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슈만> 최현상 배우
‘브람스는 왜 클라라 슈만을 사랑했을까?’ 연극 <슈만>에서 요하네스 브람스 역을 맡은 최현상 배우는 이 물음에 답하듯 무대에서 그만의 연기를 펼칩니다. 트로트 가수가 아닌 배우로서 연극 무대는 처음인 그에게 이 작품은 새로운 도전이자 계속 풀어나가야 할 과제인 셈. 쉽지 않지만, 하나씩 자신의 방식대로 연기를 하는 재미에 푹 빠진 그는 이제 가수라기 보단 배우의 옷이 더 잘 어울려 보였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 진행된 인터뷰 자리에서 그는 작품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는 표정으로 가득했는데요. 처음이지만, 그 떨림으로 연기하고 있다는 최현상 배우를 만나봤습니다.
Q. 지난 10월 20일 막이 오른 지 한 달 정도 되었습니다. 연극 무대가 이제 낯설지는 않을 것 같아요.
10월 21일에 첫 무대에 올랐는데, 그때는 너무 정신이 없어서. (웃음) 첫 공연 보단 좀 더 자연스럽게 브람스다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있는 것 같아요.
Q. 브람스와 연을 맺은 계기가 궁금해요. 들어보니 처음엔 슈만 역으로 제의가 왔다고 하던데.
이거 얘기 잘 하셔야 해요. 클라라 슈만 아닙니다. 로베르트 슈만입니다. (웃음) 예전에 두 편의 뮤지컬에 참여한 계기로 지금 <슈만> 제작사 대표님과 연이 있었는데, 지난 9월에 연락이 왔어요. 연극 <슈만>을 준비 중인데, 슈만 역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좋은 기회였지만,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근데 이틀 뒤에 또 연락이 왔어요. 이번엔 브람스 역할을 제의 주시더라고요. 또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근데, 대표님이 잘 생각해 보라고 하셨죠. 그래서 진짜 많이 고민했어요. 부담이 있지만 한 편으로는 하고 싶은 마음이 컸거든요. 예전에 느꼈던 관객과의 호흡과 박수, 환호성이 그리웠던 것 같아요. 그날 밤에 대표님이 또 연락을 주셨고, 그때는 죽기 살기로 해보겠다고 하면서 브람스가 되기로 마음먹었죠.
Q. 첫 연극 무대라는 점은 물론, 실존 인물인 브람스 역을 연기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작품 및 인물 분석에 들어갔는데, 뭔가 어색했어요. 극 중 브람스와 실제 제 나이의 갭이 컸거든요. 무대에서는 더 젊어 보여야 한다는 강박이 생기더라고요. 뭔가 안 맞는 옷을 입고 내 옷이라고 우겨야 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브람스가 가진 순수함이 나이에서 온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더 나이에 집착했던 것 같아요. 연습 도중 제 고민을 느낀 감독님은 함께 브람스 역을 맡은 (장)도윤, (최)성민이하고 다르게 남자다운 브람스를 해보라고 조언도 주셨죠. 그래도 그 어색함은 남아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밴드 동호회 활동을 열심히 하는 지인을 만났는데, 음악을 사랑하는 순수함은 나이에서 오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으로 브람스의 음악적 순수함과 클라라 슈만을 향한 순애보에 더 집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작가님과도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무대마다 저만의 브람스를 만들어 가고 있어요.
Q. 확실히 실존 인물이라는 점도 그렇고, 스승의 아내를 사랑한 실화를 연기해야 한다는 부분도 중요한데요. 특히 14살 차이를 극복한 사랑의 감정을 잘 전달하는 게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맞아요. 연기하면서 그 부분도 어려웠어요. 브람스는 왜 클라라 슈만을 사랑했을까 곰곰이 생각해봤죠. 우선 브람스에게 클라라는 자신의 인생을 바꿀 만큼 큰 영향을 준 인물입니다.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였으니까요. 슈만의 집에서 동경의 대상을 처음 만났을 때, 그리고 함께 ‘헝가리 무곡’을 쳤을 때, 동경에서 사랑으로 바뀐 것 같아요. 음악을 통한 떨림과 교감이 브람스에게 사랑을 안겨다 준 것은 아닐지 생각합니다.
Q. 실제로 브람스의 순애보를 이해하는지도 궁금하네요.
캐릭터 구축을 위해 브람스 관련 책이나 영상, 그리고 클라라 슈만과의 사랑에 관한 정보를 많이 찾아봤어요. 실제 브람스는 로베르트 슈만이 죽고 홀로 남은 클라라와 자식들을 돌봐줬어요. 브람스는 약혼까지 간 사람이 있었지만, 죽을 때까지 결혼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클라라만 바라봤죠. 그녀가 죽은 후 1년도 채 안 되는 시점에서 브람스도 세상을 떠났으니 정말 대단한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브람스는 클라라가 소울메이트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나이를 떠나 이런 연인을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잘 없을 것 같아요. 브람스의 이 사랑을 한 편으로 이해하지만 한 편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인정할 수 있는 건 그 순수하고 고귀한 마음인 것 같아요. 브람스는 물론, 클라라 슈만과 로베르트 슈만도요.
