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들은 사람과 살아가며 곤욕스러울만치 많은 것들을 배워야만 해요. 여기서 말하는 배움에는 개인기 같은 보호자의 필요에 의한 배움을 말하는 건 아니에요. 지나가는 행인이 손을 흔들어도 나에게 위협을 가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 바람에 날리는 비닐봉지가 나에게 달려드려는 다른 동물이 아니라는 사실, 집 밖에서 들리는 어린이들의 웃음소리가 침범 소리가 아니라는 사실, 배달기사의 접근이 침범 시도가 아니라는 사실, 집을 나가는 보호자는 시간이 지나면 돌아온다는 사실, 밥은 때가 되어야 먹을 수 있다는 사실, 산책을 할 때는 줄을 당기면 안 된다는 사실 등 반려견들은 보호자와 살며 경험적인 사실을 자연스럽게 배우며 살아가게 돼요.
뿐만 아니라 반려견들은 보호자의 기다려 신호에는 큰 움직임 없이 한 자리에 머무르고 있어야 한다는 규칙, 하우스 신호에는 켄넬에 들어가야 한다는 규칙, 옆에 신호에는 보호자의 옆으로 이동해 자리해야 한다는 규칙 등 안전을 위한 동작을 배워야 하기도 해요. 또, 문제행동 수정을 위한 과정에서는 지금까지의 생활 습관과 태도 습관을 바꾸는 배움을 받아야 하기도 하고, 보호자와의 관계를 달리 하는 배움을 필요로 할 수도 있지요. 이렇듯 반려견들은 개 본연의 자연스러운 사냥, 놀이, 개들 간의 소통법이 아닌 사람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각종 경험적인 학습과 동작 학습, 규칙 학습을 불가피하게 해야만 해요. 그런데 이런 배움은 결코 순탄히 이루어지지 않아요. 많은 보호자님들이 공부를 하고, 영상을 참고하고, 전문가에게 피드백을 받으며 반려견을 직접 가르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려견은 보호자로부터 잘 배우지 못하고, 오히려 교육이 엉뚱하게 이루어져 반려견이 잘못된 습관을 가지거나 잘못된 규칙을 배우는 경우가 많아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반려견이 배워야 할 것을 반려견에게 효율적으로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반려견이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말이나 글을 통해 알려주는 게 아니라, 우연을 통해 경험시켜야 하고, 그 우연이었던 경험을 재차 반복경험하도록 설계해 반려견이 끝내 경험과 결과의 상관관계를 익히도록 유도하는 테크닉을 필요로 해요. 물론, 전문적인 영역의 반려견 교육은 이론뿐만 아니라 경험이 뒷받침되어야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는 만큼 일반적인 보호자님들이 수행하기엔 무리가 있어요. 그런데, 대부분 보호자님들이 함께 사는 반려견과 하려는 교육은 전문적인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수준 높은 배경지식과 경험이 뒷받침되는 역량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적어요. 그 말인즉슨 반려견이 세상을 보호자와 살며 무언가 배울 때 배움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익히는지 그 과정을 보호자가 알기만 한다면 교육의 효율과 수월함이 한층 좋아질 수 있다는 거예요. 반려견과의 교육에서 적용해 볼 수 있는 교육 요령들은 일종의 노하우라고도 할 수 있지만, 사실 이 노하우들은 반려견이 어떻게 세상을 배우고 익히는지를 설명하는 원리이기도 해서, 반려견 교육의 요령을 알게 된다는 건 반려견이 어떻게 세상을 경험하며 배우고 익히는 지를 반려견의 입장에서 보고 느끼고 알게 됨을 의미해요. 말 그대로 반려견을 이해하고 존중하게 되는 배경지식이 늘어나게 되는 거지요. 반려견을 이해하고 존중이 곁들여진 사랑을 주기 위해서는 반려견과의 각종 교육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거예요. 교육은 안전을 위해서도, 안정을 위해서도, 반려견이 세상을 오해하지 않게 돕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요소이니까요. 그렇다면 반려견이 안전과 안정을 지키고, 세상을 오해하지 않게끔 돕는 데에 도움이 되는 요령 4가지를 하나씩 살펴봅시다.
