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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뉴 Aug 30. 2023

[인터뷰] 초보 노인이 바라본 실버 세대의 삶은?

에세이 <초보 노인입니다> 김순옥 작가

노인은 노인인데, 초보 노인? 제10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인 김순옥 에세이 <초보 노인입니다>는 60대인 작가 부부가 평균 80세 입주민들이 사는 실버 아파트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담하게 그린 작품입니다. 이번 에세이를 통해 동년배들에게는 공감을, 젊은 세대들에게는 새로운 시각을 안겨준 김순옥 작가는 직접 관찰한 시니어의 삶, 경험 중인 초보 노인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 <초보 노인입니다>의 시작은 딸 덕분?

ⓒ 브런치스토리



Q. 늦었지만 제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수상 및 출간 축하드립니다. 가족과 지인들이 좋아하셨을 것 같아요. 

책 내용에 제 푸념이 대부분이라서 수상은 생각지도 않았어요. 지금도 소가 뒷걸음치다 쥐 잡은 격이라 생각하고 있거든요. 저보다 주변에서 더 기뻐했죠. 


Q. <초보 노인입니다>의 탄생은 브런치를 통해서였는데요. 그 시작이 궁금합니다. 

저는 쓸데없이 어렸을 적부터 시, 소설, 에세이를 그냥 끄적거리는 편이었어요. 26년 동안 초등교사로 재직하면서도 조금씩 글을 썼는데, 중요한 건 열심히 안 썼어요. 그런 저를 잘 아는 결혼한 딸이 쓴 글을 브런치에 올려 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브런치북으로 묶어서 응모하는 것도 딸이 알려줬으니 그 아이의 역할이 컸다고 할 수 있죠. 


Q. 딸의 권유로 인해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출간이란 새로운 경험도 하셨고요. 책을 낸다는 게 쉬운 건 아닌데, 어려운 부분은 없으셨나요?

양이 문제였어요. 브런치북에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서 ‘실버 아파트’ 이후 ‘나의 실버일지’라는 브런치 매거진에 쓴 글을 함께 출판사에 보냈어요. 처음 생각한거 보다 양이 두 배가 되었죠. 이후 교정, 목차, 표지 등은 출판사 편집부에서 담당해 주셨어요. 그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어요. 



| 베이비부머 세대가 바라본 실버 세대의 모습은?

ⓒ 브런치스토리



Q. <초보 노인입니다>는 실버 아파트에 살면서 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작가님에게 이곳은 어떤 곳인가요? 

책에도 썼지만 실버 아파트는 우리 부부가 아무런 예비 지식 없이 새 아파트라고 좋다며 들어가 살게 된 곳입니다. 60세 이상의 나이 제한이 있었지만 ‘그게 뭐 문제야?’ 라는 순진한 생각이었지요. 아파트의 규모, 시설, 프로그램도 좋았지만, 살수록 저에겐 적응이 어려운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물론 같은 세대인 남편은 마음에 들어 했지만요. 


그럼에도 실버 아파트 생활을 통해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구체적으로 다가오긴 했습니다. 문제는 그 미래를 미리 직접 경험하고 싶지 않은 데 있는 것이었죠. 다른 말로 하면 이미 노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인이 아니고 싶은, 나이에 대한 일종의 욕심을 확인했던 곳입니다.


Q. 책을 읽으면서 작가님의 욕심(?)을 느꼈던 것 같아요. 베이비부머 세대의 눈으로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실버 세대를 관찰한다고나 할까. 그런 점에서 실버세대의 삶을 바라봤을 때 가장 생경했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온전한 실버 세대를 그룹으로 직접 마주한 것이요. ‘모여 있는 노인들’이 주는 독특한 풍경이라고나 할까요. 우리 세대와 다른 부분이 있어요. 명확하게 뭐라고 표현하기 어렵지만요. 그래서 6개월 살다가 집을 내놓게 되었어요. 


