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과한 사랑에 체하는 반려견

by 오늘

반려견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은 세상 모든 사람이 알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반려견과 함께 사는 사람이라면 이런 상식적인 사실을 떠나 반려견이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란 사실을 상기할 때면 은근한 아쉬움을 내비치게 되곤 합니다. 우리 반려견이 사람처럼 말대꾸도 하고, 말을 하면 척척 알아듣고, 보호자의 손짓이나 말 한마디에 눈치껏 알맞은 행동을 척척 하는 모습을 보다 보면 천재견을 넘어 나와 마음이 통하는 특별한 존재가 내게 와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지요.



사람은 사람이 아닌 사물이나 타동물에게 친밀한 감정을 가지게 되면 그 대상을 마치 사람처럼 대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해요. 이를 '인격화'라 하구요. 인격화의 대상이 애착인형인 경우 인형을 사람처럼 아프지 않게 조심스레 들어 올리고 온도를 신경 쓰고 옷을 입히고 이불을 덮어주며 이름을 지어주지요. 인형뿐만 아니라 사람 모양을 하지 않은 사물에도 이 인격화를 하게 되기도 하고 심지어 돌멩이를 대상으로 하기도 해요. 소리도 내지 않고 움직이지도, 눈코입 얼굴이나 다리도 달려있지 않은 돌멩이가 인격화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세상. 이런 세상에서 쌍방의 소통으로 유대를 형성할 수 있고, 그들만의 고유한 언어가 있기까지 한 반려견이라는 존재는 사람에게 인격화를 하지 않으래야 않을 수 없는 존재로 여겨질 만도 해요. 그들은 일방적이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우리에게 주는 정말 특별한 존재니까요.



그러나 참으로 안타깝게도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순수한 표현이라 할지라도 반려견을 인격화하여 반려견의 행동에 사람을 빗대어 해석하거나 의미를 부여하는 일은 부여하는 이에게도, 부여받는 이에게도 불행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일이 될 수 있어요. 반려견을 사람으로 대하거나 반려견의 행동에 사람의 의미를 덧대어 받아들이게 된다면 많은 경우에 반려생활의 어려움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왜 반려견을 인격화해 사람처럼 대한다는 이유로 문제가 발생할까요? 가장 큰 원인은, 사람은 사랑하는 대상을 인격화했을 때 그 대상을 어리숙한 상태라 상정하여 대하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이에요. 단순히 사람으로서 대하고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이상으로 반려견을 인격화하는 보호자는 반려견을 미숙하고 도움을 줘야 하는 어린아이처럼 소중해서 마냥 지켜줘야 하고 스스로 어려움을 헤쳐나갈 능력이 없다고 단정 지어 난관을 극복하고 헤쳐나갈 기회조차 앗아가는 필요 이상의 보살핌을 제공하게 되는 거지요.



보호자가 반려견을 어리숙한 대상으로 상정하여 대했을 때 나타나는 문제들을 나열해 본다면

첫 번째 사회성 결여 : 보호자 외 사회성을 넓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고, 보호자에 대한 의존성이 고착되게 해요.


두 번째 요구성 행동 습관화 : 요구적인 반려견의 행동을 올바르게 대처하지 못하고 뭐든 들어주는 보호자가 반려견의 단순한 자기표현 행동을 요구성 행동으로 발전되게 하고, 그 요구성 행동을 강력한 습관이 되게끔 강화시켜요.


세 번째 식사 편식 : 어린 시기서부터 다양한 이유들로 나타날 수 있는 사소한 편식이 보호자의 필요 이상의 관심에 의해 고질적인 편식으로 자리 잡게 해요.


네 번째 민감한 반응성 : 난관을 경험하며 끝내 극복해 본 경험이 부족한 반려견은 나이가 들수록 극복해보지 못한 자극에 대한 반응에 예민해지고 결과적으로 낯선 자극이나 상황에서 쉽게 패닉 상태가 되거나 방어적 공격성이 발현되게 해요.


다섯 번째 보호자 리더십 결여 : 반려견을 어리숙한 대상으로 상정해 대하는 보호자의 태도는 대체로 일관성이 부족하고 감성적이면서 감정적이에요. 이런 보호자의 태도는 반려견으로 하여금 보호자를 되려 자기가 리드해줘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게 해요.


여섯 번째 생활규칙 미학습 : 반려견을 어리숙한 대상으로 상정해 식사 규칙이나 산책 규칙 등 학습시켜야 하는 교육과 일관적인 규칙을 제때 익혀주지 않아 흥분에 취약한 반려견이 되고, 결과적으로 요구성 행동 습관화를 더욱 강화시키도록 작용해요. 나아가 반려견의 의도와 요구대로 보호자가 움직이게 되는 불안정한 관계가 형성되지요.


