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에게 산책은 굉장한 의미를 가지는 활동이에요. 요즘은 미디어의 영향과 핵가족화로 인한 반려가정의 수 증가, 실질적인 반려견 산책을 실천하는 반려인의 수가 많아지면서 산책을 하는 반려인의 모습을 어디서든 볼 수 있게 되었고, 그로 인해 비반려인들에게조차 반려견 산책은 반려견에게 매우 중요한 활동이라는 게 상식이 될 만큼 잘 알려졌지요. 그런데 이 산책이 왜 반려견에게 중요한지를 제대로 알고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산책을 단순히 운동 욕구, 냄새 맡기 욕구를 해소해 주는 활동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는 보호자님들이 대부분이니까요.
반려견 산책은 반려견의 생존활동, 정확히는 '개의 생존활동'의 잔여물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개라는 동물은 기본적으로 하루에 수 킬로에서 십수 킬로를 걷고 뛰어다녔던 동물이며 그럴만한 신체능력을 갖춘 동물이었어요. 물론 지금 우리 곁에 있는 우리 반려견들도 그렇구요.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개는 예나 지금이나 적어도 수 킬로를 무언가 '목적을 가지고' 돌아다니는 동물이라는 거예요. 많은 사람들은 개가 아무런 목적 없이 그냥 이곳저곳, 이 동네 저 동네를 돌아다니며 수 킬로 활동거리를 채운다고 오해하고 있어요.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말이에요. 개는 귀중한 에너지를 이유 없이 소비하지 않고 기본적으로 생존에 필요한 정보를 탐색할 목적으로 보금자리를 기점으로 해 주변을 돌아다녀요. 잠을 자다가 처음 듣는 소음을 포착한다면 그 소리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 탐색 활동을 통해 파악해요. 뿐만 아니라 어떤 장소에서 낯선 동물의 냄새를 포착하면 그 냄새는 어느 정도의 주기로 남겨지는지 냄새의 정체가 무엇인지 확인하려 하고, 내가 특히 주의 깊게 살펴야 할 다른 개의 냄새가 포착되면 주로 어디에 냄새를 남기는지, 그렇게 냄새를 남기는 다른 개의 수는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려 해요. 탐색 중 대상을 마주쳤다면 그 대상에 대해 경계를 풀어도 될지 아니면 너무 위협적이라 대응이나 피신을 준비해야 할지 반응과 의도를 살펴요. 이 외에도 보금자리 주변에서 섭취할 수 있는 음식물이나 먹이에 대한 정보, 물을 풍족히 음수 할 수 있는 장소 등 무수히 많은 정보들을 부지런히 파악하기 위해 개는 귀중한 에너지를 활용합니다. 개들에게 이렇게 몸을 움직이는 탐색활동은 단순놀이나 즐겁게 동네를 탐방하는 시간이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 주요한 활동이었지요. 결과적으로 이 생존을 위한 탐색활동을 더욱 열 띄게 행하는 개는 그렇지 않은 개에 비해 더 잘, 덜 다치면서도, 더 많은 영양을 섭취하며 살아남을 수 있었을 거예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듯 주변을 잘 파악하고 위험에 잘 대비해 기민하게 대처할수록 생존 가능성이 높아졌을 테니까요. 그 결과 지금 우리 곁에 있는 반려견들은 탐색활동을 적극적으로 해 살아남은 조상 개의 후대임을 의미해요. 물론, 개가 인류와 만나게 되면서 옛 개가 가졌던 기민한 탐색행위의 중요성은 비교적 줄어들어 그 유전자가 옅어졌고, 사람에 의해 선택적 교배가 되면서 더더욱 많은 종, 많은 개체의 개들은 조상 개에 비해 탐색행위의 적극성이 많이 희석되었다고 볼 수 있어요. 흔히 우리는 이런 특성을 '야생성'이라 표현하지요. 이 야생성이 옅어진 우리네 반려견들은 사람과 더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특성을 갖추게 되기는 했지만 이들은 여전히 유전자에 새겨진 생존을 위한 탐색행위를 실행에 옮기려는 욕구와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앞선 내용을 읽으며 깨끗한 물과 먹을 곳이 풍부한 곳을 찾고 위협이 될만한 다른 동물의 냄새를 파악하는 등 생존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행하는 개의 정보 탐색 행위에 대해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우리 반려견들은 굳이 안 해도 되는 불필요한 탐색 행위네" "내가 밥과 물을 챙겨주고 안전한 곳에서 재우니까 우리 반려견은 탐색이니 뭐니 안 하겠구나"
