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축구 일지

누구와 함께 축구하는지, 중요하지

by 오늘영

“축구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구랑 하는지도 중요해.”


오로지 축구를 하겠다고 나선 나에게, 함께 축구하는 (사실 일방적으로 내가 가르침을 받는 관계인) 쥬르(애칭)가 이렇게 말했다. 누구랑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그냥 축구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공만 찰 수 있으면 되는 거 아니야?


아니다. 내가 지금까지 너무 단순하게 생각해 왔던 거였다. 너무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했던 거였다. 누군가 나에게 공을 차주고 내가 잘 받아야 패스가 성립되는 거고, 내가 (혹은 누군가가) 골대를 막아줘야 우리 팀의 실점을 막을 수 있으며, 또 내가 (혹은 누군가) 한 명은 골을 넣어줘야 득점이 나고 이길 수 있는 거였다. 축구는 그런 거였다. 나는 지난번 경기에 대패한 이후에 쥬르의 말을 비로소 실감했다.


‘함께 한 경기’라는 말 안에 우리가 주고받은 수백 번의 패스, 누군가 해낸 수십 번의 드리블, 또 누군가 때린 여러 번의 슈팅, 그리고 단 한 번의 득점과 세 번의 실점이라는 결과가 다 들어있었고, 내가 얻게 된 패배감과 이기고 싶은 열망 또한 모조리 들어있었다. 그리고 그날 함께 경기에 뛰었던 열명 남짓한 이 친구들과 이 감정을 나눠가졌던 거다. 내가 느꼈던 그 패배감을 함께 이겨낼 사람 또한 여기 있는 열명 남짓한 내 팀원들이라는 사실이, 뭔가 중요한 지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에서 그들이 뛰고 달리고 부딪히고 넘어지고 차이고 다시 일어나는 얼굴들을 보았다. 모두 상기되어 있었다.


팀을 이끌게 된 우리의 ‘오 캡틴 마이 캡틴’ 주장, 우리 팀의 메시라고 부르는 고뇌의 애교쟁이 스트라이커 ‘유’, 분명 나보다 열두 살이나 더 어린데 가끔은 스물네 살은 많은 것 같은 통찰력을 보여주는 ‘오리’, 최고의 신체능력을 가지고 뭐든 흡수력이 뛰어나서 금방 자기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릴’, 유순한 성격을 가져서 축구라는 꽤 공격적(?)인 운동을 힘들어했던 ‘밍’ (지금은 누구보다 축구하는 사람의 얼굴이 되어있다), 기가 막힌 위치선정 능력을 보여주는 ‘쥰’, 점점 커지는 응원의 볼륨만큼 팀을 사랑하는 마음이 눈에 띄게 커진 ‘낭’ (지금은 트래핑 마스터가 되어버렸다), 조용한 실력자로 극강의 효율을 추구하는 MBTI를 가졌지만 누구보다 다정한 ‘지’, 중원의 지배자로 미드필더로서 전체 경기를 읽고 공을 뿌릴 줄 아는 ‘굿’, 포워드에서 지지 않는 몸싸움을 보여주고 팀의 사기를 올려주는 ‘한’, 뛰어난 기본기의 소유자이지만 겸손한 ‘신’, 나와 동갑으로 월등히 높은 피지컬 능력을 자랑하며 팀을 움직여주는 ‘민’, 그리고 나. 그리고 우리 팀의 전략 전술 및 훈련을 맡아주는 코치님까지.


누구와 함께 축구하는지, 아주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