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다들 한 번 쯤 그런 적이 있지 않을까. 귀에 이어폰을 꽂고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비장하게 걸었던 적.
어느 누구에게나 그렇듯 나에게도 내 세상을 구축해준 음악이 있다. 귀가 터져라 하루종일 들었던 소울메이트와도 같은 음악이 있으며 가슴에 새기고 살고 싶을 만큼 울림을 줬던 가사 한 줄이 있다. 악보를 볼 줄은 몰라도, 화성을 쌓을 줄은 몰라도 내가 들었던 노래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 음악은 나에게도 모두에게도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자 없이 살았던 적도 없는 것이다.
나는 월별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놓는다. 번거롭게 그럴 필요 없지 않냐고 하겠지만 나에겐 일 년에 열 두번, 꼭 치뤄야하는 의식이다. 언제 흘렀는지도 모르는 시간이 나를 월 초로 데려다 놓으면 '플레이리스트 만들어야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올해 4월에 들었던 노래, 작년 7월에 들었던 노래들을 묶어 놓고 나중에 들어보면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간 것처럼 순식간에 주변 공기가 바뀐다. 매월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내가 광인처럼 보였는지 내 친구는 나에게 매월 앨범을 발매하는 <월간 윤종신>을 본따 일명 '월간 조미래'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일 년에 열 두번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놓고 생각 날 때 꺼내 들으면 그 음악들이 배경음악으로 깔렸던 순간이 생각난다. 버스 맨 앞 자리에 줄이어폰을 끼고 들었던 노래, 시험기간 자습시간에 친구와 에어팟을 나눠 끼고 듣다가 친구가 멀리 가버리는 바람에 끊겼던 노래, 첫 아르바이트를 다녀오던 날 왜인지 낯선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들었던 노래, 제주도 바다를 앞에 두고 앉아 바닷바람을 맞으며 들었던 노래.
내 일상에 배경음악으로 흘러 준 노래들 덕에 내 인생은 늘 드라마틱했다. 내 인생은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고 아무도 물어보지 않는 이름 없는 드라마 같다. 모두가 눈이 빠져라 정주행을 달리는 인기 드라마는 아니지만 내 박자에 맞게 방영되는, 내가 있는 한 조기종영 따위는 없는, 끝나지 않고 흐르는 드라마. 나는 이 이름 없는 드라마의 작가이며 등장인물이자 주인공이다.
이 드라마 속엔 나를 웃게 했고, 춤 추게 했고, 웅크려 울게 했고, 평범한 길거리를 런웨이 마냥 꾸며준, 고마운 노래들이 매 순간 배경음악으로 존재해줬다. 내 인생이라는 이름 없는 드라마의 OST가 매 순간 나와 함께 흘렀고, 지금도 여전히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