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며칠 전 서점에서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라는 호러 소설이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었다.
으스스한 표지와 제목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마침 장거리 이동이 예정되어 있었고, 밀리 오디오북을 찾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결국 무언가에 이끌리듯 듣고, 읽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이미 이 책이 원하는 일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 소설은 모큐멘터리(Mockumentary)라는 독특한 장르를 택한다. 모큐멘터리는 ‘페이크 다큐멘터리’라고도 불리는데, 허구의 이야기를 실제 상황처럼 꾸며내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영화로는 클로버필드나 곤지암이 대표적이다.
알고 있던 장르였지만, 활자로 읽으니 느낌이 달랐다. 특히 이 책이 신선했던 점은 과거의 괴담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금 이 시점의 현실과 적극적으로 연결하려는 시도였다. 이야기 속의 무서운 존재는 책이 널리 퍼지고 알려질수록 자신이 바라는 것을 이루어간다. 독자가 책을 읽는 행위 자체가 서사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내용을 자세히 밝히지 않는 이유는, 혹여 이 글을 보는 이가 호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직접 읽으며 느낄 여운을 빼앗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이 책은 “읽고 난 뒤 다른 이에게 이야기하지 않고는 벗어날 수 없다”는 느낌을 준다. 술래잡기에서 다른 사람을 잡아야 술래에서 벗어날 수 있듯, 무서운 이야기는 누군가에게 전해짐으로써 나로부터 떠나간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단순한 호러가 아니라 현실까지 스며드는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참고로 이 작품은 일본 소설 창작 사이트 가쿠요무에 2023년 1월부터 4월까지 연재되며 큰 인기를 얻었고, 곧바로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지금은 영화로도 제작되어 개봉을 앞두고 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6172302
https://www.youtube.com/watch?v=as4PnTH1F0o&t=11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