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마 아프 클린트: 미래를 위한 그림> 기자 간담회
힐마 아프 클린트라는 작가를 아시나요? 몬드리안, 칸딘스키는 알아도 힐마 아프 클린트의 이름을 모르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 이유는 “20년 동안 내 작품을 공개하지 마라”라는 유언으로 100여 년간 미술계에서 사라졌다가 이제야 세상에 나온 화가이기 때문이죠. 추상미술에 있어 선구적인 역할을 한 이 작가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 <힐마 아프 클린트: 미래를 위한 그림>이 오는 20일 개봉합니다. 개봉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다녀왔는데요. 그 생생한 현장 소개해 드릴게요.
지난 13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힐마 아프 클린트: 미래를 위한 그림>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습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홍보대사인 맨체스터 대학교 교수이자 휘트워스 미술관 관장인 이숙경 관장과 모더레이터 신지혜 아나운서가 참석해 영화와 이 미지의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다큐멘터리에 대해 이숙경 관장은 “100년 전 유럽의 정신적 사상적 배경 그리고 사회적 변화를 잘 반영한 작품”이라고 평하며, “힐마 아프 클린트의 작품은 과거 기독교적 관점에서 거대한 담론이 무너지고, 원자, 우주에 대한 발견 등 과학을 통해 더 넓은 세계가 펼쳐지는 상황을 추상화로 잘 표현한 작가”라고 소개했습니다.
신지혜 아나운서 또한 19세기 말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양자역학 등 과학이 발전한 시기, 이는 예술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는데, 피카소, 달리 등은 물론, 루이스 캐럴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그 자장 안에 있다며, 이숙경 관장의 말을 뒷받침했죠.
추상화의 역사를 다시 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만큼 힐마 아프 클린트는 독창적이고 신비로운 미술 세계를 선보입니다. 다수의 작품 중 이숙경 관장의 눈에 들어온 작품이 궁금했는데요. 포스터에도 사용된 3.6m 높이의 연작 '더 텐 라지스트'(The Ten Largest)를 꼽았습니다.
이숙경 관장은 “북유럽 작가들이 내는 독특한 색채가 눈에 띈다”며, “북구의 자연경관이 내는 색채가 화폭에 자연스럽게 담고 있다”고 장점을 소개했습니다.
그렇다면 10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힐마 아프 클린트의 작품이 가진 매력과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이숙경 관장은 “비교적 큰 그림임에도 전체 화면을 커버하는 구성, 과학과 자연을 소재로 한 나선형, 원형의 선과 면이 서정적으로 다가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공감을 갖게 한다”고 장점을 꼽았습니다. 이어 “인간의 본질을 우주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이를 그림으로 옮기려 노력한 부분”도 덧붙였습니다.
이런 힐마 아프 클린트의 작품은 영화에서도 사용되었는데요. 아리 에스터 감독의 <미드소마> 중 춤추는 주민들의 동심원은 힐마 아프 클린트의 그림에서 착안되었습니다. 더불어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퍼스널 쇼퍼>에서도 작가의 그림이 나오기도 했죠.
앞서 소개했듯이 힐마 아프 클린트는 사후 20년 동안 그림을 공개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칸딘스키, 몬드리안, 말레비치같이 추상미술의 거장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 대단한 작품을 남겼지만,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차별당한 것인데요. 이숙경 관장은 “르네상스 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활발하게 활동한 여성 작가가 다수임에도 미술사에서는 그 이름을 남기기 쉽지 않다”며 이 영화가 가진 의의를 다시금 생각하게 했습니다.
다수의 국내외 영화제에 초청된 이 작품은 특히,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상영하며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여성 작가의 위대함을 알렸는데요. 더불어 여성 작가를 인정하지 않았던 현 미술산업 시스템에 일침을 가하는 등 비판적인 시각을 소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숙경 관장은 “여성 작가를 소개하는 작품의 의의와 별개로 서유럽 중심의 미술사에 초점이 맞춰진 미술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습니다다.
추상화 역사를 새로 쓰게 한 여성 작가의 출현! <힐마 아프 클린트: 미래를 위한 그림>은 오는 20일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큰 스크린에서 이 작가의 작품을 오롯이 감상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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