에서는 상향비교의 부정적 효과를 중화시키는 방법이 있다. 바로 부러움을 표현하는 것이다. 시샘(시기/질투)이 말로 표현되지 않는 반면, 부러움은 언어적으로 표현된다. “나는 네가 가진 능력/외모/소유물 등이 부러워”.


부럽다는 표현은 내가 못가진 것을 가진 네가 밉고 네가 가진 것을 빼앗고 말겠다는 뜻이 아니다. 부럽다는 말은 좋은 것을 가지고 있는 상대를 칭찬함과 동시에 나도 그런 것들을 갖겠다는 의지를 돋우는 표현이다. 이러한 속성 때문에 문화심리학에서는 부러움을 ‘무해한 선망’이라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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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부러움이 늘 무해한 것은 아니다. 부러움을 사회적으로 드러내어 표현하는 것은 칭찬과 선망의 기능을 하지만, 부러움 자체는 상향비교에서 비롯된 상대적 박탈감과 본질적으로 같다. 남이 가진 것에 부러움을 느끼는 사람은 그것을 갖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끝내 그것을 갖지 못하게 되든가,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갖지 못한 것을 남은 쉽게 가졌다는 식으로 생각하게 되면 분노와 우울로 이어질 수 있다.


표현/이해의 팁

시샘(시기, 질투)이 분노로 표현되는 경향이 있다. 표정을 굳히고 눈을 무섭게 뜨고 노려보거나 숨을 씩씩거리며 공격 반응을 나타낸다. 혹은 내면으로 침잠하여 우울에 빠지기도 한다. 시샘이나 시기, 질투를 본인이 직접 말로 표현하는 경우는 드물고, 말로 표현하는 경우는 부러움의 표현과 같은 맥락일 때다.


“질투 난다”, “아유, 샘나” 이 경우는 부러움과는 달리 눈을 살짝 흘기는 등의 약간의 분노표현이 섞일 수 있지만 문화적으로 허용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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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부러움은 거의 말로 표현되는 편이다. 속으로 혼자 느끼는 부러움은 상대적 박탈감과 다르지 않다. 부러움은 분노보다는 나도 그것을 갖고 싶다는 바람과 아쉬움으로 표현된다. 부러움의 표현은 칭찬의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표정도 웃는 표정에 가깝고 행동도 훨씬 온화하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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