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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

기대가 충족되지 못한 안타까움

by 한선생

A군은 대학 풍물동아리 선배로 후배들 악기 교습을 담당하고 있다. 올해는 풍물에 열심인 후배들이 많이 들어와서 A군은 오랜만에 가르치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그 중에서도 OO학과 B군은 주말에도 방학에도 나와서 연습을 할 만큼 특히 열성이었다. 어느 겨울 날 A군은 후배 몇 명을 데리고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눈 내리는 숲 속 공터에서의 연습은 그 어느 때보다 즐거웠다. A군은 마침 그날따라 연습에 나오지 않은 B군의 부재가 아쉬웠다. ‘오늘 같은 날 B가 있었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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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은 불만족 차원의 감정이다. 어떠한 기대가 있었지만 그것이 충족되지 못했을 때 아쉽다는 말을 쓴다. 뜻풀이에 포함된 안타까움과 서운함이 아쉬움이라는 감정의 질을 설명한다.


아쉬움
어떤 일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거나, 필요한 것이 모자라거나 없어서
안타깝고 서운한 마음


생물학적 속성 및 기능

안타까움은 애가 탄다는 의미로 내장(창자)이 졸아드는 것 같은 느낌(내수용감각)이며 서운함은 기대가 충족되지 못했을 때의 부정적 감정이다.-> 서운함


아쉬움은 공포나 놀람, 슬픔처럼 뚜렷한 생물학적 변화를 동반하지는 않지만 안타까움, 즉 애타는 느낌을 주는데, 이는 신체예산의 변화와 관련된 내수용감각일 가능성이 크다. 인간의 신체는 자신이 경험할 상황을 예측하고 대처하기 위해 미리 신체예산을 배분하는데 예측하지 못한 일이 발생하면 인간의 몸에서는 이러한 예산을 초과하는 무리한 작용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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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의 탄성(아...)은 초과하는 에너지를 배출하는 기능을 갖는다.


아쉬움은 상당히 주관적인 감정이다. 개인의 기대가 어디에 어느 수준으로 존재하는가는 전적으로 개인차원의 일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아쉬움을 느낀다는 것은 그가 주관적으로 설정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고, 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이 그에게 부정적인 느낌을 초래한다는 의미다.


아쉬움을 느낀 사람은 그 아쉬움을 없애기 위해 또다른 시도를 할 가능성이 있다. 즉 아쉬움은 포기하지 않고 어떠한 목표를 추구할 동기를 제공한다.


타인의 실패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하는 것은 자신이 그에게 기대를 갖고 있으며 다음에는 그 기대를 달성할 것을 격려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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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석(哀惜)과 애석(愛惜), 통석(痛惜)

한자어에는 아쉽다, 아깝다는 뜻의 석(惜)이 들어간 표현들이 있다. 슬플 애(哀)가 들어간 애석(哀惜)은 아쉬운 결과가 슬프다는 뜻이고, 사랑 애(愛)가 들어간 애석(愛惜)은 사랑하는 이에게 일어난 일이 아쉽다는 뜻이며, 아플 통(通)이 들어간 통석(痛惜)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아쉽다는 뜻이다.


아쉬움의 문화적 맥락

아쉬움은 한국어로 표현되는 한국의 문화적 감정이다. 아쉬움은 영어로 regret으로 옮기지만 regret은 자신이 한 일에 대해 부정적 감정을 느끼고 그 일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의미다. regret은 보통 후회라는 뜻으로 번역되는데 후회는 자신이 한 잘못에 대한 뉘우침이다. 물론 후회에는 주관적 기대가 충족되지 못한 아쉬움이 포함되지만 후회는 뉘우침, 즉 반성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아쉬움은 반성으로 이어지기 전 단계의 감정, 미진함을 느끼고 미련이 남는 상태다. 단계로 이해하자면, 아쉬움을 느낀 다음 잘못을 뉘우치고(후회) 더 나은 결과를 위해 동기화된다고 할 수 있다. 아쉬움은 자기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이상적 자기를 갖고 있는 한국인들은 내적 기대가 충족되지 못한 상황에 대해 발달시킨 다양한 표현들 중 하나다. ->아쉬움, 서운함, 섭섭함, 안타까움 등


*아쉬움과 체념/단념

아쉬움은 어떤 일의 결과가 주관적인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데서 오는 부정적 감정이다. 하지만 아쉬움은 단념이나 체념과는 다르다. 단념과 체념이 어떤 일이 결국 주관적 기준에 미치지 못함을 알고 기대를 접는 마음이라면, 아쉬움은 기대를 접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준을 달성하겠다는 또다른 동기로 연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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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를 접으면 더 이상의 동기를 잃는다. 어떤 목표를 향한 에너지를 잃는 느낌을 한국인들은 ‘헛헛하다’, ‘허탈하다’, ‘김샜다’ 등으로 표현한다. 이는 목표 달성을 위해 배분해두었던 신체예산이 사라지는 내수용감각일 수 있다. 허탈감이 지나치게 강하거나 오래 지속되면 허무함, 무상감, 무망감이 될 수 있다. ->허탈함, 우울

표현/이해의 팁

아쉬움은 안타까움과 초조함으로 드러난다. ‘아..’, ‘아깝다’는 탄성을 내뱉거나 한숨을 쉬기도 한다.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는 사람도 있다. 아쉬움은 지금의 결과에 미련이 남는다는 마음의 표현이다. 아쉬움을 드러내는 이에게는 다음에는 미련이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라는 위로가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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