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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웨이브 Jan 14. 2021

시작이 반이란 달콤한 진실.

브런치를 시작하며


나는 무언가를 잘 시작하는 편이다.



가보지 않은 여행지에 발 내딛기. 100일 동안 하루 중 기억에 남는 일 연필로 적기. 생존이 급급하니 해본 적 없는 택배회사 상하차 알바 하기. 사실 쉽다면 쉽지만 무엇하나 쉬운 시작은 아니었던 일들이다. 그래도 엄청난 계획과 디테일한 산수, 그리고 굽힐 수 없는 의지가 없더라도 시작을 하는 편이다. 이러한 나의 성향이 브런치를 시작함에도 똑같이 적용이 된다. 중학교 때부터 오랫동안 일기를 써왔고 (물론 지금도 쓰고 있다. 예전과 같이 노트에 연필로 쓰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한다. 그리고 나 스스로가 글을 쓴다는 것에 두려움보단 자연스레 편하게 생각을 옮기는 편이기 때문에 이 또한 잘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브런치를 알고 처음의 글을 쓰는데 한 달의 시간이 걸렸다.



이런 나에게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그 시작이 '어렵다'는 것이다. '잘하는 것'과 그것이 '쉽고 어려움'은 분명히 다른 문제인 것 같다. 문제가 되는 것은 시작이 반이기 때문에 그 준비 작업이 나를 곤욕스럽게 한다. 브런치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지금과 같이 그냥 글을 써나가는 것은 오히려 쉬울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브런치를 한다면 어떤 목적과 목표를 정해야 할까, 어떤 주제와 카테고리로 어느 정도 주기로 글을 쓰는 게 좋을까, 다양한 카테고리와 글들을 관통하는 큰 주제를 접목시켜야 하는 것은 아닐까, 글이자 매거진이니 첫 번째 글이 가장 중요하니 신중하게 써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럼 나는 무엇을 써야 할까.. 등등 수많은 생각들을 나를 감싸곤 한다. 그러면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은 당장 노트북을 열어 나의 생각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프로젝트가 되어 마감시간을 기다리는 일이 돼버리곤 한다.


그렇다. 나의 시작은 정말 반인 것이다.

그렇게 될수록 시작이 반이라고 할 만큼의 부담감으로 다가와 시작이 더 어려워진다. 하고자 하는 것에 반 정도는 고민을 하고 계획이 되어야 시작할 수 있는 슬로 스타터인 것이다.



결국 나는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이다.



이제 브런치에서 그 어려움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시작을 좋아하지만 시작하기 전에 부담은 반이 되어 시작을 어려워하는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다행히 시작을 잘하고 좋아하는 편이라서 실패를 많이 하지만 계속 새로운 시작을 강구하고 시도하는 이상한 사람이라서 조금은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를 해본다.


브런치를 쓰는 이유의 첫 번째는 내가 생각하고 경험하는 일들을 기록하며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 지금껏 다양한 분야의 일을 하면서 겪은 경험들과 멋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두 번째는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서이다. 생각은 머릿속에 있을 때는 투명 얌체공처럼 이리저리 튀기며 나를 복잡하게 만들곤 한다. 하지만 나의 손으로 옮겨 적으면서는 윤곽이 보이고 내가 쓴 글을 다시 한번 읽고 보며 생각을 정리하면 하나의 의견이 되곤 한다. 이렇게 의견이 모여 관점이 되고 관점이 모여 가치관이 되고 가치관이 모여 세계관이 되는 것이다. 나의 세계관은 누군가에게는 오아시스의 그늘처럼 휴식이 될 수도 있고 샘물처럼 달콤한 물이 될 수도 있고 지나온 발자국처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결국 글을 쓴다는 것은 나를 정리하는 것이지만 이를 보는 이들에게는 작은 거울이 되어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선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매일은 아니지만 긴 호흡으로 글을 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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