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땀

2화

by 원워드

1921년 6월,

어린 시절의 마태오는 논을 뛰어다니며 호랑나비와 고추잠자리를 잡으며 자연 속에서 행복한 유년기를 보냈다. 논둑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다 보면 파란 공간을 날아다니던 핑크빛 플라밍고 새떼들이 땅으로 내려와 목을 축이며 갈증을 풀고, 초원의 바람을 시원하게 가르고 갈기를 휘날리며 달리는 카마르그의 백마들은 어린 농부의 눈에 멋진 영웅들처럼 비쳤다.


300평 남짓한 논을 소유하고 있던 농부의 부모는 언제나 쌀농사에 지극정성이었다. 모내기를 하는 부모님을 따라 논에서 씨를 뿌리고 벼를 심다가도 광활히 펼쳐있는 땅으로 석양이 비칠때면 하염없이 넋 놓고 바라보며 서 있었다. 농부는 직접 손으로 심은 벼를 따스히 안아주는 석양빛이 자신을 포근히 안아주던 부모의 품과 같다 생각했다.


“나의 석양아. 벼들이 무럭무럭 자라도록 지켜주렴.”


30년 후, 농부의 버팀목이 되어주던 부모가 1951년 퐁생 에스프리 역병(Pont-Saint-Esprit)으로 세상을 떠났다. 하늘나라로 가기 전 카마르그 병원에서 농부에게 건네어준 유언장에는 아들에 대한 사랑 가득한 편지가 적혀있었고, 농부는 그중 하나의 문장을 마음 깊숙이 새겼다.


“마태오, 네가 사랑하는 일을 하거라.”


농부는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 그들의 영혼이 스며들어있는 논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눈물로 다짐했다.


“아버지, 어머니.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이 땅을 잘 가꿔나가겠소.”


부모를 잃은 슬픈 마음과 사명감으로 시작한 벼농사.

농부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풍년을 기대한다거나 큰돈을 벌겠다는 원대한 희망을 바란 적이 없었다.

농부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 사랑하는 자연을 벗 삼아 하루 동안 주어진 시간에 벼를 심고 그 속에서 숨 쉬는 것. 그것 하나면 충분했다.

그런 농부를 바라보는 동네 사람들은 어리석은 노인이라 놀려댔다.

허름한 기와집에 볼품없는 차림새를 하고 혼자서 벼를 심고 있는 농부의 모습은 불쌍해 보이기 짝이 없었다.

지나가던 사람이 물었다.


“사람을 좀 써서 농사를 지으면 될 것을 몸 망가지게 왜 고집대로 본인 손으로만 벼를 심으오?”


손으로 직접 땅에 벼를 심는 그 촉감, 그 온도가 이리 좋은데 난들 어쩌겠는가. 벼 심는 게 내 사명일진대, 다른 이유가 무어가 필요한가. 지나가던 사람은 모두 하는 질문이었던 터라, 농부는 크게 설명할 이유를 잃은지 오래되었다.


“인간은 흙으로 시작되어 흙으로 돌아갈 운명.”


내가 땅을 밟고 서 있는 이 순간 그 자체로 값진 하루라 생각하는 이에게 복이 있기를. 농부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