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주의 반려견

by 오늘

우리는 세상을 효율적으로, 뜬구름 잡는 일이나 로망보다는 당장의 일이나 현실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일들에 집중하고, 현실적으로 달성할 가능성이 높은 목표를 지향해 실천해 나가는 사람들을 현실적인 사람, 현실주의자라 표현하곤 해요. 그리고 우리 사람의 사회에서 현실적인 사람으로 여겨지는 유형의 사람은 주로 직장이나 직업적인 안정성, 그리고 경제적 안정성을 위해 절약을 하거나 재테크를 하고, 현실적으로 인생에 도움이 될만한 분야의 자기 계발을 부단히 하며 살아가는 유형의 사람들이지요. 이렇게 우리가 현실적이라고 표현하는 현실주의자들은 대개 삶을 안정적이게 해주는 주된 가치를 '경제적 풍요로움'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해나갑니다. 실제로 우리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인만큼 많은 사람들은 경제적 풍요로움을 큰 가치로 여겨 평생 경제적 자유를 목표로 살아가고 있지요. 그런데, 사실 우리 반려견들 또한 이런 현실주의자적인 면모와 실행력을 마음속에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우리 반려견들이 현실주의자로서의 면모를 갖추었다니 이게 대체 이게 무슨 소리일까요?

상당히 많은 반려견들은 현실주의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성향을 가지고 있어요. 물론, 이들이 현실적으로 세상을 살아가게 만드는, 삶을 안정적이게 해주는 주된 가치는 경제적 풍요로움이 아니에요. 이들이 집중하고 있는 삶의 주된 가치는 바로 '생존 측면의 안전과 안정'이에요.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 김이 빠질 수 있지만, 생각보다 많은 보호자님들은 반려견들이 이런 생존 측면의 안전과 안정을 얼마나 중시하며 살아가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에요.



위협적인 다른 개, 타 동물들처럼 위협적인 대상이나 낯선 환경을 극복해 내면서 안전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안전을 넘어 나와 우리 무리가 건강, 먹이, 보금자리와 같은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들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확고한 목표 없이는 살아갈 수 없어요. 경제적인 풍요로움을 목표로 뚜렷한 현실적인 계획을 짜고 그 계획에 따라 나아가는 사람처럼 반려견들 또한 자신이 생존 측면의 안전과 안정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골똘히 생각하며 실천해 내요. 이런 반려견들에게 현실주의자라는 표현은 딱 알맞은 표현이지요.



현실적인 반려견들은 세상을 살며 다양한 경험을 하고 학습할 때 안전과 안정에 효율적일 수 있는 것을 특히 더 잘 배워 흡수하고 앞으로의 삶에 적극 활용해요. 안전과 안정면에서 효율적이지 않은 것들은 아예 활용을 안 하는 건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학습을 빠르게 해내지 않아요. 그래서 많은 반려견들은 보호자의 실없는 말에는 반응하지 않지만 산책이나 먹을 것이 뒤따라올 가능성이 큰 말에는 재빠르게 반응해 보호자의 관심을 적극적으로 끌어오는 거예요. 뿐만 아니에요. 반려견은 안전과 안정면에서의 효율을 따지다 보니 '편파적인 일반화'를 하게 되기도 해요. 자기에게 위협이 되어 안전과 안정에 훼방을 놓은 자극, 대상을 경험하면 반려견은 그 단 한 번의 경험만으로도 그 위협 상황과 자극이나 대상을 연결 지어 일반화를 해버려요. 걷다가 모자를 쓴 웬 행인이 자기에게 무언가 던지며 위협을 가했고, 그 위협이 강했다면 반려견은 사건 이후 아예 처음 보는 사람이 모자를 쓰고 있어도 모자를 썼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을 경계하고 심한 경우 방어적 공격성을 보일 수 있어요. 머리에 무언가 쓰고 있는 사람은 위협적이라는 일반화가 이루어진 것이죠. 이런 위협에 관한 일반화는 특히 풍부화 프로그램 등 사회화 교육이 보편화되어 있지 않은 우리나라의 반려견들에게서 흔히 보이고 있지요. 편파적인 일반화라 했듯이 반면 반려견들은 좋았던 경험에 대해서는 일반화를 잘하지 않아요. 자기를 기분 좋게 해 줬던 사람을 만나더라도 그 사람이 가지고 있던 특징과 좋았던 경험을 연관 지어 일반화하는 데 까지는 비교적 좀 더 많은 빈도의 반복되는 경험을 필요로 해요. 나이에 따른 차이나 반려견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반려견들은 기본적으로 다른 경험의 일반화 보다 안전과 안정에 훼방을 놓은 경험에 대한 일반화를 훨씬 잘 해내는 거예요.


