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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햇살 Aug 16. 2023

전국 잼버리, 중학생 아이들에게 불똥이 튄 이유

우리 숙소를 잼버리 아이들에게 내주었어요


  전국민이 나누어 책임지는 일이 되어버렸던 새만금 잼버리 대회. 세계 아동들을 대거 초청해놓고 행사장 운영을 제대로 못하는 바람에, 또한 때마침 휘몰아친 태풍으로 인해 전국으로 분산된 잼버리.


  이게 뭐라고 외환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한 금 모으기 운동급으로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자의반 타의반 고통 분담을 했지만, 어른 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불똥이 튀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 나비효과라고 해야하나, 생각해보니 기막힌 일이다. 연결고리는 공교롭게도 교회다.






   올해는 바야흐로 3년간의 펜데믹 끝의 엔데믹이다. 중학생 아이들은 태어나 처음으로 숙박형 캠프라는걸 하는 아이들이 꽤 된다. 숙박형 캠프는 수련회, 체험학습 등으로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시행되지만 지난 몇 해는 코로나로 인해 숙박형은 물론이고 당일치기 대면 체험까지도 쉽지 않았다. 올해는 연초부터 교회 수련회가 2박3일로 공지되었기에 아이들이 수련회를 많이 기다렸다.


  그런데 수련회를 3일 앞두고, 태풍으로 인해 서울로 잼버리 아이들이 대거 올라왔고, 그에 따라 교회들이 움직였고, 우리 교회도 청소년 수련회 장소를 잼버리 아이들에게 내준다는 소문이 들렸다.


  설마, 수련회가 금토일이고 잼버리는 금요일 폐영식이니 수련회를 좀 늦게 시작하더라도 하기는 하겠지. 아니면 하루라도 숙박은 하겠지. 설마 외국 아이들을 위해 우리 아이들 행사를 취소하겠어. 그리고 같은 장소에서 어른들 행사가 더 크게 열리고 있으니, 어른 교인들이 참여하는 행사만 취소하겠지, 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몇 시간 후, 잼버리 아이들에게 숙소를 내주어야 하므로 올해 교회 캠프는 숙박형이 아닌 출퇴근 형태로 바뀐다는 소식이 최후 통첩으로 전해졌다. 장소도 수련원이 아닌 교회로 바뀌었고, 숙소에서 진행될 많은 레크레이션 프로그램들도 취소되고 간소화되었다.

 




  아이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아이들답게 처음엔 잼버리 아이들이 우리 교회 캠프에 같이 참여한다는줄 알고 반가워했다가, 그들의 숙박을 위해 우리가 숙박을 포기한다는 것임을 뒤늦게 깨닫고 단톡방과 전화가 불이 났다.


  교회 캠프라는건 아이들에게는 종교적 체험현장 이전에 집을 떠나 또래들끼리 먹고 자고 즐길 수있는 행사로서의 의미가 컸다. 그것도 코로나 이후 처음 숙박 행사였는데, 매일 아침저녁으로 오가는 것으로 대체되다니 불만이 나올 수밖에.


  매일의 일정도 타이트했다. 아침 9시경 시작해 저녁 7시에 끝나는 일정이 이틀 진행되는데, 거기다 찬양 등 별도 활동을 하려면 아침에 훨씬 더 일찍 도착해야 한다. 아이들은 난리법석이 났고, 인터넷에 친숙한 세대답게 일부는 교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항의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죄없는 잼버리 아이들과 국제적인 행사를 제대로 준비못한 어른들을 마구 원망했다.


  남의 나라에 와서 오갈데 없어진 잼버리 아이들을 교회가 도와야 하고, 오갈 데 없는 손님을 융숭히 접대하는 것이야말로 교회의 정신이라고 설파했지만 마음 속으로는 섭섭함이 없지 않았다. 외국 아이들을 위해 우리 아이들이 희생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아이들 행사는 두고 어른들이 더 양보할 수는 없었을까. 혹은 조금더 아이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낼 수는 없었을까.





  행사 이후, 교단에서는 교회가 적극 나서서 숙소를 제공함으로써 국가적인 잼버리 행사 마무리에 기여하였다고 여러 곳에 기사화된 것을 보니 더욱 그랬다. 여러 교회가 앞다투어 잼버리 아이들에게 숙소를 제공한 것으로 되어 있고, 그렇다면 어린이 행사도 많이 취소 혹은 변경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잼버리 참가자들이 전국에 흩어지는 것이 금 모으기 급의 한마음 한뜻이 필요한 위기상황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우리 모두가 힘을 보탠 것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를 위해 평범한 우리 아이들의 양보와 희생이 너무 당연시되고 그걸 아무도 몰라 주는 것이 한편으로 안타까웠다.


  잼버리 참가자들이 전국으로 흩어지면서 한국 대원들은 매우 열악한 숙소로 배정되어 외국인 참가자들과 역차별 논란이 불거진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잼버리 아이들의 숙소를 제공한 이면에, 가뜩 기대했던 아이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행사가 일방적으로 취소된 사연은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잼버리 아이들이 난민도 아니고 우리나라 어른들 잘못으로 인해 딱한 처지가 된 것인데, 외국 아이들에게 국격을 높여 보이기 위해 우리나라 아이들이 희생한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의 양보가 부각되고 칭찬받으면 더 좋았을 것인데, 그냥 대의적인 명분에 묻혀버린 것이 내심 씁쓸하다.


  국격을 높인다는 이유로 우리 아이보다 외국 아이를 우선시되는 국가주의 관점에 대해 기성 세대인 어른들이 다시금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은 아닌지 성찰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지금의 목소리는 크지 않지만 미래 세대를 이끌어나갈 어린이들이 더욱 존중받기를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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