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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웨이브 Mar 12. 2023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미니멀라이프' 그리고 'Spark Joy - 나를 설레게 하는 물건들'



  봄이 성큼 다가왔다. 집이 궁궐이 아닌 이상 우리는 겨울 옷을 정리해 넣어두고, 봄 옷들을 꺼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한다면 매년 늘어가는 물건들에 한숨이 나오기도 할 텐데, 그 고민을 해결할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당신은 물건을 잘 버리는 편인가요?



풀소유의 삶



  우리는 이미 충분히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계절이 바뀔 때가 되어 옷가지를 정리하다 보면 평소에도 물건을 잘 들춰보는 나에게도 "이런 옷도 있었나?"라고 혼자 되뇔 때가 있다. 옷이 아닌 문구류도 정리를 하다 보면 똑같은 색의 펜들이 수두룩 하다.



  한편으로 나에게 값진 물건들도 있다. 한 때 정말 가지고 싶어서 돈을 조금씩 모아서 사거나, 무리를 해서 산 물건들이 집안 구석에서 쿨쿨 잠자고 있다. 그 당시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소중하기에 아끼던 물건이 이제는 쓰이지 않고 잊히기도 하고, 어쩔 때면 그와 비슷하거나 같은 물건을 또 사기도 한다.


  집도 작고 형편도 넉넉하진 않으니 물건이 아주 많은 편은 아니라지만, 가끔 물건들을 정리하다 보면 꽤나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럴 때면 법정스님의 '무소유'가 떠오르곤 한다. 사실 법정스님이 이야기하신 무소유는 물건을 많고 적게 소유한다는 개념은 아니다. 어떠한 물건에 대한 소유가 아니라 법정스님은 물건에 대한 집착의 무소유를 말하신 것이다.



사실,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날 때 나는 아무것도 갖고 오지 않았었다. 살 만큼 살다가 이 지상의 적(籍)에서 사라져 갈 때에도 빈손으로 갈 것이다. 그런데 살아 보니 이것저것 내 몫이 생기게 된 것이다. 물론 일상에 소용되는 물건들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꼭 요긴한 것들만일까? 살펴볼수록 없어도 좋을 만한 것들이 적지 않다.

우리들이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게 되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적잖이 마음이 쓰이게 된다. 그러니까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 가졌던 것이 도리어 우리를 부자유하게 얽어맨다고 할 때 주객이 전도되어 우리는 가짐을 당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흔히 자랑거리로 되어 있지만,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측면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것이다.

- 법정, <무소유>, 범우사



  우리는 어쩌면 이미 풀소유의 삶을 살고 있기도 하다. 내가 말하는 풀소유는 모든 것을 가진 것이 아닌, 내가 원하는 것들을 이미 소유하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도 비슷하거나 같은 다른 무언가를 계속 갈구한다. 결국 우리에게 불편함을 주는 것은 소유하고 있는 '물건'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며 집착을 만드는 '마음' 때문인 것이다. 



  다만 우리는 살아가며 새로운 것을 안 살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가진 것을 잘 활용하며, 필요 없는 것들을 잘 버릴 줄 알아야 한다.




곤도 마리에의 미니멀라이프



  얼마 전 우연히 넷플릭스에서 정리에 대한 다큐를 보았다. 이는 넷플릭스 시리즈 '곤도 마리에: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라는 영상이었다. 곤도 마리에는 일본 출신 세계적인 정리 컨설턴트이다. 2011년 출간한 저서 '정리의 힘'은 세계적으로 1200만 부가 팔리며 '미니멀리즘 라이프스타일' 유행을 선도했다.


- 넷플릭스 시리즈, <곤도 마리에: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넷플릭스 시리즈에서 그녀는 말했다.


'Spark Joy'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사실 영상을 보며 옷은 어떻게 접고, 물건은 어떻게 정리하고 배열하는 것이 효율적인가에 대한 이야기 위주로 나오리라 생각했다. 평소에도 정리를 좋아하는 나에게도 필요한 부분이라 내심 기대했다. 그런데 나의 기대가 어긋났다. 제대로 이야기하면 더 좋았다. 좋았던 것은 정리의 노하우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정리를 대하는 마음자세를 그녀가 정성스레 보여주고 전달하며, 정리를 통해 변화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시리즈에는 미국에 사는 다양한 가정을 컨설팅하는 모습들이 담겨있는데, 보통 그들의 물건들은 우리가 생각한 수준을 넘어선다. 몇 세대가 한 집에 살기도 하고, 보통은 단독주택에 많은 방과 창고, 차고까지 손댈 수 없을 정도의 물건들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곤도 마리에는 환한 미소와 함께 먼저 사람을 만나고, 집과 인사하고 감사한다. 단순히 집과 물건을 잘 정리하는 비법만 전수하기보다는 우리가 늘 살아가고 시간을 보내는 집이라는 공간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감사하는 마음을 전한다. 


- 넷플릭스 시리즈, <곤도 마리에: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중


  그리곤 집에 있는 물건들을 순서대로 정리하기 시작한다. 정리의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1. 항목별 물건들을 한 곳에 모두 꺼내 놓는다.

2. 물건을 하나씩 손에 쥐고 나를 설레게 하는 물건인지 천천히 내 마음을 통해 들여다본다.

3. 설레게 한다면 남겨두고, 그렇지 않다면 감사인사를 하며 버린다.


- 넷플릭스 시리즈 <곤도 마리에: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중


  곤도 마리에는 그 설렘을 'Spark Joy'라고 표현했다. 어떠한 물건을 대했을 때 나에게 즐거움의 불꽃이 일어나는가를 보는 것이다. 물론 모든 물건을 그렇게 정리한다면 오래 걸리겠지만 정리는 나와 시간의 싸움이니 어쩔 수 없다.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이들에게



  무언가를 잘 버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단호함' 보다는, 오히려 그 물건이 나에게 어떤 설렘을 주는가를 스스로에게 묻고 답할 수 있는 '부드러움'이다. 결연한 의지로 전투하듯이 물건들을 버릴 수도 있지만 그 물건들이 나에게 어떠한 설렘을 주는지 차근차근 나 스스로와 대화하며 물건들을 정리하는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버리는 물건에 대해 후회와 아쉬움의 감정보다는 함께 해줘서 감사하다는 것을 느끼며 버리는 것이다. 


  원래 정리를 좋아하고 많이 해서인지 평소에 버리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는 편이다. 옷이건 물건이건 1년이나 2년 동안 건드리지도 않았다면 그것은 꼭 소유할 필요가 없는 물건인 것이다. 물론 버리고 나면 다시 필요해서 괜히 버렸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지만 1~2년에 1~2번 쓰는 물건이라면 '소유'보다는 '공유'라는 방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살 때 잘 사야 한다는 것이다. 정리를 거듭할수록 내가 가진 물건들을 제대로 알게 되고 무언가를 살 때 충동적이거나 갑작스럽게 사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물건을 필요할 때 사는 것이다. 그러한 물건들이 늘어날 때 버리는 물건은 줄어들고 설레는 물건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미니멀라이프를 누릴 것이다.




당신에게 설레임(Spark Joy)을 주는 물건은 무엇인가요?





출처


사진. Pixabay


- 법정스님. <무소유>

- 넷플릭스 시리즈, <곤도 마리에: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https://www.netflix.com/title/80209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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