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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유한 식물 누나 May 13. 2021

유연함과 배려의 식물, 몬스테라


몬스테라 먼데이


반려식물에도 유행이나 트렌드가 있다. 최근 유행하는 식물을 보면 극락조화, 아레카야자, 떡갈고무나무 등 시원하고 청량한 느낌을 주는 식물이 많다. 


식물을 실내 인테리어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다 보니, SNS에 올리면 내 공간이 돋보이는 식물이 사랑받는 것 같다. 소위 인스타그래머블한 식물이라고 하는데, 그중에는 몬스테라도 빠지지 않는 것 같다. 


해외 식물 애호가들이 별스타그램에 #monsteramonday라는 해시태그를 붙여 월요일마다 몬스테라 사진을 업로드하는 의식을 치를 정도로 사랑받는 식물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도 국민 공기정화식물로 등극할 정도로 몬스테라를 키우는 분들이 많아졌다. 


© chrispanas, 출처 Unsplash



다시 돌아온 유행


그런데 알고 보면 몬스테라는 그리 새로운 식물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7~80년대에는 개업 화분 선물로 꾀나 유행했던 식물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덩치가 크고 감당하기 힘든 부피로 성장하는지라 인기가 시들해졌다고 한다. 예전부터 화원을 운영하시는 사장님들은 아니 새삼스럽게 왜 또 몬스테라가 유행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실 정도니까...


몬스테라의 재유행은 당연히 이 식물이 매력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몬스터처럼 덩치가 커서 화분 하나로 존재감 한 번 확실하고, 커다란 잎에 구멍이나 찢김이 발생하는지라 무척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TV 광고나 잡지 화보에 몬스테라가 자주 등장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 그만큼 포토제닉하고 멋진 녀석이다. 



물에서도 잘 자라는 몬스테라


스위스 치즈 플랜트


몬스테라는 잎에 구멍이 숭숭 뚫린 모양이 마치 치즈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Swiss Cheese plant라는 별칭이 붙었다. 만화에선 생쥐가 노랗고 단단한 치즈 덩어리를 쫓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그 구멍 뚫린 치즈가 스위스 치즈인데, 몬스테라의 잎이 그 치즈 구멍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몬스테라가 왜 난데없이 잎에 구멍을 내는지 의아하지 않은가? 몬스테라가 어린 식물일 때는 구멍이나 찢김이 없는 하트 모양의 부드러운 잎모양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자라면 새로 돋아나는 잎이 구멍이나 찢기는 성질을 보이게 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유묘 때는 하트모양의 부드러운 잎을 가지고 있다.



스스로 찢김을 선택하다


첫 번째 이유는 바람에 의한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관엽 식물은 열대 우림이 원산지인 경우가 많다. 이곳은 햇빛이 강하고 습하며 언제 비바람이 몰아칠지 모르는 거친 자연환경이기도 하다. 


야자수의 경우 여러 갈래의 잎을 가진 경우가 많은데, 강한 비바람에 의해 이리저리 흔들려도 잎 사이사이로 바람이 흘러가기 때문에 줄기가 꺾이거나 잎이 찢기는 일이 적다. 몬스테라와 같이 크고 둥근 잎을 가진 식물의 경우에는 잎에 구멍을 발생시키면 구멍 사이로 바람이 흘러가는 길이 생긴다. 


거리를 걷다 보면 현수막에 뚫린 구멍을 가끔 볼 수 있는데, 바람이 새어 나가는 통로를 열어주어 현수막의 찢김이나 전도를 방지하는 목적이다. 몬스테라의 경우도 마찬가지 이유로 스스로 구멍을 내고 잎을 찢는다. 외부 상황에 의해 속절없이 찢기고 파괴되는 것보다 스스로 찢김을 선택하는 몬스테라의 유연함과 지혜가 놀랍다. 


© feeypflanzen, 출처 Unsplash


햇빛을 함께 나누는 배려


두 번째 이유는 조금 더 감동 포인트가 있다. 관엽 식물은 열대 지방의 강한 햇빛을 피해 키 큰 나무 그늘 아래 숨어 사는 은둔자들이다. 광합성은 해야 하니 큰 나무들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은은한 빛을 즐긴다. 원산지를 떠나서도 우리 실내 환경에 잘 적응해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몬스테라의 경우에는 잎이 워낙 크다 보니 상부의 잎이 하부 잎에 가야 할 빛을 가리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새로 돋아나는 잎들은 잎 여기저기에 구멍을 내어 아래쪽 잎에도 빛을 나눠주는 방식을 선택한다. 


나만 잘 사는 방식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사는 나눔과 배려를 선택한다. 그런 배려가 식물의 유전자에 새겨져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 anniespratt, 출처 Unsplash



나는 몬스테라처럼 환경에 적응하고 위기에 대처하는 유연함을 가졌을까? 다른 이들에게 내가 받은 것을 나누고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을 가졌을까? 나는 자신 있게 '예스'라고 답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수많은 식물을 만나고 키우면서 나는 어느 책에서도 가르쳐주지 않은 것들을 많이 배우고 있다. 나를 돌아보고 싶을 때는 작은 식물 하나를 선택해 키워보자. 분명 그 식물이 당신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바람에 흩날리는 작은 꽃에게서도 황홀한 깨달음을 종종 찾을 수 있나니.
윌리엄 워즈워스, <영원의 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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