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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웨이브 Jan 14. 2021

물줄기ㅣ바다에서 만난 물줄기

손해를 미리 두려워해서 아름다움에 다가가지 못하다.


언젠가 바닷가에 여행을 가서 천천히 백사장을 홀로 걷고 있었다.


백사장과 바다 사이에 긴 물줄기가 이어져있었다.

물줄기만 넘으면 애매랄드 빛 바다를 더 가까이에서 보고 만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물줄기가 생각보다 깊고 넓어 그냥 건너가면 신발이 젖을 것 같았다.

신발을 보존하고자 최대한 얕고 좁은 물줄기를 찾으려 저 멀리 걸어갔다. 직접 가보니 막상 생각한 것보다 폭이 넓고 깊었다. 그래서 더 멀리 보이는 물줄기로 한참을 걸어가 보았는데 마찬가지였다.


물론 우연히 좁고 얕은 물줄기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신발이 잠깐 젖음이 두려워 당장 내디뎌 아름다운 해변을 가까이서 느끼지 못한 어리석음에 헛웃음이 나왔다.




삶도 이와 같지 않은가


손해를 미리 두려워해서 아름다움에 다가가지 못하곤 한다.


그 헛웃음을 뒤로하고 오면서 더 좁고 얕은 물줄기가 있겠지 하고

지나쳐온 길보다 조금 더 넓고 깊은 물줄기로 발을 내디뎠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보기만 했던 물줄기는 깊지 않아 신발이 젖지 않고 건널 수 있었다.


아름다운 바다를 가까이 보며 이 글을 적어본다.


내 삶에도 건너야 할 물줄기가 수없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더 드넓은 대지에는 애매랄드 해변보다 아름다운 곳이 많을 것이다.

젖을 신발 따윈 벗어던지고 맨발로 달려 나가자. 혹여나 조개껍질에 맨발이 다친다 해도 그마저도 목도한 아름다움에 어느새 나아질 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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