일곱 번째 다양한 공격성의 동기 촉진 : 보호자를 매개로 하는 보호자 의존적 공격성, 보호자를 지키기 위해 나타나는 방어적 공격성, 보호자를 대상으로 나타나는 우위적 공격성과 소유욕 공격성 등 다양한 공격성향은 보호자의 인격화 태도에 영향을 받아 더욱 쉽게 발현되게 해요.


위 문제들이 모든 반려견에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이와 같은 사례를 '반려견을 인격해 과잉보호하는 반려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현실이 참 불합리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반려견을 인격화하고 반려견을 무조건 어리숙한 대상인 듯 대하는 보호자의 과잉보호 행동, 이 과잉보호 행동이 대체 뭐라고 다양한 문제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걸까요? 반려견이 어리숙하게 대하는 보호자를 보고 날 어린애 취급하지 말라며 일종의 반항이라도 하는 걸까요?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반려견의 입장에서 보호자의 과잉보호 행동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 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반려견은 사람 사회의 주체인 사람에게 도움을 받아야만 사람 사회에서 안전과 건강을 지키고 규칙을 배워 문제없이 녹아들어 살아갈 수 있어요. 이는 우리 사람에게는 이견의 여지가 없는 정론이지요. 그러나 반려견들의 입장은 조금 다른 듯합니다.


사람의 생각과는 달리 반려견들은 스스로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 자신하며 살아가요. 개는 어린 강아지 시절에는 스스로 연약하다는 걸 자각하고 그 연약함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유아적인 태도와 생김새로 생존전략을 펼치지만 시간이 지나고 성장을 이루며 자연스럽게 뇌 발달과 호르몬의 변화가 나타나면서 호기심과 모험심이 가득한 개로 거듭나게 되지요. 개는 특별히 어마어마한 사건사고를 경험하지 않은 이상 사람으로 치면 근거 없는 삶에 대한 자신감 같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물론, 반려견은 사람 사회에서 자신이 앞으로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험난한 난관을 극복하며 살아야 하는지, 그 난관을 어떤 식으로 헤쳐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는 전혀 알고 있지 않아요. 그래서 자신감과는 달리 야생의 개는 얼마든지 한 순간 생을 마감할 수도, 질병에 걸려 앓을 수도, 먹을 것을 못 구해 피골이 상접하는 상황에 닥칠 수 있지요. 하지만 스스로 험난한 세상을 살아갈 자신감이 있는 그들은 미리부터 험난한 상황에 닥칠 자신을 걱정하지 않아요. 그들은 옛날 옛적부터 대를 이어 살아남은 지구상의 한 동물로서 호기심과 모험심을 내세워 앞으로 닥칠 일에 대한 걱정은 1만큼만, 극복하고 살아남을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9만큼 가지고 살아가는 동물인 거예요. 대부분의 반려견은 나이가 들거나 몸이 아픈 게 아니라면 보호자에게 자신이 연약하니 지켜달라거나 자신을 대신해 먹을 것을 구해오길 바라는 태도를 보호자에게 보이지 않아요. 물론 예외는 존재합니다. 반려견의 성향이 사람과 협동하며 살아가기에 유리한 성향이거나 이미 수년에 걸쳐 어려움을 헤쳐나갈 기회를 보호자에게 빼앗기고 과도한 보살핌이나 방치에 의해서 사회성을 넓히지 못한 경우 유아기 시절의 의존 행위를 나이가 든 성견이 되어서도 보일 수 있어요.