#우연
반려견 교육 요령 첫 번째는 우연 이에요. 사람의 학습과 반려견의 학습의 가장 큰 차이점이 뭘까요? 바로, 사람은 경험을 꼭 하지 않아도 무언가를 배울 수 있고, 반려견은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이에요. 사람은 처음 보는 사람이 "저와 악수를 하시면 돈을 드리겠습니다."라고 한다면 돈을 얻기 위해 악수를 할 수 있어요. 살면서 악수를 한 번도 해본 적 없고, 그 사람을 한 번도 본 적 없고, 이전에 악수를 하면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경험이 없더라도 돈을 얻고자 한다면 악수를 흔쾌히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반려견은 달라요. 반려견은 우연히 어떤 동작이나 행동을 했을 때 이득이 주어지는 경험을 이전에 해봤어야지만 자기의 동작이나 행동이 이득을 불러온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반려견은 자기 엉덩이가 땅에 닿으면 보호자의 손에 있는 간식이 자기에게 주어진다는 사실을 엉덩이가 우연히 땅에 닿아 간식을 얻는 경험을 하지 않으면 전혀 알 수 없어요. 반려견은 결국 무언가 배울 때 결과를 얻는 경험을 해야만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는 거예요. 그 첫 경험의 시작이 바로 '우연'이고, 우연을 통해 반려견들은 각종 동작과 규칙을 배우게 되는 거지요. 흔한 예시로, 전문가들은 주로 고개가 위로 올라가면 엉덩이를 낮추는 개의 견체 특성을 이용해 반려견에게 앉아를 교육해요. 간식을 높이 들어 반려견이 고개를 위로 들도록 유도하고, 고개가 들려진 반려견은 엉덩이를 낮추게 될 가능성이 높아져요. 그렇게 '우연히' 엉덩이를 땅에 붙일 가능성을 높여 반려견이 '앉아'의 첫 경험을 하도록 도와주는 거예요. 반려견 교육에서 이 '우연'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예요. 우연이 정말 우연히 일어났다면 그 우연을 기회로 재빠르게 활용하기 위해 칭찬과 보상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정말 우연히 하기 힘든 동작이나 행동의 경우 반려견이 그 동작이나 행동을 우연히 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나 공간을 설계해야 해요. 반려견에게 원하는 동작이나 행동이 있다면 그 동작이나 행동을 하게 되는 그 순간을 기회로 삼아 반려견에게 긍정적인 결과가 이어지는 경험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거예요. 이는 거의 모든 반려견 교육의 기초라 할 수 있어요.
#반복
우연 다음으로 강조되어야 할 반려견 교육 요령 두 번째는 반복이에요.
반려견은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서 깊이 학습할 수 있어요. 드물게 이루어지는 모방학습과 개라는 동물이 가진 생물학적인 특성 발현을 제외한 대부분의 학습은 오로지 우연을 통한 경험과 함께 반복되어야만 이루어질 수 있는 거예요. 반려견은 경험이 반복될수록 더 잘 더 빠르게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요. 앉아 동작 교육을 한다면 반려견이 앉아 동작을 우연히 보이고, 보호자가 그 우연을 캐치해 좋아하는 것으로 보상하고, 그 우연과 보상을 여러 차례 반복하면 점차 우연이었던 앉는 동작이 일부러 앉아보는 동작이 되고, 일부러 앉아보는 반려견의 의도와 행동에 보호자의 보상이 일관적으로 주어지게 되면 반려견은 반복을 통해 앉는 동작을 아주 쉽고 자주 하는 상태가 될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서서히 보호자가 신호를 줬을 때 앉는 동작을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교육을 이어나갈 수 있겠지요. 이런 학습의 과정은 모두 반복이 없어서는 이뤄낼 수 없는 결과예요. 그런데, 보호자님들은 이 반복을 생각보다 단순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우리 반려견이 앉아를 하루 만에 꽤 잘 해내는 교육 성과를 달성하면 오늘 잘했으니 내일도 오늘만큼 잘하겠거니 생각하는 거예요. 그래서 반려견이 어제는 잘하던 동작을 오늘 잘하지 못 하면 일부러 하지 않는 거라는 감정적인 해석을 해버리는 보호자님들을 흔히 볼 수 있어요. 반복은 처음 배울 때 어느 정도의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만 하는 게 아니라 그 이후로도 날을 거듭하여, 날마다 하는 반복을 의미하기도 해요. 보호자가 반려견에게 바라는 대부분의 학습은 매일 꾸준히 나날이 반복해야만 비로소 습관이 되고 정말 필요한 상황에서 그 동작을 반려견이 잘 수행해 내는 수준에 이를 수 있는 거예요. 연습하지 않고 반려견과 잘 살아갈 수 없어요. 애써 시간을 내고, 애써 반복을 하고, 진심을 담되 절제하며 칭찬해 주어야만 목표한 성과를 달성해 낼 수 있는 거예요.
