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정상 자극에 중독된 뇌
노벨상 수상자 니코 틴버겐은 검은머리물떼새를 관찰하다 기묘한 실험을 했다.
석고로 가짜 알을 만들었다. 크기는 진짜의 두 배. 점무늬는 비정상적으로 진하고 선명하게. 그리고 둥지 옆에 뒀다.
어미 새는 자신의 진짜 알을 발로 차서 밖으로 밀어냈다. 그러고는 올라타기조차 버거운 석고 덩어리 위에 자리를 잡았다.
진짜 새끼가 든 알이 차가운 흙바닥에서 식어가는 동안, 어미는 텅 빈 가짜 위에서 행복해했다.
새의 뇌는 단순했다. 과장된 자극 앞에서 본능 하나가 모든 판단을 지배해버렸다.
무늬가 크고 선명할수록 좋은 알이다.
그날 아침 이후, 내 뇌에도 같은 공식이 새겨졌다.
'수익이 크고 빠를수록 좋은 투자다.'
나는 물떼새와 똑같은 선택을 했다. 10년간 지켜온 노동의 가치를 마음의 둥지 밖으로 밀어냈다. 그리고 화려한 가짜 알 위에 올라탔다.
뇌의 보상 기준이 완전히 달라졌다. 3,500만 원을 맛본 뇌에게 하루 5%, 10% 수익은 잡음이었다. 뇌는 더 크고 자극적인 무늬를 원했다.
나는 실체도 불분명한 ICO 시장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갔다.
눈앞의 보상이 거대해지면 이성은 조용히 물러난다.
"망할 확률 99%"라는 경고는 "터지면 50배"라는 본능의 함성에 묻혔다.
나는 전 재산이 깨질 줄 꿈에도 몰랐다. 석고 덩어리를 품고 황홀경에 빠져 있었다.
새는 본능이 전부다. 하지만 인간은 본능 위에 '대박'이라는 서사까지 덧씌운다.
인간의 가짜 알은 새보다 더 오래, 더 깊게 삶을 망가뜨린다.
상장 직후 가격은 잠시 오르더니 수직으로 꽂혔다.
3개월 만에 10분의 1.
새벽 두 시. 파란 마이너스가 찍힌 화면 앞에 멍하니 서 있었다.
심장은 터질 듯 뛰는데 손끝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석고 알이 깨진 순간, 나를 지배한 건 상실의 슬픔이 아니었다.
'내가 틀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공포였다.
그 공포는 돈을 잃는 두려움보다 훨씬 컸다. 인간에게 돈보다 무서운 건 자아가 무너지는 순간이다.
뇌가 명령을 내렸다.
복구해. 그래야 네가 바보가 아니라는 게 증명돼.
나는 떨리는 손으로 은행 앱을 켰다. 1,000만 원 대출 신청 버튼을 눌렀다.
그때부터 내 투자는 회복이 아니었다.
이미 깨진 석고 조각을 붙이겠다고, 자신의 둥지를 부수기 시작한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참고: 니코 틴버겐, 《The Study of Instinct》(1951) / 카너먼 & 트버스키, 전망 이론(19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