사람의 과잉보호와 개의 자신감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서론을 덧붙여보자면, 개의 육아를 보면 모견은 자신의 새끼강아지가 생후 3개월이 되는 시기서부터 본격적으로 모성애가 줄어들며 새끼강아지를 더 이상 지극정성으로 돌보지 않게 되고, 이빨이 자란 새끼강아지가 젖을 아프게 하면 과감히 모유 주기를 중단하고 방해받지 않고 쉴 수 있는 자리로 이동해 태평하게 휴식하는 모습을 보이곤 해요. 그러면서도 아직은 어리고 연약한 존재이니 생존을 위해 가르쳐줘야 하는 요령들과 위계에 대해 알려주며 돌보지요. 모견은 자신의 새끼강아지임에도 무례함이 선을 넘거나 귀찮게 한다면 온몸으로 새끼강아지를 짓누르거나 심지어는 이빨을 이용해 울부짖는 깨갱 소리를 세상이 떠나가도록 낼만큼 혼을 내요. 강아지는 이 과정에서 자신의 태도가 잘못되었고 대상에 따라 힘과 태도를 달리해야 한다는 것, 잘 지내기 위해선 상대방을 불편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상호작용을 익히게 되지요. 이러한 모견의 양육은 사람의 반려견 양육과는 사뭇 달라요. 생후 3개월의 어린 강아지를 가족으로 맞이한 대부분의 보호자님들은 그 강아지를 세상 연약한 존재로 인식해 털끝도 다치지 않도록 얼굴과 몸이 닳을 정도로 쓰다듬고 껴안으며 품에 두고 애정을 표현해요. 강아지가 모견과 함께 살았다면 모견의 애정은 끊기고 이제는 스스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요령을 깨우치며 상대방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혼이 나기도, 요령을 배우기도 하는 시기에 말이에요. 이렇게 모견의 양육과 사람의 양육을 비교해 보면 인격화를 통해 반려견을 어리숙한 존재로서 대하는 사람의 양육은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 심지어 반려견이 성견이 되는 생후 13개월의 시기를 넘어 3살, 4살의 나이가 되어도 보호자의 인격화와 과잉보호는 멈추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이 부자연스럽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결론적으로 보호자의 과잉보호 행동이 각종 문제를 유발하는 이유는 과잉보호 행동이 반려견의 성장과정에서 자연스레 발현되는 호기심과 모험심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게 하고, 그로 인해 사회성의 발달이 늦어지거나 아예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며, 규칙을 배우며 사람 사회를 잘 살아갈 요령을 익히기 적합한 시기에 과잉보호에 의해 교육 훈련과 일관성이 부재한 상태로 성장하기 때문이라 볼 수 있어요. 이런 부적절한 관심과 부족한 관리를 받으며 성장한 반려견은 자기 주도적인 요구성 행동을 굉장히 빠르고 쉽게 습관화하고, 부족한 사회성에 의해 각종 자극이나 대상에 대한 경계심을 가지며, 두려움이 산책 중 짖음과 외부 소리에 대한 짖음으로 이어지게 되지요. 두려움은 공격성을 유발하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하거니와 나아가 과잉보호라는 과도한 관심은 그 자체로 보호자에 대한 의존성을 높여 분리불안의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기까지. 이렇게 풀어놓고 보게 되면 보호자의 인격화에 의해 반려견을 연약한 존재로 보게 되는 경향, 그로 인해 시작되는 보호자의 과잉보호 태도는 반려견과의 삶에서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다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어요.



과잉보호가 아니라도 이와 같은 문제를 유발하는 원인이 하나 더 있는데요, 바로 [방치] 예요.

반려견을 혼자 오랜 시간 집에 두면서 동시에 필요한 관리와 학습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는 가정, 그리고 아예 가두다시피 하는 반려가정의 경우 당연하게도 산책이나 교육, 보호자와의 소통을 통한 발달의 기회 등을 반려견이 제공받지 못하게 되므로 요구성 행동 습관화와 사회성 결여, 분리불안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문제점만 놓고 본다면 관심의 과함에서 비롯되는 과잉보호와 관심의 부족함에서 비롯되는 방치는 비슷한 문제들을 공유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물론 보호자와의 소통과 기본적인 관리를 제공받는 과잉보호에 노출된 반려견이 방치된 반려견보다 삶의 질이 높고 더 행복할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반려견에게 제공해야 할 의무적인 사항을 전혀 지키지 않고 방치하며 키우는 사람들에게나 닥칠 문제를 반려견을 과도하게 애정한다는 이유로 겪는다는 사실은 반려견을 어리숙한 대상으로서 대하는 보호자의 태도가 반려견의 사회성, 성장, 보호자와의 관계형성에 얼마나 큰 악영향을 끼치는 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하지요.



반려견은 사람이 아니며, 꺾지만 않는다면 스스로 세상을 얼마든지 누비며 모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소중한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격화가 과잉보호로 이어지지 않도록 반려견의 호기심과 모험심을 해소해 주고 스스로 사소한 위기나 난관을 해결해 낼 기회를 줘야 한다는 사실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거예요.



오늘의 글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집중하기 위해 인격화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인 양 인격화와 과잉보호를 하나로 묶어 다루었지만, 사실 보호자의 반려견 인격화는 자각한다 해서 쉬이 절제할 수 없는 현상이고 무엇보다 인격화는 인간과 개라는 서로 다른 종의 동물이 유래 없이 돈독한 관계를 이루게 만든 특별히 의미 있는 현상으로 여겨져요. 개는 인간의 인격화를 유도하는 생물학적 전략을 잘 짠 덕분에 지구상에서 종을 퍼뜨림에 있어 가장 성공한 동물이 되었지요. 이런 인격화는 인간이라면 가지지 않을 수 없는 특성이며 긍정적인 측면의 해석도 가능한 특성이니 나쁘게만 바라봐서는 안 될 일이에요. 그러나 결국 우리는 이를 절제하여 과잉보호로 만큼은 이어지지 않도록 우리의 태도를 늘 점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