반려견의 현실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특성은 단순히 일반화에만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니에요. 반려견의 이 현실주의자적 특성은 보호자와의 관계에서도 발휘되는데요, 보호자의 반려견을 향한 애정, 사랑 등 '긍정'이 가득 담긴 태도를 반려견이 경험하게 되면 현실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반려견일수록 보호자의 긍정에 긍정으로 화답하지 않고 오히려 주변의 자극이나 낯선 대상에 대한 예민함을 강하게 드러내게 만드는 영향을 끼쳐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참 아쉽게도 현실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반려견들일수록 자기를 향한 보호자의 과도하게 긍정적이고 마냥 애정을 담아 자기를 대하는 보호자의 태도를 안전과 안정에 훼방을 놓는 요인으로 간주해요.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가늠'과 '반려견의 사랑 방식'을 이해해야 해요.


우리 반려견들은 세상을 살아가며 자기를 잘 안내해 주고 자기를 이끌어줄 사람인 보호자라는 존재에 의존하게 돼요. 이 과정에서 반려견은 보호자가 자기를 잘 이끌어줄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세상을 잘 알고 있는지, 자기에게 세상을 잘 알려주는 지를 점차 '가늠'하게 되지요. 보호자가 괜찮다고 하면 정말 괜찮은 건지, 보호자가 우리에게 위협을 가하는 대상으로부터 잘 대항하는지, 우리 보금자리 주변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를 확인하며 보호자를 신뢰해도 될지 정보를 파악하게 돼요. 저는 이를 '가늠'이라고 이름 붙여 소개하곤 하지요. 이 가늠의 결과가 일관적일 경우 반려견은 비로소 보호자를 신뢰하고 "보호자가 괜찮다고 하니 괜찮겠지!"라 하게 되는 거예요. 반려견은 보호자가 자신과 우리 무리를 충분히 안전하게 안정적이게 이끌며 대처하고 관리할 수 있을지 확인하고, 만약 보호자가 반려견에게 연약한 모습을 보이거나 신뢰를 깰만한 모습을 보인다면 반려견은 스스로 보호자가 해야 할 역할을 분담해 자기가 맡으려는 경향이 나타나게 돼요. 스스로 역할을 분담해서라도 우리 보호자와 나라는 무리의 안전과 안전성을 확보해야 하거든요. 그리고 반려견이 우리 보호자가 연약하다고 판단하게 만들거나 보호자에 대한 신뢰를 깨뜨리게 만드는 보호자의 태도는 생각보다 흔하면서 무심코 보호자님들이 반려견에게 보이는 태도들이에요. 반려견을 향해 유아스러운 감성적인 말투를 자주 사용하는 태도, 반려견을 필요 이상으로 만지는 태도, 반려견에게 과할 정도로 말을 거는 태도, 요구적인 반려견의 행동에 즉각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태도 등이에요. 반려견과 살고 있고 반려견과 잘 살기 위해 조금이라도 공부해 본 보호자라면 많은 반려견 전문가들의 반려견에게 리더십 있는 보호자가 되어야 하며, 반려견을 아기 대하듯 말해선 안 되고 상황에 맞게 단호하면서 강단 있는 말투를 써야 한다는 조언을 접해본 적 있으실 거예요. 그 조언의 이유가 바로 현실주의적인 반려견들의 '가늠'에 대비하기 위함에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이 가늠은 반려견이라면 하지 않을 수 없는 그들이 특성이기 때문에 가늠을 하지 않게 막을 수 없는 노릇이니 결국 보호자는 반려견의 가늠에 대비해 가능한 항시 좋은 관계를 이루며 반려견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태도 습관을 갖추어야 하는 거예요. 현실적으로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요. 반려견의 가늠에 대비해 신뢰를 줄 수 있는 태도습관을 갖추기는 정말 쉽지 않아요. 실제로 우리 주변 이웃 반려가정을 보면 신뢰를 줄만한 좋은 태도습관을 가진 보호자를 찾아보기는 어려우니까요. 자 그렇다면 결국 우리네 반려견들 중 상당히 많은 반려견들은 나의 보호자가 연약하고, 어떤 상황에서든 마음 편히 신뢰하기엔 부족함이 있는 보호자라고 여기고 있을 거예요. 그럼 혹시 우리 반려견들은 보호자가 신뢰를 주지 않고 연약하기까지 하다면 보호자를 싫어하거나 보호자를 떠나 살고 싶어 하지는 않을까요?



