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일꾼의 탄생> 백승철, 김희선 PD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농촌 지역을 찾아 어르신들의 ‘민원’을 처리해 주는 프로그램 KBS1 <일꾼의 탄생>이 100회를 맞이했습니다. 농촌 고령화 문제에 한발 다가서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일손을 나누는 이 프로그램은 전국에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일등 공신입니다. 프로그램의 생애주기가 짧아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각 지역 시니어를 위한 프로그램이 100회를 이어 나간 건 고무적인 일. <일꾼의 탄생> 백승철, 김희선 PD는 몸은 고되지만, 그럼에도 보람찬 이 프로그램의 매력과 원동력을 소개했습니다.
Q. <일꾼의 탄생>이 100회를 맞이했습니다. 100회라는 숫자가 주는 기분이 어떤가요?
백승철 PD: 한 프로그램이 100회를 간다는 게 참 어려워요. 그동안 어려움도 있었지만, 많은 분의 도움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봐요. PD로서 100회는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죠.
김희선 PD: 그동안 다수의 프로그램을 맡으면서 100회까지 간 프로그램은 <일꾼의 탄생>이 처음이예요. 그래서 저에겐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Q. 2021년 파일럿 프로그램을 거쳐, 그해 12월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되었는데요. 어떻게 기획이 이뤄졌는지 궁금합니다.
백승철 PD: <6시 내고향>에서 손헌수 씨가 어르신들을 차에 태워다 드리고, 집안일도 해드리는 ‘청년회장 외전 붕붕이가 간다!’라는 코너가 있어요. 이를 좀 더 확장해보자는 기획 아래 파일럿 프로그램을 런칭하게 되었죠. 첫 회 방영 후 예상보다 시청률이 잘 나왔고, 워낙 취지 자체가 좋아서 내부 평가도 좋았어요. 사회공헌 측면에서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목소리가 모아졌고, 곧바로 정규 프로그램으로 제작하게 되었죠.
Q. 제작 초기 진성, 손헌수, 미키광수 3인 체제로 시작했습니다. 프로그램 작업 강도가 높다 보니 캐스팅도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백승철 PD: 처음에 진성 선생님에게는 파일럿만 출연하자고 말씀을 드렸어요. 긴 무명 시절 동안 다양한 일을 해온 경험이 있고, 워낙 어르신들을 향한 남다른 마음을 갖고 있는 분이라서 출연을 요청드렸는데, 흔쾌히 승낙해주셨죠. 근데,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 하실 줄은 몰랐을 겁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그리고 손헌수 씨는 청년회장으로 자연스럽게 출연했고, 워낙 힘쓰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손헌수 씨와 친분이 있었던 미키광수 씨도 함께 캐스팅하게 되었어요. 나중에 김용임 선생님도 합류하면서 더 많은 민원을 해결해 드렸는데, 올해 진성, 김용임 선생님 모두 건강 및 개인 사정으로 하차하시게 되었어요.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함을 전합니다.
Q. 보통 마을 선정이나 민원 선택 등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김희선 PD: 전국 산간오지 마을을 기준으로 알아봅니다. 그 마을의 어르신들 수와 기초생활수급자, 장애가 있는 분 등 가장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있는지, 우리가 어떤 도움을 드릴 수 있는지를 파악해서 우선적으로 정하죠. 마을이 선정되면 이장님과 대화를 통해 도움을 드릴 분들을 더 알아보고, 10집 정도를 답사하는데, 그중 5집 정도를 선정해 민원 해결을 하고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다양한 제작진 편으로 저마다 도움이 필요한 사연을 적은 편지들이 많이 와요. 상당히 죄송스럽게도 마을 단위로 가다 보니까 그 사연에 맞춰서 움직이지는 못하는데요. 그럼에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어요.
Q. 그만큼 프로그램을 향한 시청자들의 애정이 남다른 것 같아요. 100회 동안 수많은 마을을 방문했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연과 민원 의뢰는 무엇이었나요?
백승철 PD: 경북 의성군 주암 마을(67~8회)에 간 적이 있었어요. 주로 80대 이상의 어른신이 모여 사는 고령화 마을인데, 과거에는 잘나가는 부자였지만, 지금은 허름한 집 한 채에 몸이 좀 불편한 아들과 함께 사는 어머니 사연이었어요. 언제나 아들 걱정만 하는 어머니였는데, 이날 민원도 아들 방 도배를 부탁했거든요. 자신이 죽으면 아들을 돌봐 줄 사람이 없으니 그게 걱정이라고. 계속 아들만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이 전해져 많이 안타까웠던 게 기억이 납니다.
김희선 PD: 강원 홍천군 구성포 2리 마을(73~4회)이 생각나요. 안타까운 사연들이 많았는데요. 그중 화재가 위험도가 큰 흙집을 보수해 달라는 고령 남매의 민원이 생각납니다. 추워서 불을 때면 방안에 연기가 들어올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어요. 장판도 검게 탄 채로 생활하셨고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남매가 홍천까지 내려와서 함께 살고 있는데, 오빠는 동생 방을, 동생은 오빠 방을 해달라고 얘기하는 등 마음이 짠했습니다. 가족에 대한 생각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고요.
