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반추
어떤 시간의 움직임이 요동쳤을까요. 어떤 세월의 물결 속에서 헤엄쳤나요.
우리반 급훈은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였다.
15년 동안 내 곁을 지켰던 문장이 15년 만에 뒤집혔다.
운 좋게도 유치원서부터 대학교까지 많은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으며 성장할 수 있었다. 그중 학업 영역 외에 '인간 영역'을 채워주신 분의 이야기다. 함께했던 시간이 딱 1년뿐이었지만, 짧고도 길게 느껴진다. 까딱하면 인생의 재미도 모르고, 추억의 소중함도 모르고, 소극적, 소심함만 가득한 채 살아갈 뻔한 내 세상에 360도 통창을 만들어주신 분이기도 하고, 한때 내 진로 방향이기도 했어서 더욱 본받고자 했었고, 교육관과 방식 외에도 가치관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생각 등 모든 것에 대한 가르침을 주셨다.
졸업 후 몇 해 지나 친구들과 선생님을 찾아뵀다. 오히려 세월이 지나도 반추해 줌이 고맙다고 하셨다. 어렸던 나는 '반추'라는 말도 몰랐지만, 그날의 대화를 통해 어떻게 우리 모두에게 선생님에 대한 기억들이 좋은 양분처럼 남을 수 있었는지 조금 안 것만 같았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더 많은 학생을 만났음에도 우리 개개인의 추억을 같이 추억하고 계시다는 것. 혼자서 많은 아이들의 세상을 만들어줄 수 있었던 마음의 힘을 배웠었다. 그리고 최근까지도 가끔씩 올라오는 sns 사진에는 정말 획기적인 도전들이 담겨있었다. 그 용기를 여전히 본받으며 와, 역시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의 본보기시다 했는데...
그런 선생님의 세상이 뒤집힌 것처럼 느껴졌다.
15년 전의 선생님은 우리에게뿐만 아니라 본인에게도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를 외치시던 분인데, 15년이 지난 지금의 선생님은 '즐길 수 없다면 피하라'고 하신다. 그 뒤로 뵙지 못할뿐더러 감히 타인의 세상을 문열거나 판단할 수 없어 당신께는 어떤 의미인지 알 수는 없었다. 근데 '피하라'라는 단어가 왜 탁 꽂혔을까.
그런데 놀라운 건, 15년 전 그 말이 15년 동안 날 움직이는 힘을 구동시켰다면,
180도 뒤집힌 이 말은 현재의 나의 사사로운 난제를 해결하는 힘에 시동을 걸었다.
과연 최고의 선생님이시다.
그런 선생님이 그리워서 쓰는 글.
이 글을 읽은 여러분들께도 이 두 줄의 문장의 힘이 작동되었으면 좋겠다.
전자든 후자든 결론은,
인생은 즐기며 살아가는 것.
2023. 7. 13. 1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