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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햇살 Sep 29. 2023

택시, 점심, 그리고 일본

오랜만에 택시를 타며 점심을 떠올리다


 15,100원.



 며칠전, 출근길에 나온 택시비다. 아주 오랜만에 집에서 회사까지 택시를 타게 됐는데 허걱 했다. 기본요금이 4800원. 아니, 예전에 3천원 정도였 던거 같은데 언제 이렇게 됐지? 가끔 택시를 타도 카카오택시를 타고 신용카드를 사용하여 요금에 감을 잃어버린 사이 이렇게 됐구나. 거기다 오늘 비도 오고 차도 막히긴 해서 더 요금이 많이 나왔나보다.





  우리집에서 대중교통으로 회사를 가려면 지하철과 버스를 두번이나 갈아타야 하는데, 승용차로는 자동차전용도로를 바로 이용할 수 있어 출근하기가 매우 편하다. 운전을 시작하기 전, 아침시간에 특히 정신없는 워킹맘인 나는 출근길에 택시를 자주 이용했었다. 그때에는 회사까지 8천원 후반대 요금이 나왔고, 길이 막히거나 다른 길로 가서 9천원이 나오면 투덜대며 내리곤 했다.


  아이들 등교시키고 아침에 허겁지겁 나오며 택시를 잡아타고는 항상 결심했었다.



  돈을 벌려고 회사를 다니는건데 이렇게 택시를 타다가는 거덜나겠어. 무슨 고정적인 지출을 줄여야겠는데.


  아, 그럼 이제부터 택시를 탄 날은 점심을 굶어야겠어. 차라리 그시간에 자던가 걷던가 하면 휴식도 취하고 살도 빠지겠지. 대신 아침을 든든히 먹고 나오는거야.


  별로 알뜰하지는 못하지만, 잦은 택시비 지출은 부담이니까.


  이 결심을 지키려고 노력은 했으나 아침을 든든히 먹기는커녕 허겁지겁 뛰어나오는 상황에 실제로 점심식사까지 건너뛰기는 어려웠다. 거기다 막상 택시비 때문에 직장생활의 활력인 점심을 굶다니, 스스로 생각해낸 방법임에도 약간 억울함이 있었다.  그리고 선배 직장인으로서 막상 점심값 지출을 크게 줄이기도 쉽지않았다.


  하여간 나는 출근길 택시비가 내 점심값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박히게 됐고, 출근길에 택시를 타는게 너무 아까워 그런 날은 점심을 안 먹거나 최대한 저렴한 것을 먹으려고 노력했다. 또한 더 현실적인 방법도 생각해냈다. 점심값 1번이면 얼추 커피 2번 비용이니, 커피를 이틀간 안 사먹어 택시비 지출을 상쇄하려는 시도도 했다.






  그런데 택시비가 15,100원이라니.


  커피 2번 안 사마시는 걸로는 어림없고 3번 넘게 걸러야 한다. 내가 즐겨 마시는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가 4,500원이니 말이다.


  하긴, 요즘 하도 식비가 올라서 점심을 건너뛰면 택시비 지출과 얼추 비슷해지긴 하겠다. 회사 위치가 직장인이 많은 지역이라 그런지, 일반 밥집도 1만원 밑으로 파는 음식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고보면 요새는 뭐 들어간거 없어보이는 평양냉면도 1만5천원이 넘는다.


평양냉면 16,000원. 출처 한국경제





  올해 여름에 일본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물가 높은 일본이라 각오하고 간 여행이었는데 왠일인지 생각보다 괜찮았다. 엔저가 매우 심한데다가 국내 물가가 워낙 올라서 일본 가격들이 우리나라와 별 차이 없을 정도였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일본 출장을 자주 가는 분으로부터 로컬 밥집이라는 곳을 추천받아 방문했던 때다.


  우리 가족 넷이 점심 정식 4인분을 주문했는데, 딱 5천엔이 나왔다. 100엔에 900원 초반이니 계산해보면 4만6천원 정도다. 


  , 가격으로 일본에서 점심을 제대로 먹는구나.



고등어 조림과 구이, 숯불구이과 장어 등등의 가정식 4인분.



   우리나라에서 일식 가정식 4인분은 4만6천원으로 어림도 없다. 한식 가정식도 이 가격에 될까말까 한다. 10여년 전 일본에 갔을 때는 동그라미 하나 더 붙어야 하는 물가에 허걱, 했었는데.


  그사이 엔은 저렴해지고 원은 많이 올랐다. 우리가 일본과 밥값이 비슷해지다니. 심지어 더 저렴할 지경이라니, 어쩐지 어렸을때 '코끼리 보온병'의 나라, 넘사벽이었던 선진국 일본이 만만해진 기분이다. 하긴 그래서 올해 일본을 다녀오는 여행객이 이렇게 많았나 보다.





  확실한건 밥값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택시비도 껑충 올랐다는거다. 비싸기로 유명한 일본의 택시비 수준은 아니라도 말이다. 정말 물가가 오른다. 내 월급 빼고는.





사족. 우리나라와 일본의 택시비 비교.


<15키로 기준>

-서울  약 15000원

-오사카 5435엔

-도쿄 5953엔


도쿄는 5만원이 넘는구나..



출처 https://uh.dcmys.kr/1133






사족 2. 내친김에 찾아본 우리나라 택시비 순위.


-한국 서울 : 61위 2.76불, (3키로 기준)

-일본 도쿄 : 17위 9.08불..

-1위는...... 스위스 취리히.18.56불. 후덜덜덜..

(price of travel)


 2018년 자료임을 감안해도 아직 일본 택시비가 훨씬 비싸구나.  취리히에선 택시를 타면 그날 점심을 굶는걸로 상쇄할 수 있을까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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