#빠른 피드백
우연과 반복의 힘을 증폭시킬 수 있는 반려견 교육 요령 세 번째는 빠른 피드백 이에요.
반려견이 자기 방석 위에 올라가 쉬기를 바라는 한 보호자가 있다면 그 보호자가 가장 먼저 밟아야 할 단계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이미 배웠듯 정답이 우연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우연히 반려견이 집안을 돌아다니다가 방석을 밟으면 보호자는 반려견을 칭찬하며 반려견이 받았을 때 충분히 좋아할 만한 보상을 제공해 주는 거예요. 이 과정을 통해 반려견이 '내가 방금 왜 칭찬받았지?'라는 의문을 가지고 자기가 방금 어떤 행동을 했었는지를 되짚어보도록 유도할 수 있어요. 반려견은 자신의 행동을 되짚어보기도 하고, 우연을 통해 상황과 보상의 연결을 반복 경험하면서 방석 위로 올라가는 자신의 행동에 보호자의 보상이 주어진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게 될 거예요. 그런데, 반려견이 '내가 왜 칭찬받았지?'라는 의문의 답을 더욱 빠르게 찾도록 보호자가 도울 수 있다면 어떨까요? 반려견의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효과, 순탄하게 교육을 진행하는 효과, 더욱 빠르게 성과를 보는 효과까지 긍정적인 효과를 두루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빠른 피드백을 통해서 반려견이 의문의 답을 더욱 빠르게 찾아내도록 도울 수 있어요. 반려견이 방석 위에 올라가길 바라는 보호자가 이미 한참 전에 방석에 올라가 있는 반려견에게 갑자기 칭찬을 하며 간식을 준다면 반려견은 어떤 학습을 할까요? 방석이라는 공간과 촉감에 대한 긍정감을 익히는 데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자기가 방석에 올라갔기 때문에 간식을 얻은 거라는 답을 도출해 내기엔 어려움이 있을 거예요. 오히려 '방금 내가 하품을 해서 간식을 줬나?', '방금 내가 밖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쫑긋해서 간식을 줬나?'와 같이 터무니없는 답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크겠지요.
반려견이 '내가 왜 칭찬받았지?'라는 의문의 답을 더욱 쉽게 찾아내도록 돕기 위해서 보호자는 '보호자가 원하는 행동을 반려견이 한 순간'부터 '보상하게 되는 순간' 사이의 짧은 시간 동안 생길 수 있는 변수를 최소화해야 해요. 그래야 반려견이 '아! 내가 방금 이 행동을 해서 보호자가 나에게 좋은 걸 주는 거구나!'하고 답을 쉽게 캐치해 낼 수 있기 때문이에요. 만약 방석에 올라간 후 5초가 지나서 반려견에게 칭찬을 하고 보상을 해주게 되면, 그 5초라는 시간 동안 반려견은 방석을 다시 벗어날 수도, 갑자기 밖에서 들린 소리에 베란다 쪽으로 고개를 돌릴 수도, 보호자를 보고 짖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만약 반려견이 방석에 발 4개를 다 올리는 그 순간, 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 안에 보호자가 칭찬을 해주게 된다면 반려견이 그 사이 다른 동작을 하거나 예상치 못한 변수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확 낮춰줄 수 있어요. 반려견이 방석을 밟는 그 순간 보호자가 '옳지!'로 칭찬 신호를 말로 해주고, 간식을 몸에 지니고 있었다면 빠르게 꺼내 반려견에게 먹여주거나 던져주는 거예요. 만약 간식이 멀리 간식통에 보관되어 있다면 칭찬의 신호를 먼저 내준 후 간식통이 있는 곳으로 재빠르게 이동해서 간식을 반려견에게 먹여주거나 던져주는 거예요. 이렇게 반려견이 해낸 동작이나 행동에 보호자가 빠르게 칭찬해 주고 뒤이어 보상해 줄수록 반려견은 왜 자기가 간식을 얻어냈는지, 또 얻어내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더욱 쉽고 빠르게 캐치해서 보호자가 의도한 교육을 잘 따라올 수 있게 도울 수 있어요.