Q. <일꾼의 탄생>을 매주 보는 이유를 보면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고강도의 작업을 통해 민원을 해결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물론, 출연자들이나 게스트들은 많은 고생을 하지만요.
백승철 PD: 워낙 고강도의 작업이 이어지다 보니까 출연진 모두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평균 오전 8시부터 점심 1시간 빼고 거의 10~11시간씩, 도배, 미장 등 집 보수를 하는 고강도 작업이 이뤄지다 보니 많이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래서 출연진 매니저나 제작진들도 함께 뜻을 모아 일을 하면서 진행하고 있어요.
그래도 프로그램의 주축인 손헌수 씨는 그동안 힘들다는 말을 딱 한 번 했어요. 그만큼 이 프로그램을 대하는 책임감이 커요. 손헌수 씨는 이 프로그램을 위해서 목공, 용접 등도 직접 배우는 등 열심히 하고 계시죠. 최근에 합류한 박군 씨도 미니 굴삭기 면허가 있거든요. 다들 전문가는 아니지만,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어요.
Q. 어쩌면 이런 노력이 <일꾼의 탄생>의 롱런 비결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김희선 PD: 맞아요. 일이 힘들어도 다들 어르신들에게 작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사실 촬영을 나가면 출연진이나 제작진 모두 몸이 고되거든요. 그럼에도 조금이나마 생활을 개선해 드리고 좋아하는 모습을 볼 때 너무 뿌듯합니다. 최다 출연 게스트인 정경호 배우님도 출연할 때마다 열심히 일한 만큼 보람을 얻는다고 하시거든요. 이런 프로그램의 의의와 진정성을 시청자분들이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그 힘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봅니다.
백승철 PD: 덧붙이자면 KBS에서 이런 프로그램은 하나쯤 있어야 한다는 시청자 의견을 많이 들어요. 최근 지방 소멸, 고령화 사회 등 그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사 프로그램적 접근이 아닌, 그분들의 생활 자체에 들어가서 사소하지만 필요한 걸 해드리면서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지 않거든요. 이 부분이 여타 프로그램과의 차별화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더 많은 시청자들이 우리 프로그램을 통해 고령화 사회 내 벌어지는 갖가지 문제들에 대한 생각을 한 번쯤 갖는 계기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Q. <일꾼의 탄생> 초반 미키광수 씨가 영상을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 동포분들의 민원도 받으러 갔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100회 특집으로 일본 오사카를 가게 되었습니다. 이곳을 선정한 이유가 따로 있나요?
김희선 PD: 일본 오사카는 물론, 중앙아시아 지역, 사할린 지역, 동남아 지역 등 후보군이 있었는데, 최종적으로 일본 오사카 지역을 정했어요. 이곳은 제주 4.3 사건 등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강제 이주한 재일동포분들이 많이 거주하세요. 다들 기구한 사연을 갖고 계시고, 모두 한국을 그리워하는 마음도 커서 이분들에게 작지만 소소한 부분이라도 도움을 드리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곳을 선정했습니다. 지난주에 이어 20일(수)에 방영되는 100회 때도 이곳에 사는 재일동포 어르신들을 위해 세 일꾼이 열심히 노력하는데요. 많은 시청 바랍니다.
Q. 100회 이후 이 좋은 취지를 시니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의 시청자들에게 전하는 부분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프로그램 발전을 위해 어떤 부분에 노력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백승철 PD: 매번 가는 마을은 다른데 주민분들이 원하는 건 비슷비슷합니다. 매번 좋은 의도로 프로그램을 만들지만, 구성상 다양성을 추구해야 하는 부분은 매번 고민이 됩니다. 내년에는 불편한 공간을 고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일손이 필요한 곳에 찾아가 도움을 드리는 등의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농촌이 아닌 도심 지역에도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는데, 지역을 확장해 나가며 다변화를 꾀할 예정입니다.
Q. 그럼 내년에는 더 새로운 <일꾼의 탄생>을 만날 수 있겠네요.
백승철 PD: 더 열심히 준비해야죠. 개인적으로 이 프로그램에 애정이 있어요. 올해 PD 생활 20년째인데, 이렇게 긍정적으로 봐주는 프로그램은 처음입니다. 촬영 때마다 어르신들이 따뜻하게 맞아주시고,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있어서 좋은 기억이 많아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은 분의 어려움을 도와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입니다.
김희선 PD: 지식 전달 교양 프로그램 제작만 하다가 다양한 농촌 지역을 직접 가는 프로그램은 처음이었는데요. 저에게 굉장히 신기한 경험이었고, 힐링도 많이 받았습니다. 특히 어른신이긴 하지만 뭔가 작은 거라도 챙겨주려고 하는 할머님들의 귀여움(?)도 알게 되었죠. 내년에도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많은 관심 가져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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