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와 상담을 하면서..

나는 어떤 학부모일까?

by 팜므홍


학군이라 할 것도 없고, 부모의 교육수준이나 교육열이 높지 않은 아주아주 작은 소도시의 대형어학원에서 파트타임으로 영어강사를 시작한지 2년이 되어간다.

촘촘하게 짜여진 커리큘럼과 소속강사들을 위한 가이드가 너무 잘 되어있기 때문에 초보영어강사도 수준높은 영어수업을 할 수 있고, 역시나 대형어학원답게 시스템이 잘 되어있어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나가기엔 안성맞춤이었다.


2년 동안 일하면서 원장님의 신뢰도 두터워졌고, 이제는 아예 학부모상담을 전적으로 맡아서 하는 위치가 왔다. 물론,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담이다.

내가 혼자 맡고 있는 학생들은 대략 40명 정도 된다. 원어민은 상담을 하지 않으니, 내가 해야하는 상담전화의 수도 40번이겠다.

보통 나는 그 친구들이 새로운 시리즈의 레벨로 올라가고 난 후에 학부모에게 연락을 한다. 새로운 레벨에서 수업을 2-3회 정도 진행한 후에 하는 편이다. 대부분의 엄마라면 궁금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나는 궁금할 것 같거든. 그럼 그 대부분의 대부분은 아니 뭐 딱히 전화 안 주셔도 되는데요. 하는 반응도 많다.


저학년의 이제 막 영어를 시작한 엄마들은...

아이가 그저 영어에 흥미를 갖고, 재미있게만 다니면 좋겠다고 말한다. 내각 2년 정도 티칭해 본 결과.. 약 1년이 지나고 2년차가 되면 엄마들은 슬슬 본전생각을 하기 마련이라서... 이정도 했는데 왜 이렇게밖에 못해요 하는 엄마들이 꼭 있다. 근데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말을 하는 엄마들은 아이가 처음 학원에 들어왔을 때, 재미있게만 다니면 좋겠어요. 라고 하면서 아이가 학원에 숙제는 해오는지, 연필은 가지고 다니는지 크게 관심이 없는 엄마들이 대부분이다. 6개월 정도의 하나의 레벨이 끝나서 다음 레벨로 올라갈 때도 “아, 네.. 그래요?” 가 끝인 엄마들이 참 많다.


물론, 사교육을 시킨다는 것은 내가 해줄 수 없는 부분을 전문적인 기관에서 좀 더 체계적으로 해주리라 믿고 맡기는 교육 서비스이지만...

전혀 관심이 없는 것과 학원과 담당강사를 전적으로 믿고 지지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종이한장 차이겠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학부모가 별다른 컴플레이션이나 불만을 표현하지 않을지라도 담당강사와 상담시에 많은 질문을 한다.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지만 내 아이의 현재 실력이나 학습태도, 혹은 앞으로의 커리큘럼 등에서는 당연히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경우다.


또 다른 경우의 엄마들은....

욕심이 너무 지나친 엄마들이다.


보통 고학년 엄마들의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중등을 앞두고 있고, 본격적으로 학습을 해야하는 시기임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기때문에 심리적인 불안감이 너무 크리라 생각하지만 옆에서 지켜보고 있자면 아이도 엄마도 너무 안타깝다.


아이는 너무 지쳐있다. 목표나 구체적인 플랜없이 그냥 모두가 하니까, 엄마가 해야한다고 하니까... 하는 아이들이 많다. 물론 그 중에서도 아직은 엄마와의 유대가 잘 된다거나 기질이 성실하고 묵묵한 아이들은 그나마 좀 나은데 반대로 의욕이 전혀 없는, 눈에 생기가 없어서 기계처럼 학원만 왔다갔다하는데 엄마의 욕심처럼 아이의 성적이나 기본머리는 한참 부족한.... 엄마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알지만 외면하고 싶은 건지, 모르고 싶은건지.. 그렇다고 해서 딱히 아이의 멘탈을 관리해주지도 못하고 밀어붙이기만 한다.


부정적인 내용의 상담이 굉장히 어려운 사교육현장에서 한참 고민 끝에 아이가 숙제도 안해오고 수업시간에 의욕이 전혀없다는 말을 전할때면 한달에 몇회나 아이가 지각을 했으며, 얼마만큼 숙제를 안해왔고, 그 횟수가 몇번이냐고 따져묻는 엄마도 있었다. 그게 왜 중요하지?? 내 말의 본질을 모르는건지... 알고싶지않은건지... 그래서 자신의 아이는 공부를 못하는거냐고, 중등에 올라가면 힘들것 같냐고, 오히려 따져물으면..... 돈을 받고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학원의 월급을 받는 학원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아이마다 속도가 모두 다르죠. 그 시기는 원래 그런 시기이고, 분명 좀만 더 기다려주면 스스로 동기를 찾고 점점 나아지는 때가 올테니 묵묵히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세요, 저도 더 세심하게 신경쓰도록 할께요.”


라고,, 사춘기이니까 그런 거라는 탓을 돌리기마련이다.

팩트는.... 아이가 지금 레벨을 어려워하고, 그래서 더 의욕도 없고, 동기부여도 안되는 거라고 말할 수 없다. 이런 엄마들은 레벨을 낮추자고 하면...바로 학원을 그만두기 때문이다. 본인의 자존심이 먼저인지, 본전이 생각나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으나.... 아무리 솔직하게 말해주고 정말 맞다고 생각하는 길로 조언을 해주고 싶어도 듣지않는 엄마에게는 해줄 수 가 없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엄마일까?

전적으로 믿고 쿨한 척 하면서 과도한 욕심이 가득한 엄마는 아닐까?

사교육이라함은 본래 엄마의 욕심에서 시작되는 것이긴 하더라도 대놓고 드러내는 건 참 모양빠지는 일이기도 하지만 내 아이를 수렁으로 빠트리는 것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음에도 막상 나는 우리아이가 다니는 학원의 담당샘에게 어떤 무리한 것을 요구하고 있는지는 않은지...


아니면, 눈에 콩깍지가 잔뜩 껴있는 도치맘이 되어가지고는 현실적인 조언은 쳐내버리는 멍청한 엄마는 아닌지...



학부모들과 상담할때 엄마들이 내게 하소연을 많이 하기도 하는데... 그 때마다 나는 그런말을 자주 한다.

“저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제 아이는 똑바로 보이지 않더라구요, 학원에서는 다양한 아이들을 같이 모아놓고 수업하면서 똑바로 바라보려고 노력하고 또 다양한 장점들과 가능성이 보이는데, 저도 제 아이는 몰라요. 원래 그런거예요.”

이런 자조적인 나의 이야기가 도움이 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아이는 내가 잘 알아야한다.

아이의 실력이나 학습태도, 어떤 성취를 말하는게 아니라... “아이의 감정과 마음” 그리고 “진정으로 원하는 길이 무엇인지”

그것만큼은 이세상 누구보다 내가 잘 알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런 것들... 그래서 엄마란 어렵지...






작가의 이전글안녕, 나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