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축구 일지

첫 경기

by 오늘영

내가 축구를 시작한 팀은 내부에서 동네별(부산 내의 남구, 해운대구, 북구)로 3개의 팀을 만들어 1년에 걸쳐 경기를 한다. (축구경기장 사이즈는 조금 작게 해서, 9:9로 진행한다) 축구팀 초기부터 있었던 5년 차 관록의 블루팀, 디테일하고 정교한 움직임을 가진 2024년 우승 레드팀, 그리고 올해 새로 만들어진 블랙팀이 총 6라운드에 걸쳐 매월 경기를 해나가는 것이다. 나는 신생인 블랙팀에 속했다.


축구를 시작하고 우리 팀의 인원이 모이기를 기다리고 있던 2024년 11월, 나는 블루팀과 레드팀의 마지막 결승 경기를 직관했다. 여자들로만 이뤄진 이 아마추어 축구팀들의 경기는 생각보다 아주 치열했다. 1년 내내 서로 승패를 나눠가지며 마지막 결승전에서 우승이 확정되었던 것이다. 훈련할 때 보았던 해사하게 웃던 얼굴들이 인상 쓰며 심각해졌고, 누구 하나의 실수로 골대 앞까지 오는 위험한 상황이 만들어지면 서로 예민하게 탄식했다. 결국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레드팀이 우승트로피를 쟁취했다. 그 경기를 보는 내내 나도 ‘우리 팀’으로 경기를 뛸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바랐다.


올 시즌의 첫 경기는 2025년 1월, 한 겨울의 축구장에서 열렸다. 경기라는 것을 처음 해보는 초보의 설렘, 우리도 하나의 팀이 될 것만 같다는 친밀감, 9명이나 되는 나의 동료들이 한 골을 넣기 위해 어떤 움직임을 해낸다는 성취감 같은 것들을 느낄 수 있을까. 설렜다.


부끄럽지만 얼마나 초보인지 알리기 위해서 올린다... 다리를 저렇게까지나 뻗으면 안된다. pic by chris hwang


결론부터 말하자면, 0:1로 패배한 우당탕탕 데뷔전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서로의 이름을 몰라서 당연히 콜(공을 주거나 받을 때 서로의 이름 등을 부르는 행동)을 할 수 없었고, 서로의 위치선정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만큼 친한 것도 아니었다. 이건 정말 사소하지만 중요한 건데, 친밀도에 따라서 잔소리할 수 있는 횟수가 결정되었다. 어쨌든 발을 맞춘다는 것은 서로의 눈을 보고, 혹은 말을 맞춰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니 말이다.

축구인생 3개월 차인 나는 당연히 어디에 서있어야 하는지 조차 몰랐고, 공을 제대로 받을 줄도 제대로 찰 줄도 몰랐다. 하하하. 분명히 패스였는데, 공이 왜 상대팀 선수의 발 밑에 가 있는 것인가. 그리고 같은 팀 선수끼리 왜 공을 두고 경쟁을 하고 있었던 것인가. 하하하. 그렇게 나(=초보)와는 별개로, 전체적인 우리 팀은 공을 좀 차 봤던 친구들의 패스 연결과 유효슈팅까지 이어갔지만, 상대팀의 절묘한 어시스트를 공격수가 넣은 골로 이어져 우리의 첫 경기는 지고 말았다.

하지만 첫 경기를 마친 내 얼굴은 무척 밝았다, 우리 팀원들 모두도 마찬가지였다. 환하게 웃는 웃음들. 한겨울 코로 들어오는 시원한 공기, 초록의 잔디를 달리는 상쾌함, ‘블랙’이라는 팀 이름 아래 함께 뛰어 봤다는 만족감, 상하의 모두 기모로 갖춰 입어야 보온이 유지되는 얇은 반팔 반파지 유니폼과 팀 양말의 첫 개시, 정강이 보호대의 첫 착용, ‘선수’라고 처음 이름이 불렸을 때, 끝나고 상대팀 선수와 악수를 나누었을 때. 모두 신나고 즐거운 일일 뿐이었다.

pic by chris hwang


하지만 행복축구, 꺄륵축구, 깔깔축구는 여기까지였음을… 다음 경기에서 대패한 뒤에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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