반려견들은 보호자가 연약하다고, 보호자를 불신한다 해서 보호자를 떠나고 싶어 하지 않아요. 오히려 보호자를 사랑해서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 마음이 우리 무리의 안전과 안정을 위해 보호자의 역할을 반려견 스스로 자처해 분담하려는 강력한 동기로 작용하는 거예요. 반려견이 보호자의 연약함이나 보호자에 대한 불신을 경험하면 모두의 행복을 위해 안전과 안정을 되찾기 위한 선택으로 자신이 보호자의 역할을 일부 분담해 보호자의 연약함과 리더십 부족 위기를 모면하려 시도해요. 그래서 보호자가 연약한 태도를 지속해 반려견의 신뢰를 잃은 가정의 반려견은 날이 갈수록 집 안에서든 밖에서든 예민하게 낯선 자극과 위협을 포착하려 하고, 거친 짖음과 움직임을 보이며 직접 대항하려 하는 모습이 나타나요. 뿐만 아니라 보호자를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지키기 위해 오히려 보호자를 향한 공격성으로 보호자를 통제하는 모습까지 나타날 수 있어요. 이런 반려견의 모습은 보호자를 싫어하거나 떠나고 싶어 하기는커녕 오히려 보호자를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보호자와의 삶을 더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살아보기 위한 현실주의적인 반려견의 최선책이라고 볼 수 있는 거예요.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현실주의적인 반려견의 의사일 것일 뿐, 반려견들은 사람 사회에서 무리를 안전하게 지켜낼 요령과 유전자를 갖추고 있지 못하고 있고, 야생성이 옅어진 현대의 많은 반려견들은 보호자라는 역할을 씩씩하게 수행해 낼 자신조차 갖추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아요. 문제는, 반려견들은 잘 해내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무리를 위해 억지로 그 역할을 자처하고, 그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삶을 살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반려견이 보호자의 사랑, 과도한 애정표현 등 보호자의 긍정에 반려견이 긍정으로 화답하지 않고 오히려 예민해지는 문제는 반려견의 개 본연의 특성 중에서도 정말 강력한, 나와 내가 사랑하는 보호자가 속한 우리 무리가 안전하고 안정적인 평온한 하루하루를 살아내길 바라는 간절한 바람에서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고, 이는 반려견이 보호자를 사랑하기 때문에 하게 되는, 현실주의자가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을 한 결과라고 할 수 있어요.


반려견의 생존 측면의 안전과 안전성이라는 현실주의적인 바람은 사람의 삶의 방식과는 맞지 않아요. 사람은 말과 행동이 사랑을 표현해 서로의 의사, 마음의 정도를 확인하는 도구나 척도로 사용되지만 반려견은 되려 말을 줄이고 자신을 든든히 지켜주거나 세상을 당당한 태도로 잘 소개해주며 안내해 줄 때 보호자를 안정적인 삶의 길잡이나 동반자로 여기며 신뢰하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보호자라는 위치에 있는 동안에 반려견과의 소통에서 그 소통의 방식을 그저 나의 잣대로만, 나의 사랑만을 강조하며 표현하는 것이 정말 옳은 것인지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요. 단순히 나의 반려견을 향한 마음을 참지 못 해서 그것들을 드러냈을 뿐이지만 그 영향은 반려견이 커다란 짐을 떠안게 만들 수도, 삶의 질을 무너뜨리는 스트레스가 가득한 삶을 살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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