뽐내는 텍스트, 어그로 텍스트
인스타를 들어가면 종종 쓰레드 알람이 뜬다. 뜨레드인지 쓰레드인지, 뭐라고 불러야 할지도 아직 잘 모르겠는 새로운 것. 엑스(구 트위터)의 대항마로 메타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신종 플랫폼이라는데, 여전히 어색하고 실은 좀 불편하다.
글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텍스트 기반 플랫폼이 새로 나왔다면 열렬히 응원해도 모자랄 일인데, 요상하게 왜 자꾸 불편할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그 이유가 인스타, 유튜브의 불편한 지점과 맞닿아 있는 게 흥미로웠다. 인스타가 이미지로 뽐내는 공간이라면, 쓰레드는 텍스트로 뽐내는 공간 같이 느껴진다. 유튜브가 썸네일로 어그로를 끈다면, 쓰레드에서는 사람들이 텍스트로 어그로를 끄는 느낌이랄까...
쓰레드의 글들은 대략 2가지로 크게 분류되는 것 같다. (지금까지의 짧고 개인적 경험에 기반하므로 실제와 다를 수 있다.) 하나는 굉장히 자극적인 주제의 내용이 쭉 나오다 중간쯤 난데없이, 나머지는 댓글로 이어서 말한다는 글이다. 나머지는 스스로를 특정 분야/산업에 종사하는 전문가로 소개하며 자신이 몸 담은 곳의 노하우를 풀어내는 글이다. 개별적 알고리즘에 기반한 건지는 모르겠다만 나에게는 대부분 뷰티, 특히 코스메틱 쪽 전문가들 글이 추천으로 뜬다. 해외 유통 전문가, k뷰티 수출 전문가, 스타트업 창업가 등등. 너무나 자신감 있게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기 때문에, 그 당당한 말투에 나도 몰래 혹하게 된다. 실제의 삶에서 어떤 기반을 가졌을지도 꽤나 궁금해진다. (내가 읽은 글 대부분의 필자는 8~9년 차, 즉 나랑 비슷한 연차이기에 나는 지금 어떤 위치에 있는가를 반문하며 메타인지도 하게 된다.)
트위터를 겨냥한 탄생한 쓰레드는 트위터와 비슷하게 글자 입력 수에 제한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이 자연히 어그로 아닌 어그로로 이어지고 (예. 자세한 건 댓글에...), 장황한 설명 대신에 자리한 임팩트 있으면서 간결한 자기소개는 단호한 말투로 연결되는 것 같다. (예. 나는 k뷰티 10년 차 종사자야. 너네들이 상상 못 할 많은 경험을 갖고 있어.) 그런데 어쩐지 본질은 빠진 느낌이다. 쓰레드에서 활동하는 지인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는 요즘, 과연 한국에서 쓰레드의 넥스트가 어떻게 발전할지 진심으로 궁금하고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