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을 보안으로 바꾸다

6. 인센티브

by NT
"He ought to find it more profitable to play by the rules... than to undermine the system and the validity of his own wealth."
(그는 시스템을 파괴하여 자신의 부를 무너뜨리는 것보다, 규칙을 따르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 Satoshi Nakamoto, Bitcoin Whitepaper Section 6


위키백과는 위대하다. 수천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대가 없이 지식을 공유하여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무너뜨렸다. 이것은 선의(Altruism)의 승리다.


돈을 다루는 시스템도 자원봉사자들의 선의에 맡길 수 있을까?

누군가 내 계좌를 지켜주는데 월급을 한 푼도 안 받는다면 우리는 그를 믿을 수 있을까?

아마 그는 뒷돈을 받거나, 금고를 들고 튀고 싶은 유혹에 시달릴 것이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인간의 도덕성을 믿지 않았다. 그는 성악설에 가까운 현실주의자였다. 그는 시스템을 지키기 위해 가장 강력하고, 절대 마르지 않는 연료를 주입했다.


바로 인간의 '이기심(Self-interest)'이다.


백서 6장 인센티브(Incentive)는 비트코인을 단순한 P2P 프로그램에서 '살아있는 유기체'로 진화시킨 결정적인 챕터다.


원리는 간단하다.


"장부를 정리하고 검증하는 사람(채굴자)에게, 갓 찍어낸 비트코인을 준다."


채굴자들은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사랑해서 전기를 쓰는 게 아니다. 돈을 벌고 싶어서, 부자가 되고 싶어서 미친 듯이 전기를 쓴다. 그들은 탐욕스럽다.


사토시는 이 탐욕의 방향을 아주 교묘하게 비틀어 놓았다. 가상의 시나리오를 써보자. 여기 엄청난 자본과 슈퍼컴퓨터를 가진 악당(공격자)이 있다. 그는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전체 파워 중 51% 이상을 장악했다. 이제 그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선택 A: 시스템을 공격한다. 그는 과거 장부를 조작해 쓴 돈을 안 쓴 척하거나(이중 지불), 남의 돈을 막을 수 있다. -> 하지만 공격이 성공하는 순간, 전 세계는 "비트코인은 해킹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패닉에 빠진다. -> 비트코인 가격은 폭락한다. -> 그가 훔친 비트코인의 가치도 나락을 간다. -> 그는 막대한 전기세와 장비 값만 날리고 파산한다.


선택 B: 규칙을 지키며 채굴한다. 그는 그 강력한 슈퍼컴퓨터로 누구보다 빠르게 문제를 풀어 정당한 채굴 보상을 받는다. -> 네트워크는 더 안전해지고, 비트코인의 가치는 오른다. -> 부자가 된다.


사토시는 백서에서 이렇게 말한다.

"자신의 부를 갉아먹는 것보다, 규칙을 따르는 게 더 이익이다."


이것이 바로 비트코인의 '게임 이론(Game Theory)'이다. 도둑이 칼을 들고 들어왔다가 "어? 훔치는 것보다 경비원 노릇을 하는 게 월급이 더 세네?"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경비복으로 갈아입게 만드는 시스템인 것이다.


실제로 지난 15년간 비트코인은 수없이 많은 공격 시도를 받았다. 그 공격자들은 결국 계산기를 두드려보고는 모두 채굴자가 되었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컴퓨팅 파워를 가진 채굴 세력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비트코인의 가장 든든한 수호자가 되었다.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우리가 저녁 식사를 기대할 수 있는 건 푸줏간 주인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이기심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이 '보이지 않는 손'을 '보이는 코드(Code)'로 구현했다.


나 역시 직장에서 일하며 우리나라의 발전을 위해 헌신한다. 하지만 월급이 없다면 일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인간이다. 비트코인은 '착하게 살라'고 설교하지 않는다. 대신 '정직한 게 제일 비싸게 먹힌다'고 수학적으로 증명한다.


우리가 갖고 있는 비트코인이 안전한 이유는 채굴자들이 착해서가 아니다. 그들이 나보다 훨씬 더 돈을 벌고 싶어 하는 '합리적인 탐욕가'들이기 때문이다.


이 완벽한 인센티브 구조 덕분에 비트코인은 주인이 없어도, 관리자가 없어도, 월급 주는 회사가 없어도 지난 15년간 멈추지 않고 작동했다.


탐욕을 보안으로 승화시킨 연금술.


이것이 사토시가 설계한 혁명의 엔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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