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가 갑자기 카톡으로 사진을 잔뜩 보내셨다. 뭔가 하고 봤더니 그새 일본여행을 가신 모양이다. 엄마의 동서들과 함께. 우리가족도 일본여행에 관심이 있어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엄마와 작은엄마들 모두활짝 웃는 모습이었고 사진의 구도나 풍경과의 조화도 예사롭지 않은수준급이었다.
집안의 둘째 며느리이신 친정엄마는 셋째, 넷째, 다섯째 며느리인 작은엄마들과 넷이서요 몇 년 부쩍 자주 여행을 다니신다. 남자들은 빼고 말이다. 제일 큰 며느리이신 큰어머니는 여행에서 항상 빠져 계신데, 장손며느리 특유의 카리스마 때문인 것 같다.혹은 일부러 젊고 철없는(?) 동서들과 같이 안 간 것일 수도 있다. 회사에서 직급이 제일 높고 무서운 상사는 재밌는 외근에서 빠지게 되는 거랑같은 이치인가 보다. 한 번은 한 작은엄마가 네 명만 다녀온 여행으로 카톡 프사를 해놓는 바람에, 큰어머니에게 들키면 어떡하냐며 네 분이 노심초사 통화를 하는 것을 보고 혼자 웃었다.
친정엄마를 포함한 네 분의 며느리들은 몇 달이 멀다 하고 힘께 여행을 떠나신다. 마침 넷은 이동하기에도 식사할때도 좋아서 여행가기 편리한 숫자이기도 하다. 각자 성격이 확실해 재밌는 여정일 것 같고, 심지어 여행가이드 일을 하시는 작은엄마도 계셔서 사진 각도도 기막히게 안내하고 일반 관광객은 잘 알지 못하는 꿀팁을 누리며 매번 즐거운 일정이 되는 듯하다. 이제는 각자 손주를하나 이상씩 둔나이시다.수십 년의 결혼생활을 보내면서또한 경상도 특유의 잦은 제사와 깐깐한 시댁 행사를 겪어내며 며느리들 간에 끈끈한 동지애가 싹튼것인가 보다. 처음에는동서들 간에도여행을 가시는구나, 보기 좋다고 생각하고넘겼는데 두세 달이 멀다 하고 작은엄마들과 함께 촬영한 여행사진이 엄마로부터 전송되어 오는걸 보면 진심 재미있어 하시는것 같다.
아이와 남편과 다니는 여행도 좋지만, 비슷한 나이대의 여성끼리 여행을 가면 참 좋을 것 같다. 나도 맘 편히 여자들끼리 놀러 다니고 싶은데 언제나 가능할지. 엄마처럼 퇴직한 후에나 할 수 있을까. 나는 홀며느리인데 동서도 없고 여동생도 언니도 없는데누구랑 떠나지. 친구나회사 동료와 간다면 누가 좋을까. 조금 더 맘이 여유로운 미래를 생각하며 즐거운 상상으로 웃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