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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선생 Mar 09. 2016

근친상간(近親相姦)은 왜 금기(禁忌)가 되었나?

레비 스트로스의 구조주의 인류학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이론들이 나온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현장연구(field study)로 본격적인 인류학의 시대를 연 역사적 특수주의는 이론을 구축하기보다는 각각의 문화에 가서 자료(raw data)를 수집하는 데에 우선 목적이 있었지요. 


그러나 아무리 자료가 많다고 해도 그것들을 효과적으로 꿰어낼 수 없다면 그 자료들을 통해 얻어낼 수 있는 것은 단편적인 기술적 정보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인류학은 자료들을 분류하고 해석할 수 있는 이론을 만들어낼 필요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러한 필요에 의해 등장한 것이 구조주의와 기능주의입니다. 구조주의와 기능주의의 필요성을 손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는 우리의 몸이죠. 몸은 근골격계, 소화계, 순환계, 신경계 등의 다양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런 구조를 이해했다면 당연히 특정 구조가 맡은 기능을 알아야하겠지요.


근골격계는 몸의 외형을 유지하고 운동을 할 수 있게 해 주고, 소화계는 음식물을 소화, 흡수시켜 몸이 움직일 에너지를 만들어내며, 순환계는 몸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고, 신경계는 뇌의 명령을 몸의 여러 기관들에 전달하고 또 그들로부터의 정보를 뇌에 전달합니다. 우리의 몸은 각각의 구조들이 저마다의 기능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유지될 수 있습니다. 


문화도 이러한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인류학의 구조주의와 기능주의입니다. 


오늘은 구조주의의 입장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구조주의는 언어학에서 나왔습니다. 언어학자 소쉬르는 언어에는 문법구조인 '랑그'와 실질적 발화인 '빠롤'이 있다고 했는데, 랑그가 보편적 구조라면 빠롤은 그 구조에서 파생된 실제인 셈이지요. 


레비-스트로스(Le'vi-Strauss)는 이러한 아이디어를 인류학에 접목시켜 구조주의 인류학을 열었습니다. 그는 모든 문화는 역사에 관계없이 근본적인 마음의 구조(fundamental structure of mind)를 가지고 있다고 보고,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다양하게 나타나는 보편적 마음의 구조를 찾아내는 것이 사회과학의 목적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레비-스트로스

여기서의 보편성은 인류가 단일한 발달과정을 따른다는 사회진화론 식의 보편성이 아니라 동일 종(種)으로서의 인류가 갖는 보편적인 삶의 이유를 뜻합니다. 따라서 그 변주는 다양할 수 있지요. 예를 들면 나무를 위쪽에서만 보면 가지와 잎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뻗어있지만 그것들은 결국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것입니다. 


여기서 나무의 뿌리가 바로 보편적인 마음의 구조라 할 수 있습니다. 현대 도시 여성들이 머드팩을 하는 이유와 아마존강 유역의 여성들이 진흙을 바르는 이유는 같습니다. 더 아름다워지려는 욕구는 문화에 관계없이 보편적인 것이죠. 하지만 그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문화의 보편적 구조: 근친상간 금기


레비-스트로스의 문화분석을 통해 구조주의 인류학의 접근법을 이해해 보겠습니다. 근친상간의 금지는 거의 모든 문화에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즉 보편적 구조이지요. 과연 어떤 보편적 이유가 근친상간을 금하게 했을까요?


마르셀 모스는 집단이 살아남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으로 결속(solidarity)을 꼽았습니다. 모든 집단은 생존을 위해 다른 집단과 힘을 합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집단의 힘을 구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호혜성의 원칙, 즉 무언가를 받으면 그에 따른 보답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레비-스트로스는 호혜성의 원칙을 통해 근친상간 금기를 설명합니다. 역사적으로, 집단들이 생존을 위해서 주고받아왔던 가장 가치있는 선물(gift)은 여자였습니다. 문화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문화를 이어받을 후손이 있어야 하는데 그를 위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입니다. 여자가 아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사비니 여인들의 약탈

때문에 레비-스트로스는 전쟁의 주요한 목적을 여성을 확보하는 것이라 보았습니다. 로마 건국이야기에서도 볼 수 있듯이(로마는 인구를 늘리기 위해 옆 나라 사비니를 쳐들어가 여인들을 납치해옵니다), 전쟁은 단시간에 많은 여성을 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지금도 아마존 등지의 부족들이 전쟁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여자와 식량입니다. 인구의 생산과 유지가 곧 부족의 생존을 뜻하기 때문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집단들이 주고받게 될 선물(여자)은 상대방이 가장 원하는 상태, 즉 당장 자기 부족의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상태여야 합니다. 그런데 근친상간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근친, 가까운 친족 간에 결혼을 한다는 것은 다른 집단에게 선물할 수 있는 여자가 그 집단 내에서 소용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만약 근친혼으로 인해 내집단의 아이를 가지게 된다면 그 여성은 선물로서의 교환가치를 상실하게 되고, 그 집단은 다른 집단과 결속하여 생존의 가능성을 높일 기회를 잃게 된다. 이것이 인류가 근친상간을 금기로 지켜온 이유입니다. 


인류가 근친상간을 꺼려 온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유전적인 이유인데요. 유전자가 비슷한 근친끼리 자손을 낳게 되면 유전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유명한 유전병인 '합스부르크 립'입니다. 유럽의 합스부르크 왕가는 혈통 보존을 위해 근친혼을 했고 그 결과가 자손들은 저런 모양의 뒤틀린 턱을 갖게 되었죠. 

합스부르크 립(lip)

여담으로 합스부르크 왕가 사람이었던 마리 앙투와네트도 턱이 저랬다고 합니다. 지금 남아있는 마리 앙투와네트의 그림이 안 그런 이유는 궁정화가들의 자체뽀샵이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사실 최근의 발견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서로 비슷한 유전자를 거부하고 다른 유전자에게 끌리는 능력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냄새로 구별하는 것인데요. 오빠 방에서 나는 지독한 홀애비 냄새가 오빠의 여친에게는 사랑스런 내 남자의 향기로 느껴지는 것이 그 때문이라고 하는군요. 


비슷한 유전자가 결합함으로 발생하는 생물학적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것도 근친상간 금기의 한 이유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왕가들은(우리나라도 고려 왕실에 근친혼이 있었습니다) 혈통 보존을 위해 근친혼을 했다니 '권력 욕구' 또한 상당히 문화보편적인 구조라는 생각이 듭니다.



Quiz. 에스키모에게는 손님이 오면 아내와 동침하게 하는 엽기적(?)인 풍습이 있습니다. '와, 진짜 미개하다' 말고 어떤 설명을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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