#수면
이런 핵심들을 다 공부해 놓고, 정작 반려견이 학습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한다면 시간 낭비가 될 수 있어요. 반려견 교육의 핵심적인 특징 네 번째는 수면이에요. 반려견 교육에서 대부분의 보호자님들이 고려하지 못하지만 굉장히 중요한 특징이 바로 수면이에요. 사람도 그렇듯 반려견도 수면을 통해 기억을 정리하게 돼요. 일부는 장기기억으로, 일부는 단기기억으로 정리되겠지요.
보통 보호자와 반려견이 함께 살면서 하게 되는 반려견 교육은 교육의 기억을 장기기억화 시켜 반려견이 그 교육의 성과를 일상화하는 걸 목표로 해요. 하루이틀 잠깐 하고 말아도 될 교육을 굳이 간절하게 애쓰며 반복하지 않을 테니까요. 장기기억화되는 기억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반려견의 교육 성과는 눈에 띄게 되고, 더 오래 기억하게 되고, 몸에 습관처럼 남아 규칙을 안정적으로 학습한 반려견이 될 수 있어요. 반려견의 학습한 기억을 비롯한 하루 동안의 모든 기억은 수면을 통해 정리되고, 수면을 통해 정리된 미세한 기억의 파편은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학습 경험과 수면이 반복되면서 쌓여 장기기억 공간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될 거예요. 반복에서 매일 교육을 반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 이유가 바로 이 수면과의 시너지를 위해서예요. 반려견이 교육 초기에 아무리 교육을 잘 해낸다 한들 결국 그 교육의 성과를 일상화해 보호자와 반려견이 서로 편안하고 안정적인 반려생활을 실현하기 위해선 하루하루 수면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수면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반복이 필요한 거예요.
이 4가지 요령들은 어려운 개념도 아니고 이를 이해하기 위해 복잡한 이론을 받아들일 필요도 없어요. 쉽게 풀어 설명하는 글이기 때문에 전문가가 될 게 아니라면 이 글에서 설명한 정도로만 각 요령을 이해해도 전혀 무리가 없을 거예요. 이렇게 반려견의 학습에 대한 배경지식을 넓히고, 그 배경지식을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요령을 우리 반려견과의 교육에 적용해 본다면 다양한 교육들을 놀이처럼 실천하는 것도 가능해질 거예요. 교육을 놀이처럼 하다 보면 어느새 일상생활에서 그 놀이가 우리의 규칙이 되도록 규칙화하는 것도 가능해지겠죠. 멀리 있는 반려견에 내 옆으로 와 앉도록 교육해 보고, 간식을 보여주지 않고, 간식을 앞에 내려놓지도 않고 기다리도록 기다려를 교육해 보는 거예요. 이를 놀이 삼아 집에서 연습하고, 산책을 하면서도 연습을 해보다가 횡단보도에 서서 반려견이 내 옆에 앉아 기다리게 해 보는 거예요. 그러면 반려견은 하루하루 차근히 '횡단보도에서는 보호자 옆에 앉아서 기다리면 되는 거구나!' 하며 규칙을 배우게 될 거예요. 반려견 교육은 단순히 개인기나 불필요한 학습을 반려견에게 강요하는 게 아니에요. 어떤 교육이든 반려견이 잘 해내도록 우연을 활용하고, 반복하고, 빠른 피드백을 주고, 매일매일 수면을 돕는다면 개인기 교육조차도 일상생활에서 안전과 안정에 큰 도움이 되는 규칙이 되도록 변모시킬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