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미 찾아 여행 중인 방랑자 기안, 웬만한 건 허허 웃어 넘기기
기안84의 첫 등장에서는 분명, 그의 기이한 행보를 보고 눈살 찌푸렸을 이들이 많을 걸로 안다. 그러나 23년 말 MBC 연예대상 수상자이기도 한 그의 기행은 언젠가부터 많은 이들에게 긍정적 영감을 주고 있다고 믿는다. 나도 그중 하나이다. 기안84의 순수한 열정과 열망, 앞뒤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달려드는 원초적 실행력은 나에게 크나큰 귀감이 된다. 수건 하나로 대충 발도 닦고 바닥도 닦고, 티셔츠 한 장으로 대충 며칠간의 여행 코디를 때우는 그의 일상은 얼핏 보면 귀차니즘에서 비롯된 대충대충 삶으로 보인다. 그의 삶을 단지 이렇게만 해석한다면, 요즘 시대의 무기력한 젊은이라고 생각하며 한숨짓게 될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혼산'을 시작으로 '태세계', '음악일주' 등을 통해 기안84가 보여준 그가 가진 삶을 향한 태도, 철학, 가치관은 다른 말을 하고 있다. 괴짜 같은 그의 별난 행동이 단순히 나태함이나 무기력함에 기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그걸 '선택과 집중'으로 봤다.
'아, 기안84는 자기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혹은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을 반드시 이뤄내기 위해, 그 외의 것에 에너지를 덜 쏟고 있구나.'
마치 스티브 잡스가 매일 아침 옷을 고르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덜 쏟기 위해 날마다 같은 옷을 입는 것처럼 말이다.
가진 것 쥐뿔 없는 신인 만화가로서 속세에서의 성공을 이루기 위해 그는 삶의 에너지를 오로지 만화 하나에만 배분했다. 대부분의 에너지를 거기에만 베팅한 것이다. 이후 실제로 성공한 그는, 하나씩 하나씩 차근차근 그가 삶에서 이루고자 하는 버킷 리스트를 달성해나가고 있다.
기안84를 직접 만나본 적도 대화를 나눠본 적도 없지만, 내가 이해하는 그가 가장 중요시 여기는 가치는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혼란한 세상 속에서, 그가 믿는 삶의 본질을 찾아내기 위해 기안84는 오늘도 여행하고 있다. 영원히 과정 속에 있는 그에게 그 외의 것은 부차적인 것이 된다. 불필요한 것이 된다. 그래서 그는 컵도 없이 소주를 대충 입에 들이붓고, 계량 같은 것 없이 대충 요리를 한다. 아이스를 시켰는데 뜨거운 커피가 나와도 허허 웃고, 뜨거운 커피가 새로 개시한 옷에 쏟아져도 하하 넘긴다. 삶의 본질을 찾아 나선 그만의 여정 속에서, 이러한 에피소드들은 단지 해프닝에 불과하다. 허비할 시간이 없기에, 자신에게 중요치 않은 것들은 그저 흘려 넘기며 자신이 세운 길에 집중한다.
그런 점에서 기안84는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 길을 나선 여행자다. 그러기로 선택했기에 거기에 집중하고, 그 외에 것들은 대충 웃어넘기는 철저하게 영리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