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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은주 Mar 04. 2022

3월 3일, 2022년

제목 없는 글쓰기

1. 하루 회사

아침에 입사 원서를 넣고, 몇 분 후 입사가 결정된다. 오늘 할 일들을 정리하고 오늘 안에 해내고 다 완료하지 못한 투두리스트를 뒤로 하고, 저녁이 되면 퇴사가 결정된다. 내일에게 인수인계서를 작성하고 퇴사한다. 하루 회사는 매일 하루밖에 시간이 없다. 하루라는 시간을 재는 잣대는 어디에 있을까? 매일 24시간 같은 데도 왜 매번 다르게 흐르는지 모르겠다. 시간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계속 흐르고 있다. 시계가 알려주고, 해와 달이 알려준다. 꼬르륵 소리가 알려주고, 퀭한 눈이 알려주고, 뻐근한 어깨가 알려준다.


2. 하루 에너지

아침에 일어나면 에너지를 조사한다. 어느 날은 충전이 완료된 상태이고 어떤 날은 충전이 안되었다. 충전이 안되면 안된대로, 되면 된대로 에너지를 쓰면서 하루가 간다. 오늘 에너지를 저축해도 내일 에너지가 될지는 알수가 없다. 삶과 죽음이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어제와 오늘은 분리되어 있다.


3. 하루 밥

아침을 먹고 금새 점심이 되고, 점심을 먹고 금새 저녁이 되고, 저녁을 먹고 밤이 된다. 오늘 먹은 밥은 내일의 밥이 될수는 없다. 내일은 내일의 밥을 또 먹어야 한다.


4. 하루 잠

어제 잠을 많이 자면 오늘 잠이 잘 안 온다. 어제 잠을 많이 잤어도 오늘 잠이 잘 오기도 한다. 들쭉날쭉이다. 오늘밤은 어느쪽이려나.


5. 하루 사랑

출근하는 남편을 붙잡고 모닝뽀뽀, 퇴근하는 남편을 붙잡고 퇴근뽀뽀.


6. 하루살이

아침에 태어나서, 점심에 직업을 갖고 저녁에 결혼하고 아이 낳고 밤에 잠같은 죽음에 들어간다. 하루살이의 일생은 하루지만 일생이기에 길게 느껴지겠지.

(실제로 하루살이는 사나흘을 살기도 한다고 한다. 하루살이는 먹을 필요가 없어 입이 없다고 한다)


7. 하루의 이름

같은 하루인데, 어제는 어제라고 불리고, 오늘은 오늘이라고 불리고, 내일은 내일이라고 불린다.

하루가 지나면 오늘은 어제가 되고, 내일은 오늘이 된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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