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축구 일지

수중전의 묘미

by 오늘영

상반기 마지막 경기를 0:3으로 다시 패배하고, 그동안 고생했던 팀원들과 8월 여름엠티를 떠났다. 장소는 부산의 송정바다. 타지에서 부산의 송정을 볼 때는 어떤 이미지인지 모르겠지만, 송정은 대학생들에게 엠티의 성지. 학과 엠티, 동아리 엠티, 행사 등등 모든 대학생활의 대부분의 놀이를 송정에서 했었고, 흐린 날이지만 오랜만에 다시 여름의 송정으로 엠티를 떠나는 기분은 마냥 즐거웠다. 팀별 9x9 빙고, 네모 피구, 혼합 릴레이로 바다에서 실컷 놀며 팀워크를 다지고, 저녁에는 주루마블로 신나게 달렸다. 마지막에는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다 말할 수 없었던 경기에 대해 아쉬운 점들, 발전하고 싶은 내용, 궁금한 것들을 이야기하는 시간도 가졌다. 서로의 상황이나 나이, 환경, 직업이 다양한 만큼 갖고 있는 고민도 다양했다. 우리 조금 더 끈끈해졌을까.


여러 여름을 보낸 뒤 다시 시작된 하반기 리그전. 8월 중순의 후덥지근한 날씨 위로 미지근한 비가 섞여서 내렸다. 게다가 상반기에 1승을 얻지 못하고 마무리했던 터라 오늘, 하반기 첫 번째 경기에서 1승을 ‘얻어야만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실점을 하면 안 된다는 부담감. 게다가 패배와 무승부만을 반복했던 터라 어떤 미묘한 좌절감이 기저에 깔려있었다. 우리 올해 진짜 안 되는 걸까. 1승이 이렇게도 어려운 걸까. 여기서 내가 하나 잘못하면 안 돼. 내 실수가 결국 실점으로 이어지고, 우리는 또 패배할 거야. 단 한 번의 실수도 있어선 안돼.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부담감은 결국 몸을 굳게 만들고, 굳어진 몸은 상황을 살피지 못한다. 상황을 살피지 못하면 선택지가 줄어들게 되고, 그러면 결국 공격을 맞게 된다. 부디 오늘은 이기자.


15분씩 진행되는 1 쿼터, 2 쿼터, 3 쿼터에 위험한 상황을 번갈아 한 번씩 주고받으며, 경기는 0:0으로 이어졌다. 보슬비가 계속해서 내렸다. 수중전은 보통 경기보다 조금 더 힘든데, 잔디가 미끄럽고, 축구화도 비에 젖어 있어서 볼 컨트롤이 평소처럼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수중전을 굉장히 좋아했다. 이유는, 멋있어서. 그냥 멋있어서. 유니폼이 젖고, 머리카락이 붙어서 달라붙고, 피부는 땀과 비가 섞여서 끈적해진다. 옷이 나인지 내가 옷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옷이 피부에 찰싹 달라붙는다. 공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평소와 똑같이 공을 차도 평소와 다르게 굴러간다. 하지만 그 속에서 빛나는 내 동료의 눈빛이 보인다. 나 혼자만 이 괴로움을 견디는 게 아니라 내 동료도 함께 견디고 있다. 함께 해내려고 애쓰고 있다. 그 모든 점이 수중전에 미치게 만드는 매력이 된다.


4 쿼터 시작, 상대팀 공격수가 때린 강슛이 튕겨 나왔고 세컨드볼 찬스를 본 상대팀 선수의 침착한 슈팅으로 0:1 상황이 된다. 이어서 기세가 오른 상대팀이 연달아 맹공격을 펼쳤고, 다행히 방어에 성공했다. 방어에 성공했다면, 다시 우리 기세를 올려야지. 상대팀의 골킥을 우리의 주장이 잘 받아서 드리블로 이어갔고 3명의 수비를 뚫고 결국 득점에 성공했다.

상대팀이 다시 공격을 올리고, 유효슈팅을 날렸지만 우리 골키퍼의 선방으로 실점을 막았다. 1:1로 경기 마무리. 승리를 따오지 못했지만, 실점하더라도 기세를 유지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달까. 다음엔 반드시 1승을 쟁취하고 싶다는 마음이 우리 모두에게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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