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멈추고 싶어졌다.
2025년 봄, 회사에 다닌 지 11년째가 되었다. 장기근속 보상으로 여름휴가 외에 10일의 휴가가 추가로 주어졌다. 10년, 그러니까 2,609일을 꼬박 일한 끝에야 주어진 단 열흘 간의 쉼이었다.
생각해 보면 회사를 다니면서 ‘그냥’ 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쉴 때엔 늘 이유가 있었다. 아프거나, 급한 일이 생겼거나. 남편은 종종 물었다. “자기는 왜 휴가를 안 내?” 그럴 때마다 나는 늘 이렇게 말했다. “굳이?”
굳이 쉬지 않은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었다. 첫 5년 간의 영업 시절엔 너무 바빠서 쉴 틈이 없었다. 하루 단위로 몰아치는 마감 실적과 사건 사고 많은 현장을 쫓으며 전쟁 같은 날들을 보냈다. 사회 초년생, 열정과 패기로 꽉 차 있던 나에게 쉼은 존재하지 않는 단어였다.
이후 상품개발자(BM)로 일한 마케팅에서의 5년은 더 복잡했다. 하나의 제품에 한 명의 담당자. 내 손을 거쳐야만 일이 굴러가는 구조 속에서 인수인계라는 말은 사실상 무의미했다. 수많은 유관 부서들과 동시에 진행하는 1년 이상의 장기 프로젝트들이 겹쳐 있는 날들, 그 안에서 나는 어떤 단계에서도 바틀넥이 되어선 안 되었다. 이 모든 상황에서 '그냥 쉬고 싶어서 쉬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렇게 달려온 10년의 시간. 그리고 11년째가 되던 2025년의 어느 봄날. 처음으로 쉬고 싶은 마음을 감지했다. 더는 이렇게 무한히, 달릴 수 없을 것 같았다. 마음속에 조용한 알람이 울렸다. 지금 멈추지 않으면 언젠가는 진짜로 고장 나 버릴 것 같다는 예감이었다.