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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봉 Oct 10. 2024

(신입에게) 제발, 물어보세요.

질문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수상합니다.



언제 물어보나 벼르고 있어요.

신입 한 명이 팀에 들어온 후, 통 질문을 하지 않는 날들이 이어지자 우리 팀에 오래 있던 동료가 한 말이다. 질문하지 않는 신입은, 선배들 입장에서는 어쩐지 수상하다.


회사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특히나 한 팀이나 한 직무에 긴 시간 머물다 보면 흔히들 말하는 꼰대가 되기 쉽다. 내 주변에도 꼰대라고 불릴 만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물론 나 포함이다. 내가 보기에 후배들을 대하는 나 같은 젊은 꼰대의 특징은 이렇다. 그들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먼저 물어오기도 전에 나서는 것이 설령 부담으로 다가갈까 봐, 그러다가 꼰대라고 낙인찍힐까 봐 두려워서 최대한 몸을 사린다.


신입의 질문은 당연하다.

선배 (a.k.a 꼰대) 입장에서 갓 들어온 신입 혹은 후배의 '질문'은 당연하다. 새로운 업무를 맡았다면, 심지어 회사 생활을 처음 하는 신입이라면 아는 것이 별로 없는 것이 마땅하기 때문이다. 설령 경력직이라고 하더라도 신규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과정에서의 적응 기간은 불가피하다. 우리 모두 한때는 신입이었기 때문에, 운전 고수가 초보 딱지 붙은 노란 병아리 차를 이해하 듯, 신입의 마음을 이해한다.


그러니 반대로, 신입이나 후배가 질문을 하지 않는 것은 의심스럽다. 일을 안 하고 있거나, 잘못된 방식으로 가고 있거나ㅡ 둘 중 하나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걱정이 된다.


후배 입장에서 질문을 하지 못하는 이유도 잘 알고 있다. 기존 팀에 합류하는 뉴커머 입장에서는 나 빼고 모든 사람들이 정신없이 바빠 보이기 때문에, 질문으로 누군가의 시간을 뺏는 것이 죄송스럽게 생각될 수도 있다. 또는, 질문을 하지 않고 혼자 힘으로 해내는 것이 일 잘하는 신입으로 칭찬받는 방법이라고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질문이라는 특권을 가진 '신입/뉴커머' 타이틀을 백배 누리려면, 더 적극적으로 질문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사소하고 바보 같은 질문을 해도 그 누구도 가치판단하지 않는 유일한 시기를 놓치지 말고 기꺼이 활용해야 한다. 아는 것도 다시 한번 물어보자. 잘 물어보는 것 만으로 선배들은 일에 대한 적극성을 높게 평가할 것이며,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확인하며 안심할 것이다.


물론 피해야 할 질문도 있다.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미 한 번 답변을 준 내용을 또 물어보는 것은 기본적인 태도의 문제이기도 하다. 반대로, 선배가 준 답변을 기록해 두었다가 다음번에 스스로 응용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엄청난 칭찬을 받게 될 수도 있다.


여기에 보너스는 자신이 먼저 고민해 본 다음 물어보는 것이다. 해보지도 않고 물어보는 것은 신입일 때 허용되는 특권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만약 신입이 스스로 깊게 고민해 본 뒤에 그 생각과 함께 질문한다면 선배들은 무척이나 기특해할 것이다.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선배나 상사의 업무 지시를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질문하는 것도 좋다. 제가 이해한 게 맞을까요? 하고 더블 체크한 뒤에 일에 착수하는 자세는 지시를 내린 사람을 안심시키기도 하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갈 방향으로 갈 확률을 줄인다는 점에서 본인에게도 이득이다.


한 가지 직무를 적응하는 데까지 최소 2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전까지는 뭣도 모른 채 주어진 것을 그저 '해내기에만 급급'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시간을 거쳐야 비로소 숙달의 시간이 온다. 그 배움의 기간 동안 할 수 있는 최선은 질문이다.



그러니 후배님들, 제발 물어봅시다.


알아도 물어봅시다. 선배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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