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회사원으로 살아남는 법
직장인은, 직장인일 뿐
영어를 마냥 좋아하던 나, 운 좋게도 좋아하는 영문학을 전공 삼아 4년을 즐겁게 배웠다. 2년 더 배우면 어떨까 치열하게 고민했지만 결국 석사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불투명한 미래' 때문이었다. 단지 하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 만으로 학문의 길을 선택하기에는 그 이후의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보다 확실한 미래를 보장받기 위해 직장인의 삶을 선택했다. 선택만 하면, 그 이후에는 회사가 알아서 나를 어디론가 척척 데려다 놓을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3-4년쯤 지나고는 깨달았다. 대기업에 합격하고 내가 얻은 것은 그저 매월 나오는 월급과, 직장인이라는 타이틀ㅡ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는 것을.
투명하고 분명한 내일로 이어지는 선택 같은 건 없다는 것을. 직장인을 선택한 이에게 확실한 비전까지 따라오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선택을 하든 결국 미래는 내가 직접 만들어 나가는 것이고, 그렇기에 내가 내 삶의 주인일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이걸 깨달은 지 얼마 안 됐다.
10년 차가 되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
2015년에 입사하여 내년이면 10년을 꽉 채운다. 같은 회사에서만 10년을 다니며 영업과 마케팅에 각 5년씩 몸 담았다. 5번의 팀 이동, 7명의 팀장, 6명 상무를 거치는 동안 지독한 고비들을 넘기고 스스로 제법 탄탄해졌음을 느낀다.
5년 차까지는 바람 잘 날 없던 날들의 연속이었다. 과도한 업무량, 새벽 4시까지 이어지는 야근, 수직 꼰대 문화, 선배들의 혹독함도 영향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문제는 회사에 있는 나라는 사람의 수동적 태도에 있었다. 내가 왜 회사에 존재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 채 일하던 나날이었던 것 같다. 더 큰 문제는 일을 굉장히 열심히 했다는 것. 목적과 목표가 없는 채로 열심히만 달리다 보니 나는 늘 화나 있었고, 의지할 곳 하나 없었으며, 회사는 생각할수록 너무 미운 존재였다.
그런 회사가 내게 즐거운 일터가 된 건, 매일 조금씩 배우고 하루하루 성장함을 느끼는 건, 단순 밥벌이 수단으로써의 생존 정글이 아니라 나를 찾고 남과 공존하는 법을 익혀 나가는 사회적 공간이 된 건, 그렇게 몸소 배운 것을 누군가에게라도 나누고 싶다는 여유를 가지게 된 건, 스스로 발 벗고 나서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5년 차에, 일 하고 싶은 브랜드/부서에 지원해 이동했다. 일터에서 주인이 되기 위한 스스로의 몸부림의 시작은 이때를 기점으로 한다. 이후, 하고 싶은 것을 고민하고ㅡ 직접 부딪혀보고ㅡ 해보고ㅡ 깨닫고ㅡ 다시 고민하고ㅡ 행동하고를 반복했다. 그러면서 나는 점점, 회사원 타이틀보다 더 중요한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찾기 시작한 것 같다.
10년 차가 되니 이제야 보이는 것들. 요리조리 치열하게 살아내며 겪은 시행착오들을 전부 다 나누고 싶다. 조금도 아끼지 않고 남김없이 나누어, 회사원을 선택한 당신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싶다.
오늘보다 내일 더 행복한 회사원이 되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