이 아파트에서 이사하고 8개월쯤 되었을 때 실버 아파트를 재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예전과 달리 다시 와서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그곳을 오가는 많은 실버들을 보면서 ‘아직 아니구나’라는 생각했죠. 



ⓒ 민음사



Q. 이런 작가님의 마음이 잘 담긴 내용이나 챕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1장 ‘어쩌다 실버 아파트로’에 그런 감정이 조금씩 들어가 있어요. 특히 ‘아파트 내놓읍시다(79p)’가 그 마음을 잘 나타낸 것 같아요. 


Q. 1, 2장에 비해 3장 ‘실버기의 초입에서’의 내용은 어느 순간 시니어 세대로 접어들고 이를 조금씩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그려집니다. 혹시 아! 내가 시니어구나! 라고 느꼈던 에피소드를 옮긴 부분이 있을까요?

‘오래된 남편‘(211p)입니다. 젊었을 땐 시댁 식구도 그렇고, 인간관계가 힘들기도 해서 혼자 살고 싶었어요. 아주 행복하게 잘 살 자신이 넘쳤죠. 근데, 늙어가는 남편을 보면서 ‘만일 이 사람이 먼저 가고 혼자 남는다면 얼마나 힘들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더군요. 혼자 남아서 여생을 살 자신이 전혀 없더라고요. 저도 이럴 줄은 진정 몰랐습니다. 물론 지금도 남편은 손이 많이 가고 귀찮은 일도 더욱 더 많아지니 짜증도 증폭됩니다. 그래도 함께 늙어가다가 함께 죽기를 바라다니. 이전엔 생각도 못 한 일입니다. 이제 저도 정말 늙은 거죠. (웃음) 



| 초보 노인으로서 제2의 인생을 산다는 건?

ⓒ 브런치스토리



Q. 이 책을 쓰면서 시니어의 삶은 물론,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자신의 삶을 어떻게 만들어 가면 좋을지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을 것 같습니다.  

노인의 나이가 되었을 때 저처럼 두리번거리며 주춤거리지 말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노인들은 살아온 세월이 주는 지혜가 있거든요. 경험으로 알아낸 나름의 판단력이요. 그 지혜를 길잡이 삼아 흐르는 물처럼 살아가는 모습들을 실버 아파트에서 경험했는데 생경했지만 아름다웠습니다. 


Q. 최근 5060세대는 제2의 인생을 잘 꾸려가는 게 화두입니다. 최근에는 브런치 등 글을 쓰면서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이들이 많은데, 브런치를 통해 책 출간을 경험한 이로써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얼마 전, 몸매가 아름다운 후배를 향해 실버 모델에 도전해 보라고 한 적이 있었어요. 정말 예쁜 친구예요. 그런데 이 친구가 쉽게 결정을 못하더라고요. 여건이 다 갖춰져 있는데도 시도하기가 쉽지 않은 게 제2의 인생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인생 후반부를 글로 준비하는 분들은 분명 열심히 하실 겁니다. 그대로 밀고 나가세요. 저의 조언은 필요도, 자격도 없다고 봐요. 도전하는 분들 모두 존경합니다. 



ⓒ 브런치스토리



Q. 저도 이 책을 쓴 작가님 존경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을 접할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초보 노인입니다>를 보고 실버 아파트를 가기로 하신 분도 있고, 가려고 했다가 포기하신 분도 있다고 들었어요. 특히 1, 2장 부분은 직접 경험한 것이라 저 같은 초보 노인들이 더 늙고 늙어서 밥해 먹을 생각조차 없어질 때, 참고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3장 이야기는 누구나 겪는 일이라는 걸 유념하며 읽어주길 바랍니다. 


끝으로 살아오면서 계획 같은 게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예정입니다. 삶을 만들어 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서요. 그냥 삶은 살아가는 거로 생각합니다. 격하지 않고 거스르지 않으며 평화롭게 말이죠. 이 책 또한 그냥 흘러가듯 그렇게 접해주시길 바랍니다. 



▶ 에세이 <초보 노인입니다> 기본 정보 


▶ 김순옥 작가의 브런치 스토리_안개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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