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입니다

by 마음

나는 당신입니다. 당신은 평생 나로 불려왔고, 나는 당신의 모든 순간을 함께해왔습니다. 나는 당신을 잘 알지만 가장 모르기도 합니다. 오늘도 불면의 밤을 보낸 당신에게 나는 한 줌 기대를 걸어봅니다. 나를 가장 먼저 떠올리길, 나를 가장 먼저 찾길. 하지만 역시나 틀렸습니다. 당신은 오늘도 다른 이의 나를 떠올리고, 그를 따라가느라 분주합니다.


나는 당신이 참 애처롭습니다. 삶의 모든 순간, 나를 담아 살려고 노력한 당신이지만 정작 다른 이에게서 나를 찾지 못했을 때 당신은 많이 아픕니다. 오늘도 한참을 들여다 본 휴대폰에서 당신은 나의 저릿함을 느낍니다.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 같은 당신이 위태하지만 나는 당신을 꼭 붙듭니다. 두 다리에 힘을 주라고, 두 손을 가슴에 올려놓고 숨을 쉬어보라고.


나는 당신을 가만히 지켜봅니다. 오늘도 당신은 서점에 들렀습니다. 사람들은 당신이 유난히 책을 좋아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는 압니다. 서점에서 책을 둘러보는 당신의 표정이, 가만히 서 나란히 꽃혀 있는 책의 제목들을 들여다보는 당신의 눈빛이 어떠한지. 당신은 잃어버린 나를 찾고 싶을 때마다, 또 흐트러진 나를 정돈시키고 싶을 때마다 그렇게 가만히 책만 들여다봅니다. 눈물을 참고, 침을 삼키고, 입술을 깨물며 당신은 책을 집어 듭니다.


나는 당신이 참 예쁩니다. 늘 다른 이에게 안테나를 세우며 살아가는 당신은 때론 철없는 말과 철없는 행동을 합니다. 그것이 상대를 더 편안하게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는 압니다. 당신은 알아도 모르는 척, 봤어도 못 본 척하며 다른 이의 나를 보고 있단 걸요. 다른 이의 기꺼운 행복을 위해 당신의 가장 바보같은 모습을 보이는 일에 주저함이 없단 걸요.


나는 당신의 미소가 좋습니다. 당신은 작은 것에도 자지러지게 웃는 사람이지만 그만큼 눈물이 많은 사람입니다. 당신의 그 동그란 미소 속에는 말하지 못한 감정의 파동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웃는게 좋습니다. 당신은 웃을 때 나를 더 많이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 내가 매우 행복해한다고, 그래서 당신도 지금 너무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나는 이제 당신과 마주봅니다. 나와 마주하는 일에 눈을 찡그리던 당신이 이제는 나를 한 번 믿어보기로 합니다. 당신만의 특별한 사소함을 정성껏 돌보며 반짝반짝 윤을 내는 당신이 사랑스럽습니다. 나를 향한 당신의 질문에, 나는 감사함으로 대답합니다. 늘 당신과 함께했던 나를 새롭게 인식하고 살피는 당신의 깊은 눈을 나는 마주합니다.


나는 당신의 마음입니다. 당신의 발치에서, 당신의 손끝에서, 또 당신의 눈빛에서 점점 무르익어 가는 나는 당신의 빛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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