이런 생각과는 달리 '개의 정보 탐색 행위'는 현대의 반려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사람과 살아가는 개인 반려견에게도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는 행동 양식이에요. 반려견은 옛 개에 비해 옅은 야생성을 가지게 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생존을 위한 탐색 의지와 그 의지에 불을 지피는 탐색 욕구가 유전자에 남아 있어요. 현대의 개들은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서 자연스럽게 사람의 보금자리에 들어와 살게 되고 개는 '반려견'으로서 사람과 함께 부대껴 살아가면서도 개로서의 역할을 다 하려 해요. 그리고 반려견은 개이기 때문에 할 수밖에 없는 방식으로 자신의 삶의 쓸모를 찾으려 해요. 쓸모를 찾기 위해 사용되는 능력이 바로 유전자에 남아 자연스럽게 발휘되는 정보 탐색 행위입니다. 반려견은 이 정보 탐색 행위를 통해서 우리 가족들과 내가 집에서 마음 편히 배를 까고, 코를 골며 자도 괜찮은지를 확인하기 위해 위협적인 소리가 들리지는 않는지 집 밖으로 귀를 기울이고, 소리를 들었다면 그 소리의 진원은 무엇인지 확인하고자 해요. 집을 나설 때면 우리 집 앞에 누군가 침범해 영역표시를 하진 않았는지, 우리에게 위협을 가하는 대상이 있지는 않은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위협을 경험한다면 보금자리를 옮기지 않아도 괜찮을지, 보호자와 자신이 지금까지처럼 안전을 잘 유지할 수 있을지 확인하고 싶어 하죠. 이런 반려견의 행동은 사람과의 삶에서 스스로 가장 잘할 수 있는 장기를 활용해 소중한 보호자와의 관계와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제 역할을 다 하려는 반려견의 사랑 방식이라고도 볼 수 있지요. 이 장기를 자주 활용할수록 반려견은 안정을 느낄 가능성이 높아져요. 장기를 자주 활용한다는 건 자주 산책을 나가 탐색에 나선다는 의미이고 탐색을 하면 할수록 더 많은 정보를 얻어낼 수 있을 테니까요.
야생에서의 개의 정보 탐색 행위는 개들에게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위라서 하루에도 여러 번, 특별히 제약 없이 틈만 나면 자다가도 하게 돼요. 하지만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반려견의 입장은 달라요. 과연 우리 반려견이 우리와 함께 살면서 하루에도 여러 번, 틈만 나면 해야 하는 정보 탐색을 원활하게 시도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그렇지 않을 거예요. 왜냐하면 반려견은 보호자가 나서 주어야만 보금자리를 벗어나 산책을 나갈 수 있고 산책이 반려견이 할 수 있는 정보 탐색의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이게 바로 반려생활에서 산책이라는 활동이 그토록 강조되고 강조되는 이유라 할 수 있습니다. 몸을 움직여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냄새를 맡고,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내 냄새를 남기고, 대상과 교류해 보며 정보를 수집하는 것. 사람과 살아가는 반려견에게 생존을 위한 탐색 행위가 허락된 시간은 산책시간 밖에 없는 거예요. 야생의 개에 비해 반려견은 보호자로부터 보호받고 먹을 것을 공급받는 관리 덕분에 생존에 유리한 위치에 있지만, 정보 탐색 기회에서만큼은 대부분의 반려견은 자연의 개에 비해 훨씬 불리한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직장을 다니고 다양한 취미활동이나 모임을 가지는 등 사회적인 활동을 하지 않고는 살 수 없고, 보호자가 생계활동과 사회활동을 하는 동안 반려견은 정보 탐색 행위의 기회를 얻을 수 없으니 단순히 보호자와 반려견이 함께 하는 시간의 비율을 따져보아도 자연의 개에 비해 반려견이 탐색 활동의 기회 측면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반려견 교육과 양육에 관련된 전문가들은 반려견 산책의 중요성을 특히나 강조하고 있는 듯해요. 반려견에게 산책이라는 활동이 운동과 정서적인 건강, 보호자와의 관계, 반려견 간의 사회적 활동에도 아주 큰 작용을 하니 강조하지 않으래야 않을 수 없는 활동이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나로 인해 야생의 개에 비해 개 본연의 습성을 덜 충족하는 삶을 산다는 사실은 보호자라는 위치에 있는 입장에서 마냥 편히 받아들일 수 있는 사실이 아니니까요. 현실적으로 많은 보호자에게 산책은 당장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미루고, 굳이 외투를 걸치고 다리를 움직여 집 밖으로 나가야만 하는 귀찮은 숙제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에요. 분명 생계와 사람으로서의 존엄을 유지하기 위해 보호자는 불가피하게 반려견을 신경 써주지 못하게 만드는 많은 활동을 해야 해요. 하지만 산책이라는 활동은 이렇듯 반려견에게 운동 이상의 의미를 가진 활동인 만큼 보호자는 자기 자신과 반려견의 상태, 환경을 고려해 최소한의 약속을 만들고 실천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거예요.
보호자님들이 오 분 더 일찍 집을 나서고 오 분 더 걷다가 들어오는, 반려견을 위해 스물네 시간이라는 시간 중 오 분 씩의 자그마한 시간만이라도 더 쓰게 되는 변화가 이 글을 통해 일어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