Q. 앞서 소개했듯이 이 연극에서는 슈만과 브람스의 음악과 피아노 연주 장면이 큰 역할을 합니다. 마치 대사로 전하지 못한 감정선을 표현하는 방법으로서 사용되어 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그래서 각 요소에 들어가는 클래식은 물론, 저는 물론, 로베르트 슈만, 클라라 슈만의 연주 장면에도 심혈을 기울인 것 같아요. 클라라와 함께 쳤던 ‘헝가리 무곡’에서는 서로 교감하는 느낌을, 클라라 슈만이 다리를 다쳤을 때 치는 ‘자장가’ 곡에서는 사랑스럽고 그녀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죠. 실제 피아노를 치지는 않지만 그에 못지않은 연주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해 연습 많이 했습니다. 좀 더 리얼리티를 위해 피아노 페달을 밟으며 연주하거든요. 이 부분도 주의 깊게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Q. 관객들이 꼭 눈에 담아갔으면 하는 장면이 있다면요.
아무래도 브람스가 피아노로 ‘자장가’를 칠 때 장면을 꼽고 싶어요. 발을 다친 클라라에게 직접 물수건을 가져다주고 소파에서 쉬게 하거든요. 그때 클라라는 브람스에게서 남편인 로베르트 슈만과 전혀 다른 다정함과 사랑스러움을 느껴요. 이에 답을 하듯 브람스는 잠든 클라라를 위해 ‘자장가’를 연주하죠. 그리고 후반부 브람스와 클라라의 이별 장면이 있습니다. 자세히 설명해 드릴 수 없지만, 두 인물의 다양한 감정을 흠뻑 느낄 수 있는 부분이거든요. 꼭 한 번 느껴보셨으면 좋겠어요.
Q. 이제 본업으로 돌아가보죠. 트로트 가수로서 올해 초 MBN <불타는 트롯맨>에 출연했습니다.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좋은 경험이 아닐까 싶어요. 유독 이번 경연은 정말 많이 아팠어요. 목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마지막 라운드 때는 어휴~. 자신 있게 노래해야 하는데,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까 실수를 안 하려고 급급했죠. 그 영상은 지금도 못 보겠어요. 근데 어떻게 다 만족할 수 있겠어요. 그때 만난 인연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했던 모습 등등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경험을 했다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Q. 그러고 보면 <불타는 트롯맨>의 아쉬움이 <슈만>을 통해 메워진 것 같아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불타는 트롯맨> 이후 심적으로 좀 힘들었어요. 방송 이후 새로운 회사에서 나름대로 멋진 행보를 보여주기 위해 부단히 몸을 만들고 노력했는데, 몸에 무리가 가서 팔을 못 들 정도로 건강이 안 좋아졌어요. 뭔가 계속 틀어지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우울해지면 안 되겠더라고요. 저를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일부러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긍정적인 얘기를 했어요. 앞으로 좋은 일도 생기고, 바쁠 거라고요. 그 결과 지금 연극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함께 공연하는 선배님들이 웃으면서 ‘현상이는 참 긍정적이라 좋아’라고 해주시거든요. 그럴 때마다 기분이 좋죠. 미신을 믿지는 않지만, 마음가짐에 따라 상황은 바뀔 수 있다는 걸 이번에 깨달았죠.
Q. 돌아보면 2023년은 본인에게 전화위복이 된 한 해라고 할 수 있네요.
맞네요. 전화위복! (웃음) 연극이란 좋은 기회가 온 것도 긍정적인 생각과 더불어 내실을 단단하게 다질 수 있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과거를 돌아보면 성공의 지름길로 갈 기회들이 많았어요. 근데 그걸 잘 잡지 못했죠. 그럼에도 그 기회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어요. 그때마다 필요한 건 스스로 내실을 다져야겠다는 생각이었죠. 만약 과거의 나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있다면 이 부분을 꼭 전해주고 싶어요.
Q. 트로트 가수이면서 이제 배우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데요.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됩니다.
올해 마무리는 브람스 역할로 마무리할 것 같아요. 새로운 도전임에도 무대에 설 수 있는 건 연출, 작가님, 선배님, 동료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뒤에서 많이 알려주시고, 힘이 되어주세요. 항상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마지막 공연까지 박차를 가할 예정이니 극장으로 찾아와 주세요.
2024년은 그냥 잘될 거라고 믿고 있어요.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정진해 나가려고요. 이젠 멋진 가수, 배우가 아니라 내 노래와 연기를 통해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위로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커요. 앞으로 좋은 음악으로 좋은 연기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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